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음악회 가는 길동무로 이 책을 골랐다. 한참 읽고 있던 두꺼운 책을 빼고 손에 들고 읽기 좋은 책을 가방에 넣었다. 가는 동안 이 책을 읽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첫 번째 이야기가 너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세 이야기는 많이 과장되고, 암시하는 것을 숨긴 동화 같은 글이다. 최인호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소설들이라 했다. 사실 나는 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하나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이 책이 그의 첫 작품이다. 그가 남긴 작품들이 궁금해 찾아보니 아주 어렸을 적 낯익은 제목의 영화들이 작품 목록에 있었다. 바보들의 행진, 고래 사냥, 겨울 나그네, 별들의 고향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타인의 방, 상도, 해신과 같은 낯익은 제목들을 비롯해 멋져 보이는 작품들이 많았다. 앞으로 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 보리라.
생전에 천재 작가로 불린 이유를 이 작품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좀머 씨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하지만 바보스럽고, 고집스러운 그들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더할 수 없이 처절한 상황 때문이거나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을 겪고도 의연한 그들의 태도로 인함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너무나 당연하게 자행하는 공공의 잘못에 찔리는 마음이 들어서인지도 모른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여기에 나오는 이상한 사람들이 아닐까? 영원히 살 것처럼 아등바등 욕심 부리며 살아가지만 몇 십 년이 문장으로 지나가는 이 책의 주인공들에 대한 묘사처럼 어쩌면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라는 것. 다분히 그가 후에 귀의했다는 종교적인 면모가 숨은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