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작이라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보았다.
무신론자의 바이블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 실제로 기독교의 유명한 신학자들이 이 책에 대한 반박하는 내용의 책들을 쓰신 분들도 꽤 있는듯 해서 궁금했는데.. 이번에 큰 맘 먹고 책일 집어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 책에 대한 기대치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책은 별로 기대 안했는데 큰 울림을 주는 경우도 있고, 큰 기대에 부응하기를 넘어서 큰 기대보다 더 큰 내용에 감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에 비해 큰 기대에 비해 별로였다거나, 기대도 안했는데, 그보다도 못한 경우도 간혹 있다. 솔직히 이 책에 대해선 나름 기대했는데, 그 기대에는 못미친 느낌이 든다. 과학적 논증과 역사적 고찰 등을 통해 신의 부존재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지만, 나에게는 글쎄.. 별로라고 생각이 들었다.
책은 앞부분부터 기독교인이 보기에 불쾌하고 무례하다고 느껴진다. 마치 키보드 워리어의 댓글을 보는듯한 표현이 여기저기에 마구 난무한다. 예를 들어 신학적 논쟁으로 기독교가 분열된 역사를 설명하면서 쓸데 없는것을 따지다가 분열되었다고 비판하는데에서 그치지 않고 표현 그대로 쓰자면 "하긴 지금까지 신학은 으레 그래왔으니까" 하며 비꼬기까지 한다. 이런 표현이 상당히 자주 나오고 이런 표현때문에 오히려 내용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다.
신의 부존재에 대한 내용은 신이 없다는 내용보다는 창조론에 대한 반박이라고 보는게 맞을듯 하다. 자연선택으로 열심히 창조론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지만, 내가 보면서 들은 생각은 아무리 봐도 신이 없다고 생각할만한 부분이 없다. 오히려 신이 자연선택이라는 도구를 준비하신거라면 신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아닐까..
뒷부분의 종교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들 역시 나에게는 설득력이 떨어지게 느껴졌다. 윤리나, 낙태, 동성애, 아이들과 생명의 존엄성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종교가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정말 설득력이 없게 느껴진 부분은 종교가 이렇게까지 번성하게 된것도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점이다. 앞에서 그렇게 외쳐댔던 자연선택의 결과로 종교가 번성했는데.. 종교가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면 앞에서 이야기한것과 모순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회학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식 해석이 많다고 보는데, 역시 이 책에서도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20세기의 광범위한 학살에 대해 그냥 기술의 발전때문이다 라는 한문장으로 이야기하고 넘어가기엔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기술 발전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계몽주의의 한계라고 보는 사회학자들도 많다. 그런 이야기는 모두 제외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 쏙쏙 빼서 아전인수격 해석으로 종교가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닥 과학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기독교도 여기에서 자유로울수는 없겠지만...
또하나의 실망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종교의 문제점들이 그닥 새롭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상당히 많은 부분이 한번쯤 고민해봤던 문제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지는 그 안에서 신의 존재를..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들의 합리적으로 생각하다면 사람이 다를수 있고 각각 다른 시각에 대해 인정해야 하지 않나? 물론.. 이 역시 기독교가 자유로울수는 없다는게 안타깝지만..
결론적으로, 무신론자들이 유신론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좀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그에 따르지 못해서 아쉬웠고, 그 논리 전개나 내용이 그렇게 비판하는 종교와 별로 다르지 않고, 논점도 흐트러져서 많이 실망스러웠다. 다만 무신론자들의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라는 의의는 있지 않을까..
미셸 오바마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무신론자이건 종교인이건.. 이런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독교가 먼저 솔선수범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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