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용히 혼자 자전거를 즐기다 보니 어느덧 40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항상 젊고 찬란할 줄만 알았는데, 일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러버린 줄도 모르고 살았네요. 물론 선배님들보단 아직 젊지만요. ㅎㅎ
저는 전역 후 23살부터, 아무것도 모른 채 군대 동기와 자전거를 구해 1년에 한 번씩 전국일주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세 번 정도 다녔고, 이후에는 학교 통학이나 동네 마실 정도로만 자전거를 타다가 30살에 결혼하고 일과 육아로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접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가족들과 캠핑 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자전거 행사를 보게 됐습니다. 가보니 유튜버 각시탈님이 진행하는 행사였고, 그 자리에서 각시탈님이 맞춰주신 자전거를 구입하게 됐습니다. 갑작스럽게 와이프 허락까지 떨어졌고요. 그렇게 저와 와이프, 아들까지 자전거를 맞춰 가볍게 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금으로부터 한 주 전 클리앙에서 랜도넌스라는 대회를 알게 됐고, 대회일정을 보니 4월 18일 300km 일정이 있더군요. 그전주것은 끝나서 접수를 못했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은 채, 귀신에 홀린 듯 참가 신청을 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가장 큰 착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20대 때 몸처럼 생각 없이 탈 수 있을 거라 여긴 것.
둘째, 대한민국 국토의 70%가 산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준비도 없이 나갔다는 것.
대회 일주일 전에는 최소한 100km는 타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안양에서 인천까지 왕복 100km를 탔습니다. 50km 타고 밥먹으며 30분쉬고 다시 50km타고 집으로 돌아왔죠 그때 생전 처음으로 봉크를 경험했습니다. 힘이 쭉 빠지면서 속도가 15km/h까지 떨어지더군요.
그래도 저는 “가면 되겠지” 스타일이라,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군대도 “가면 재밌겠지” 하고 지원했던 사람이라, 랜도넌스도 그냥 “가면 타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막상 가보니 정말 좋은 분들이 함께하고 계셨습니다. 참가 인원은 다른 대회보다 적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더 인상적이었고, 300km 중에서는 획득고도만 많아 보일 뿐 가장 쉬운 코스라는 말에 마음이 조금 놓인 채 출발했습니다. (누가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찾고싶네요)
하지만 저에게는 전혀 쉽지 않았습니다.
양평 넘어가는 길은 예전 첫 전국일주 때와 비슷한 코스라 추억도 떠오르고, 행복한 마음으로 영상도 찍으며 달렸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CP 터널 올라가는 길부터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고, 이후로는 언덕만 나오면 쥐가 났습니다. 그러다 보니 혹시 심장에 무리가 오는 건가 싶은 두려움까지 생기더군요.
포기할까, 정말 천 번은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함께 달리던 분들이 화이팅도 해주시고 보급도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보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력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갔던 터라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CP3부터는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이 구간을 넘으면 한동안 시골길이라 아무것도 없겠다” 싶어서 편의점이 보이면 무조건 멈춰 물과 단백질바를 챙겼습니다. 정말 힘들어서 오줌 눌 물도 없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까지 남은 분과 함께 힘을 내어 결국 19시간 40분 만에 들어왔습니다. 20시간 안에 들어온 겁니다.
그리고 도착해 보니 처음 랜도넌스를 설명해주시고 맞아주셨던 분들이 모두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다들 피곤하셨을 텐데도 저희를 정말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겉으로는 어느 대회보다 작고 조촐해 보였지만, 그래서 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클리앙에서는 늘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처음으로 긴 글도 써봅니다.
자전거당을 통해 랜도넌스를 알게 되어 바로 참가 신청을 했고, 또 다녀와서 이렇게 글을 쓰며 경험을 나누게 되니 느낌이 참 묘하네요.
마지막에 거의 함께 들어오신 분이, 이번 600km를 시간 안에 완주하면 내년에 프랑스 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짧게 준비해서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타면서는 그렇게 불평불만을 해놓고 말이죠. 하하.
또 재밌는 경험이 생기거나 나누고 싶다면 글도 남겨보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힘듦속에서 이상한 희열과 긍정으로 가득차는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롱으로 연습좀 하고 참가해야 할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페이스조절 + 제대로된 보급만하시면 끄덕 없이 란도너스 재밌게 즐기실 수있을듯합니다
완주 축하드려요!
찾아보니 4/18 이 제일 빨라서 손이 어느새 참가를 신청하고 있더군요 하하 감사합니다.
.... by 200k 전문 라이더
첫 도전을 300k로 하시다니 대단하신데요? 다음에는 더 여유있게 골인하시길... 다시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다음은 몸무게를 좀 많이 빼고 타야할것 같습니다! 감사해용
저도 한번 랜도너스 해보고 싶은데 언제쯤 해보련지... 겁만 잔뜩 납니다.
저는 200만 경험해 봐서
올여름에 밤샘 라이딩 생각중입니다.
김포 파주 아라 서울 양평 하면 300 정도 거리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100키로가 넘어서 70까지 빼면 .... 도전해봐야겠네요 ㅎㅎ
거기가 서보다는 조금 더 힘들긴 합니다만 풍경은 더 좋았을 겁니다.
첫 도전에 무사 완주 축하드리고 다른 브레베에서 뵙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