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0K 서울동 브레베 이후, 이상하게 이런 도전에 재미가 붙은 것 같습니다.
300K를 타는 내내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어려운 즐거움과 희열이 올라오더군요.
“이런 비슷한 게 또 뭐가 있을까?” 하고 찾아보다가 브레베 600K와 다른 장거리 대회들을 알아봤는데, 인기가 많은지 당일 예약이 모두 꽉 차서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에 도합 약 70.3마일, 약 113km를 달리는 대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바로 신청해버렸습니다.
참가 신청을 해보니 국내 대회, 그러니까 철인3종협회 주관 대회가 아니라 세계 철인3종협회에서 주관하는 국제대회더군요. 그래서 결제도 달러로 받았습니다.
달러도 많이 올랐는데 말이죠… 하하.
아무튼 그렇게 신청하고 나서 보니 종목은 수영 1.9km, 사이클 90.1km, 달리기 21.1km였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300km를 타봤다고 사이클 90.1km를 보고 순간 “짧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대회를 준비하며 약 두 달 동안 주 2회 수영, 출퇴근 20km 사이클, 매일 5km 달리기를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연습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완주만 하자.”
사실 달리기는 군대 제대 이후로 하루에 20km 가까이 걷거나 뛸 일이 없다 보니 너무 외롭고,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2주 정도 지나니 가파르게 올라가던 숨도 조금씩 안정되고, 일정한 속도로 뛰는 것도 익숙해지더군요. 어느 순간 “오, 이거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110kg이었던 몸무게도 105kg까지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대회날이 다가올수록 그동안 잘 쓰지 않던 몸의 부위들이 하나둘 아픔으로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한의사 친구에게 침과 부항을 맞아가며 어떻게든 버텨봤습니다.
일할 때도 늘 도전적인 선택을 하며 더 크고 멋진 것만 따라가다 보니, 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제 몸의 도전이 시작된 거라고, 혼자 되뇌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회 당일.
너무나 두근거렸습니다. 국제대회답게 외국인 형, 누나들도 많이 보였고, 어느 하나 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들 정말 많이 타고, 뛰고, 수영한 사람들의 피부였습니다. 하하.
고성은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코스를 미리 돌아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간단히 몸만 풀고, 자전거 검차를 받고, 옆 사람들 하는 걸 눈치껏 따라 하며 자전거에 인식표도 붙이고, 다리에 묶는 칩도 받았습니다.
다들 멋진 슈트와 멋진 자전거를 가지고 도전하더군요. 저도 언젠가 그런 기록들에 가까워지면 하나씩 드래곤볼 모으듯 장비도 모아볼 생각을 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바다 수영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1.9km는… 정말 멀었습니다.
정말 너어무 멀었습니다.
사람들이 제 팔과 몸을 붙잡고 밀고, 당기고,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그 흐름에 익숙해져 같이 밀리고, 당기고, 버티며 나아갔습니다.
자유형을 하다 물을 먹으면 돌아누워 배영으로 가고, 배영으로 가다가 라인을 넘어가면 옆에 계신 안전요원분들이 “돌아오세요!” 하고 소리쳐주셨습니다. 그러면 다시 방향을 잡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힘겹게 약 50분가량을 버티고 나서야 기다리던 자전거를 탈 수 있었습니다.
수영을 하며 계속 생각했습니다.
“이것만 이겨내면 나머지는 다 할 수 있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수영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합니다. 앞도, 아래도, 옆도 잘 보이지 않는 바다에서, 저를 스치고 밀어내는 사람들을 오히려 의지하며 나아갔던 것 같습니다.
바꿈터에서 자전거를 타는 순간,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 이제 살았다.”
그런데 그 순간 바로 산처럼 높은 언덕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호흡도 아직 제대로 터지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저는 음료나 물이 중간중간 바로 준비되어 있을 줄 알고 물통을 챙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0km 지점까지 물통 없이 달렸습니다. 컷오프가 걱정돼 멈추지도 못하고 그냥 내달렸습니다.
그제서야 다른 분들 자전거를 보니 프레임에 에너지젤, 아미노산, 에너지바 같은 것들이 테이프로 붙어 있더군요.
아… 이건 브레베 300K와는 또 다른 고통이구나 싶었습니다.
고성은 생각보다 언덕이 많았습니다. 언덕이 나올 때마다 소리 지르며 탔습니다. 그래도 웃음은 잃지 않았습니다. 풍경도 아름다웠고, 간혹 앞 사람들을 제쳐갈 때, 특히 TT바 자전거를 추월할 때는 괜히 기분이 좋더군요. 하하.
우여곡절 끝에 사이클을 마치고 드디어 달리기가 시작됐습니다.
젖은 패드 때문에 사타구니가 다 헐어버린 상태였지만, 이제 마지막 종목만 남았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너무 더웠습니다.
제가 첫 바퀴를 돌 때, 상위권 선수들은 이미 완주를 하고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와, 사람 맞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20km를 도는 동안 수박을 정말 마시듯이 먹었습니다. 물만 보이면 몸에 쏟아붓고, 콜라와 물도 그동안 못 먹은 사람처럼 들이켰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가 너무 아팠습니다.
하지만 그 배마저 움켜쥐고 계속 달렸습니다.
브레베 때처럼 컷오프가 다가오는 것 같아 괜히 조급했습니다. 제 뒤에 있거나 저와 같이 뛰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았거든요.
마지막 바퀴 때, 손목에 몇 바퀴를 돌았는지 알려주는 밴드를 걸어주시던 분들이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아직 뒤에 뛰는 분들 많이 남았어요.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가셔도 돼요!”
그 말이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덕분에 페이스를 잃지 않고, 빠르진 않지만 끝까지 제 속도로 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
7시간 34분 06초.
저의 첫 하프 철인 3종 완주가 되었습니다.
브레베와는 또 다른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즐거움도 있었고, 사람들의 응원도 있었고, 끝까지 버텼다는 묘한 감동도 있었습니다.
자전거로 시작한 도전이 이렇게 또 다른 세계로 이어졌다는 게 너무 행복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브레베들과 철인 풀코스에도 도전해볼까 합니다.
그러기 위해 체중 감량과 식습관 개선도 제 새로운 도전 항목에 넣어보려 합니다.
이번에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자덕 생활 속에 또 다른 이벤트가 생기면 남겨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