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한 한나 아렌트의 그 책이다. 1961년부터 예루살렘에서 열린 독일 나치의 전범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하고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하였다. 저자인 한나 아렌트도 유대인이기에 생명의 위협을 받았던 유대인이 담담하게 써내려 가는 이야기는 묘한 느낌이 난다.
아이히만은 1960년에 아르헨티나에서 납치되어 1961년부터 예루살렘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다른 나치 전범들이 2차대전 패망 직후 뉘른베르크에서 재판을 받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재판을 쇼처럼 보이고자 하는 생각도 있었고, 아이히만의 변호인은 변호보다 아이히만의 기록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중에 아이히만은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얼마 되지 않아 교수형을 당한다.
유럽 각 지역별로 어떻게 유대인들이 소개되었는지 설명하는 부분에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였다. 유럽에서 독일이 아닌 국가들은 유대인들의 소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꽤 많았다. 덴마크같은 경우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거부하기도 하였고 스웨덴은 갈곳이 없어진 유대인을 받아주기도 하였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는 적극적으로 유대인 소개를 시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독일을 따라서 적극적으로 소개에 응한 나라도 있지만...
또한 유대인 장로들이 독일의 유대인 소개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이야기는 좀 놀랍기도 하였다. 일제 치하 우리나라의 친일파와 마찬가지로 유대인 장로들은 독일이 유대인을 분류하고 소개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은 살아남고자 하였다. 그래도 유대인 장로들은 그들의 의지와는 다르게 많은 사람이 결국 희생되었다는게 우리나라 친일파들과의 차이일까? 게다가 실제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통제하고 죽이는 실제 일은 같은 유대인들이 실행하였다는 사실에서 다시 한번 놀라기도 하였다. 마냥 피해자인줄만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인간이란 그런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핵심으로 이야기되는 악의 평범성은 재판중에 보여준 아이히만의 모습을 통해 드러난다. 아이히만은 특별히 악하지 않았다. 그는 잘 알려진대로 법과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는 유대인 소개 전문가로써 맡은바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차관 이상이 모여서 했던 반제회의에서 유대인 소개에 대한 반대 없이 어떻게 잘 할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을 보고 그는 더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악의 평범성이다. 주어진 법과 명령의 테두리 안에서 그 테두리가 과연 바른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유하지 않는 악의 평범성이다. 법대로 하라는 이야기에 수긍해버리는 모습이 바로 아이히만이 갖고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악은 평범하다.
예수님은 유대인의 법 경계를 넘나드셨다. 법이 바르게 적용되고 있는지 항상 우리에게 되물으셨다. 지금도 묻고 계신다. 법의 경계를 넘어가면 큰일 날 것 같고 세상에서 손가락질 받을 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도 하지만, 세상의 큰 악은 그런 사유조차 하지 않는데에서 일어난다.
비단 법만이 아니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많은 일들에서 그렇지 않을까? 매일 큰 고민 없이 사용하는 일회용품은 어떨까? 사회 질서 유지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이야기되는 것들도 돌아보고, 교회나 가정에서도 계속 고민하고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을 멈추고 돌아보지 않을때 우리는 아이히만을 통해서 본 악의 평범성에 빠져버리기 쉽다.
한편으로 다들 고민하고 행동할 때 다양한 모습이 실질적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다. 태극기와 촛불처럼, 동성애 옹호와 반대처럼, 낙태 허용과 반대처럼, 예배 중지와 지속처럼... 그런 충돌과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나아가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들은 그런 어려움을 직관적으로 깨닫고 사유를 멈추고 사유하지 않는 악의 평범섬에 굴복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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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번역이 좀 거시기 한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