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
필경사 바틀비-허먼 멜빌
바틀비라는 독특한 필경사에 대한 허먼 멜벨의 단편 소설이다. 현대 문학의 시초라는 이야기도 있고, 이시대 철학자들을 사로잡았다는 문구도 있을만큼 정말 독특한 소설이다.
화자인 변호사에게 필경사로 고용된 바틀비는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 안 하는 편을 택하면서 일을 점점 하지 않는다. 또한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정중하게 다른 일을 찾아달라는 변호사의 요청에도 안 하는 편을 택하면서 저항한다. 변호사는 바틀비를 쫓아내지 않고 사무실을 옮김으로써 바틀비를 떼어내지만 기존의 사무실을 새로 임대한 사람과 건물주에 의해 바틀비는 결국 감옥에 가게 된다. 그리고 결국 바틀비는 먹지 않는 편을 선택함으로써 삶을 마감한다. 바틀비의 사후에 화자인 변호사는 바틀비가 사서(수취인 불명 편지)를 처리하는 일을 했다는 과거의 소문을 듣고 바틀비와 인류에 대해 탄식을 내뱉는다.
안 하는 편을 선택하는 바틀비의 모습은 불편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선사해준다. 사회의 질서에 정면으로 거부하는 바틀비의 모습에서 나도 저렇게 당차게 거부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그런 거부에 대해 댓가를 치르지 않는 모습에서 오는 불편함이 공존한다. (물론 나중에 나름 댓가를 치르긴 하지만..)
공동체의 룰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바틀비의 모습은 확고한 진리를 거부하는 포스트모던 사회의 모습을 그러낸 것이 아닐까? 또한 개인주의의 모습도 함께 볼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끝은 결국 자신의 삶 마저도 선택에 의해 끝내버리는 비극으로 마무리 되는 것을 보고, 저자는 변호사의 입을 통해 인류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바틀비의 모습은 그냥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마지막에 그의 과거에 대한 소문은 그의 모습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편지의 모습에서 바틀비는 표류하는 인류의 모습을 본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래서 우리의 길을 인도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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