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GCN 에서 우연히 보게된 핀란드의 사이마 사이클 투어 영상... 핀란드 동쪽 러시아 국경 근처에 위치한 Saimaa 호수를 크게 한바퀴 도는 이벤트입니다.
예전에 이 대회에 대해서 들어본적이 있었는데 저 영상을 보니 참지 못하고 작년 말 즈음 신청을 덜컥 해버렸습니다.
300km / 150km / 90km 세가지 옵션이 있는데 물론 300km 가 메인 이벤트.
한번도 타본적이 없는 거리라 딱히 목표 시간을 고민하진 않고 그냥 무사 완주를 목표로 300km 를 신청했습니다.

대회 도시에 도착하니 온 동네에 자전거가 가득합니다. 호텔에 체크인했는데 밖에서 보이는 호텔 발코니와 주차장에 자전거들이 가득가득합니다. 총 5800명 정도가 참여했다고 하네요.
대회장에 우선 가서 번호표를 받고 대회 엑스포를 구경했는데 생각했던것 보다 아담하네요. 장비나 기념품등을 판매하는곳도 있었는데 가격은 나쁘지 않았구요.
가운데 보이는 노란 번호는 지금까지 열린 모든 대회에 매년 참가한 라이더 표기 라고 합니다.
저녁 7시부터 밤 12시까지 작은 그룹으로 쪼개서 매 4분마다 그룹 1개씩 출발하는 방식으로 운영이 되더군요.
저는 저녁 9시 32분 출발 그룹인데 신청할땐 몰랐는데 그룹마다 추천 평속이 있었습니다. 제 그룹은 28-30km 였더군요. 300km 동안 유지하기는 힘든 속도라... 우선 최대한 그룹에서 버텨보자는 전략으로...
이 대회의 특징이 저녁에 출발해서 밤새 타는 컨셉인데, 북쪽 나라의 여름답게 밤에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고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노을과 해돋이를 보며 라이딩 하는게 매력인 대회입니다.
우선 후레시하게 출발했습니다. 와후에 지도를 로딩해서 보니 서밋 세그먼트에 업힐만 50개가 뜨는걸 보고 심장이 멎는줄 알았습니다. 타고나서 보니 좀 의미 있는 업힐만 50개 잡힌거고 중간중간 자그마한 낙타등들은 또 별개로 수십개가 더 있었습니다. 한국 처럼 큰산은 없고 이런 낙타등만 무한히 반복되는… 아주 멘탈을 탈탈 털어버리는 그런 코스였습니다. (산은 없지만 획고는 2800m...)
이때가 저녁 10시 40분. 출발한지 한시간 남짓부터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룹에 독일 라이더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독일에서 유명한 유튜버가 대회에 참가한다고 해서 독일에서 많이 참여 했다고 하네요. 왼쪽에 있는 친구가 그룹을 아주 잘 이끌고 갔는데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말도 먼저 걸어주고 좀 흐르면 챙겨주고 참 고마웠네요. (근데 페이스가 너무 빡세……)
밤 12시쯤 도착한 89km 지점의 서비스 포인트. 라이더들이 정말 가득했습니다. 서비스 포인트도 굉장히 촘촘하게 운영하고 보급도 괜찮아서 (음식과 음료 외에 피클과 소금까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좋았습니다. 기본적인 정비도 가능하게 해주고 심지어 마사지 서비스도…..
첫 서비스 포인트를 지나고 출발한 뒤, 새벽 1시 모습. 첫 서비스 포인트까지 그룹을 끌며 달리던 독일 친구들은 여기서 잃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작은 (또 다른 독일 라이더) 그룹을 찾아서 한참을 또 같이 달렸습니다.
메인 보급 포인트 중 하나인 121키로 지점은 패스 하기로 하고 우선 161키로 지점까지 달리기로 합니다. 이제 반정도 온 상태인데 그룹을 계속 잘 만나서 약 5시간 정도 걸렸네요. 이때부턴 그룹이 다 산산조각나서 잔인한 솔로 라이딩이 ㅠㅠ
새벽 3시쯤 도착한 161km 지점 서비스 포인트 였는데 여기서 재정비를 좀 하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 했습니다. 등에 하이드레이션 팩에 탄수화물 파우더 드링크를 채워 달렸는데 이게 마우스 피스에서 자꾸 물이 새서… 허벅지에 떨어져서 끈적끈적 한 상태가ㅠㅠ 끝나고보니 마우스 피스를 너무 세게 물어서 구멍이 났더군요ㅠㅠ 아무튼 이 설탕물 때문에 후반부에 고생 좀 했습니다.

