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한 바를 부족하지만 잠시 옮겨보고자 합니다.
며칠전에 유시민씨가 가상화폐(암호화폐, 본문에서는 더 널리 통용되고 있는 가상화폐로 통칭하겠습니다)는 엔지니어들이 만든 장난감이고 결국 사기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셨지요.
하지만 저는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나 명성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부문에 단정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을 공표하는 행위는 매우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태초에 어떤 재화가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인간이 그 재화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원초적으로는 생존과 직결되는 의/식/주, 나아가 스마트폰, 자동차, 넷플렉스 1달 이용권 등 좀 더 삶을 유택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이겠지요.
그런데 어떠한 재화도 그 자체적으로 절대적인 내재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이 그것을 소유하고자 하고, 그 소유의 대가로 무언가를 지불하고자 할 때 그 재화는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지요.
이것이 극단적으로 발전한 것이 다들 아시겠지만 화폐입니다. 화폐의 가치는 오로지 그것이 가치의 저장 및 전달수단이라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일례로 고대시대에는 조개껍질이나 돌맹이, 바위등 자연물을 화폐로 활용했고, 중국에서는 은을, 그리고 비교적 가깝게는 서구문명권에서도 금화를 화폐로 사용했었지요. 따라서 화폐로부터 어떠한 절대적인 가치를 찾으려는 시도나, 어떠한 화폐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해서 그것을 스캠(scam)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애초에 화폐의 속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이야기 이거나, 화폐로부터 다른 재화로서의 가치를 찾으려 하는 헛된 시도에 불과합니다.
가치의 저장과 이전이 가능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 키워드는 재화의 유한함과 약속입니다. 때로는 어떠한 재화가 유한하다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부여되기도 합니다. 유한한 것은 한정된 자만이 소유할 수 있고, 이것은 인간의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는 금, 은, 다이아몬드 등의 이쁜 돌맹이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미국이 금본위제를 포기하면서 부터 재화의 유한함은 화폐의 가치 저장/이전 기능에서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에서 해당 화폐의 발행량을 통제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국가가 경제정책의 운영목적에 맞추어 적당량의 화폐를 공급하고 과도한 인플레이션은 억제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하여 무한히 발행할 수 있는 화폐도 가치를 저장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또한 화폐가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사람들간의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약속은 믿음에 기반하지요. 현대 사회에서는 화폐에 대한 약속을 법으로 못박아 두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법 제48조(한국은행권의 통용력)에서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한국은행권은 대한민국 내의 유일한 법화(法貨)로서 공사(公私) 일체의 거래에 무제한으로 통용된다."라고 규정해두어, 원화를 법정화폐로 인정하고 있고, 민법 제378조에서는 "채권액이 다른 나라 통화로 지정된 때에는 채무자는 지급할 때에 있어서의 이행지의 환금시가에 의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할 수 있다."고 정해두어 한국에서 원화는 거래에 통용되고, 채무의 상환을 위한 금전 지급은 원화로 가능하며 채권자가 이의 수령을 거부할 수 없도록 못박아 두었습니다.
때로 불태환 화폐는 발행주체가 가치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가치를 가진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자국 화폐의 가치는 어느 나라의 정부도 보장해 줄 수 없습니다(물론 과거의 고정환율제도를 떠올려 볼 수 있겠지만 경제발전 시기의 과도기적인 정책에 머무를 수 밖에 없지요). 2차대전 직후 독일,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의 국가에서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통화가치가 형편없게 된 사례들도 있었지요. 국가에서는 그 화폐의 강제통용력을 법으로서 보호해줄 뿐이고, 적어도 과도한 발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는 않겠다는 국가에 대한 근거없는(?) 믿음이 존재할 뿐이지요.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 그리고 화폐가 가치를 가지게 될 수 있었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전 세계적인 통화(화폐)시장의 존재입니다. 지금도 끊임없이 원화와 달러의 가치는 전 세계 통화시장에서 교환되고 있고, 이에 따라 "환율"이라는 원화의 시장가치가 매겨지고 있습니다. 어느 화폐가 교환되는 시장이 존재한 다는 것은 그 화폐가 어떠한 가치를 가진다는 믿음이 있다는 아주 극명하고 자본주의스러운 표식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상화폐는 어떨까요? 먼저 기본적으로 디플레이션 화폐인 가상화폐는 재화의 유한함이라는 속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화폐인 불태환화폐와는 달리 그 발행량을 통제하고 운영할 주체가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치의 저장수단으로서의 속성은 오히려 불태환화폐보다도 직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디플레이션 화폐가 끊임없이 외연을 팽창시켜야만이 작동할 수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화폐로 기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있으나 이는 본문의 논의 범위를 초과하는 주제이므로 넘어가기로 하겠습니다.
두번째로 가상화폐가 가치를 가지고 이를 이전시킬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러한 믿음은 하루아침에 생겨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태환 화폐에서는 이것이 통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법으로까지 정해둔 것이지요.
가상화폐에는 법을 통해 강제통용력을 얻지는 않습니다. 다만, 가상화폐는 놀랍게도 전세계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상화폐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였고, 이 가치가 시장을 통해 이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은 해당 화폐가 상대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를 이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믿음에 기반합니다. 마치 전세계 (불태환)통화시장의 존재와 마찬가지로요.
