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귀한 이웃이자 시인이신 괴욤의 땅님으로부터 시집을 선물 받았습니다. 사실 시집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긴 하지만 사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나의 시집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묘했습니다. 게다가 내용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습니다. 나 시인입네 하며 거들먹거리지도 않고, 아무도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언어들을 쏟아놓지 않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고 연세 많으신 부모님을 위해 다시 시골을 찾은 시인의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시어 가득 배어있어 읽는 동안 가슴이 울컥울컥했습니다. 나보다 그리 오래 전을 살았던 분도 아닌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향수가 많아 시인이 되기에 적절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부모님뿐 아니라 형제에 대한 사랑도 남다른데 불우한 경험을 하는 누이에 대한 애틋함, 형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시어들을 통해 전해져 왔습니다.
나와 종교는 다르지만 간절이 바라는 기도의 마음은 같습니다. 작은 것 하나 그냥 스쳐 보내지 않고 시로 붙드는 시인의 탁월함에 읽는 내내 감탄했습니다. 책상에 두고 마음이 메마르다 느낄 때마다 다시 읽고 싶습니다.
--- 본문 내용 ---
- 세탁기 (136쪽)
나를 세탁하고 싶다 때 묻은 마음을
빨고 발아서 온힘으로 탁탁 털어 햇빛 아래 널면
젖은 부끄러움도 뽀송뽀송 말라가겠지 바람에 펄럭이다 하얘지겠지
씻어서 말린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