대회 전날까지 거의 매일 비가 많이 왔는데 다행히 당일 날씨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새벽이 되니 이런 물안개도 자주 보였는데 잠도 못자서 정신이 몽롱한데 저런 안개 속을 달리니…. 더 몽롱해졌습니다.
5시쯤 되니 해가 완전히 떠서 슬슬 더워 졌습니다. 밤새 온도는 한 13도 정도로 바람막이 없이도 쾌적했는데 이젠 온도가 스물스물 18-19도 까지 올라갑니다. 그래도 한여름 날씨보단 쾌적해서 괜찮았습니다. 피니시 할때까지 20도는 안넘었네요.
어떤 페이스가 잘 맞는 그룹을 만나 한참 뒤따라 가다가 아침이 되니 배가 너무 고파서 211km 지점에 있는 메인 서비스 포인트에 또 들렸습니다. 여기선 따뜻한 파스타가 제공되었는데 제대로된 첫 식사라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비주얼은 똥같지만 매콤한 칠리를 얹은 마카로니 파스타입니다) 하지만 페이스가 계속 느려지고 있어서 빠르게 먹고 서둘러 출발했구요. 후반부 내내 평속 25km 도 밟기가 힘들더라구요.
저 휴게소 이후로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페이스가 잘 맞는 그룹을 찾기도 너무 어렵고 낙타등이 갈수록 심해져서 속도를 내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후반부 코스가 완전 일직선 낙타등의 무한 반복이라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끝이 안보이는 직선 도로에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원래는 계획에 없던 마지막 280km 지점의 서비스 포인트까지 야무지게 들려주고 마지막 20km 를 달리는 그룹을 찾아서 겨우겨우 들어왔습니다. 도착하니 아침 8시 40분 정도 였네요.
들어와서 완주 메달 받고
핫도그와 무알콜 맥주 하나 때리고 호텔로 돌아와 뻗어서 저녁까지 잤습니다.
대회장에서 호텔까지 한 7키로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거길 또 자전거 타고 돌아가려니 정말 죽을것 같더군요.
300km 코스는 금요일 저녁 7시부터 토요일 저녁 7시까지 운영 되었고 가장 빠른 시간은 7시간 27분,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라이더는 23시간이 걸렸다고 하네요. 경쟁 대회가 아니다보니 따로 순위는 공개를 안했습니다:) 저는 원래 생각했던것 보다 빨리 들어와서 10시간 58분 46초에 피니시 했습니다. 초반에 독일 형님들이 끌어준 덕분에 예상보단 빨랐네요. 무사히 완주 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일요일에는 하루종일 그래블 투어가 운영되었는데 160km, 100km, 60km 세가지 코스가 있었습니다. 저는 출발선에서 구경만 했는데 놀라운건 300km 를 탄 라이더들이 그래블도 신청해서 160km 타는 사람도 꽤 있었습니다…… 리커버리 라이드 인가요…..

올해도 참가한 GCN, 이번에는 코너와 뉴비 시리즈로 유명한 나오미가 함께 160km 그래블 코스에 참여했습니다. 조만간 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네요.

대회 끝나자마자 올라온 내년 대회 얼리버드 신청 알림….
하루만에 1000명이 넘게 바로 신청했다고 합니다.
피니시 하고 정말 다시는 안해야지 마음먹었는데 며칠 지나니 또 마음이 변해서 내년 대회도 신청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