이러한 시장이 존재한다면 가치는 저장되고 전달될 수 있습니다. 법으로 강제통용력이 인정된다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 없습니다. 이는 계약으로 정하면 될 일이니까요. 시장의 존재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이든,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이든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 기반하여 불태환화폐보다도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어 냈습니다. 비트코인은 불태환통화와 같이 중앙의 발행주체나 은행과 같은 중간자들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화폐의 무결성을 보증하고 이를 이전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이더리움과 같은 플랫폼 기반 블록체인이 등장하면서, 단순히 가치의 전달을 넘어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통해 계약 자체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아직 블록체인 플랫폼은 개발단계에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블록체인 플랫폼과 그에 기반한 디앱(dapp)이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수요가 발생하는지에 따라 따라 그에 기반한 코인과 토큰의 가치도 변동하겠지요.
지금은 블록체인의 기술력을 예측하면서 가상화폐의 가치가 결정되고 투자되고 있습니다. 아직 이 기술이 어떻게 구현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자본이 가상화폐를 통해 유입되고 있고(일례로 ICO), 이렇게 유입된 자본을 통해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아직까지는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가상화폐의 급격한 가치변동은 불가피합니다. 가상화폐의 가치는 가시적인 플랫폼과 서비스가 제공되고 시작하고, 그에 기반한 가상화폐의 수요가 안정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차츰 현재의 불태환통화와 같은 수준의 변동폭을 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으로 대두되는 혁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 기술이 단순한 정보전달 방식의 진일보(DB를 대체하는)가 아니라 가치전달의 혁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치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가치 전달의 매개체(가상화폐)가 필요합니다(더군다나 퍼블릭 블록체인의 경우에는 이 가치전달망, 즉 블록체인의 유지/존속을 위한 가상화폐의 존재는 필수적입니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진보는 인간의 욕망에 기반해 왔습니다. 욕망을 그 자체로 악(惡)으로 규정하는 사람과는 이러한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겠지요. 다만, 적어도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이해하고 이를 수용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욕망에 기반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그리고 자신이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여) 어떠한 진보를 악이나 도박, 사기 등 범죄로 규정하는 우를 범하는 태도는 매우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들이 주도(보유)할 수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새로운 가상화폐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사용되는 많은 탈중앙형 가상화폐들의 공통점은 소스가 공개되어 있고,
나름대로의 거버넌스 규칙들이 있습니다.
최초 코인 세일 때 개발 동력 확보, 사용 저변 확대 등을 목적으로 일정량을 제작자들이 미리 보유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다 밝히고 시작하고, 그 이후로 발행되는 양은 철저하게 채굴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죠.
이런 부분들을 다 공개하고, 그 부분들이 모두 투명하게 진행되는 코인들을 사람들이 믿고 삽니다.
만약 거버넌스의 변화, 즉 새로운 업데이트 방향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면 시장 가격으로 피드백이 돌아오겠죠.
비트코인 세그윗 하드포크가 이슈가 되었을 때 가격이 출렁거렸던 것처럼요.
코인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보유한 코인들의 가격하락을 원치 않기 때문에 '딴 짓'을 할 동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사실 그보다 시총이 높은 코인들 가운데 주목받는 일부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개발진들이 한탕주의보다 상당히 높은 철학적 지향점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에서 코인 코인 하니까 그냥 데이터 쪼가리라고 쉽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기술적으로 그렇게 만만한 플랫폼이 아니에요. 특히 단순 코인이 아닌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인 경우에는
네트워크, 컴파일러, 자료구조, 암호학, 정적 분석 등 현존하는 거의 모든 컴퓨터공학 분야가 망라됩니다.
그 위에 경제학과 게임 이론을 결합해야 새로운 코인이 하나 탄생하는거죠.
(물론 비트코인 플래티넘처럼 오픈소스인 기존 코인을 베껴서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프로젝트는 금방 무너집니다)
요약하면 누군가가 '그까짓거 아무나 만들면 되는거 아냐' 식으로 따라해서 만들어서 헤게모니를 장악할 만큼,
Top 5 코인의 개발 역사가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현재 코인의 개발과 체인의 유지가 별개이고, 개발만하면 사실상 어느정도 가치가 창출된다는 점이 나중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라면 다행입니다
요즘 눈먼 돈이 너무 몰리고 있으니까 그걸 노리는 스캠코인도 늘어나겠죠.
하지만 그런 스캠 코인들이 대다수 투자인구를 기만하고 시총 한자릿수 순위대로 올라서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아요.
전 세계를 타겟으로 한 시장인 만큼 전 세계에서 감시를 받으니까요.
그리고 비트코인 파생작들도 보면 (물론 돈 벌어보겠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겠습니다만),
나름대로 비트코인 코어 팀에 동의하지 않는 개발진이 자기 나름대로의 비전을 가지고 구현한 것들이에요. (플래티넘 제외)
가령 비트코인 캐쉬의 경우 비트코인의 1MB 블록크기 제한이 초당 거래 수를 늘리는 데 병목이 되고 있어서 그걸 8MB로 늘리고 계속해서 초당 거래수 개선방법에 집중해서 비트코인을 '현금처럼' 쓰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파생된 것이고,
비트코인 골드는 비싼 전용 채굴기 (ASIC) 로만 채산성이 나오는, 따라서 자본이 넉넉한 채굴업자들에게 유리한 비트코인보다, 일반 GPU로도 얼마든지 채굴이 가능한 비트코인을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파생된 것이죠.
어쨌든 투자하는 입장에서 묻지마 투자를 하지 않고 개개인이 좀 더 종목들을 꼼꼼하게 검토한다면 충분히 피해갈 수 있는 요소들입니다.
우리나라의 과열된 투기 현상은 정부 규제가 답이 아니라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고 투자 문화가 개선되어야 근본적으로 해결 된다고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