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도서관 들를 새가 없어 집에 있던 책들 중 하나를 골라잡았는데 이 책은 5년 전에 읽고 리뷰도 썼지만 어제 읽은 책처럼 늘 표지만 나에게 익숙하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게 되면서 하나씩 다시 읽고 있는 터라 오랜만에 친구 만나러 가는 길에 동반자로 삼기로 했다. 알라딘에 책 팔기를 즐기지만 글쓰기 책은 고스란히 책꽂이에 남아 자리를 지키게 한 덕분이다. 악기 들고 여기 저기 연습과 연주 다니느라 조용히 앉아 책 읽을 틈을 찾기 어려웠던 나에게 기차 여행은 책과 독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여러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내가 이 책을 읽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소해 놀랐다. 색연필로 밑줄 친 부분들은 어렴풋이 기억났지만 깨끗한 곳은 낯선 부분이 많았다. 5년이라는 세월이 망각을 일으키고도 남음이 있겠지만 나의 기억력이 이렇게 나쁜가, 아니면 책을 건성으로 읽었던 것인가, 하며 자책하기까지 했다. 새롭게 다가온 작가들의 공간이 흥미롭긴 했다. 글 쓰고 싶은 생각이 넘쳐날 정도로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떵떵거리는 부자가 아니라는 것일 게다. 하나같이 글쓰기와 벗하느라 시골에 살거나 다른 생업을 갖거나 자신의 관 값만 남기고 모두 기부하거나 하며 재물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책을 써서 부자가 되었다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문학에 있어서만큼은 그 작품의 가치와 수익이 정비례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신기하게도 그것이 나에게 더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작가들이 글 쓰느라 궁핍하지는 않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또 하나, 모두의 작업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 재미있다. 새벽에 일어나 쓰는 사람, 고시원에서 면벽하고 시간을 정해 쓰는 사람, 암자에 들어간 카톨릭 신자, 인삼을 팔며 시를 쓰는 사람...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같은 점이 있다면 글을 쓰며 삶의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리라. 마음에 묵힌 변을 시원하게 쏟아놓는 것 같은 작문의 시간이 쓰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