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자당에 미국 횡단 멤버를 모집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여건상 잘 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코네티컷에서 조지아주까지 약 1,600km를 갈 기회가 생겼습니다. 중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DNF 해야 했지만 사진 몇 장 위주로 후기를 남겨봅니다.

(출발 준비물: 여분 빕&져지 + 25000 보조배터리 + 업무 및 일기를 위한 아이패드 + 미러리스 카메라 + 이것저것)
처음 계획은 하루에 200km씩 총 8일을 계획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일이 있을 경우 대비해 +1일을 일정에 넣었구요. 짐 무게의 대부분은 아이패드랑 카메라 그리고 보조배터리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6kg 대 로드를 타기에 이렇게 무거운 자전거를 타고 잘 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브롬톤 G 라인 15kg + 짐 8~10kg?)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어차피 천천히 갈거면 무게며 에어로며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입니다. 평속도 아닌 항속이 20정도면 에어로도 필요없고 무게도 필요 없더군요. 그냥 아침에 두시간정도 일찍 일어나 더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새벽에 희망차게 출발해 코네티컷에서 열심히 달리다보면 뉴욕에 도착합니다.

(뉴욕 브롱스와 맨해튼을 연결하는 하이브릿지. 뉴욕시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합니다. (est. 1848))
사실 뉴욕은 자전거를 타고 종종 가기에 감흥이 없었는지 사진이 많이 없습니다. 한강 북쪽에 해군 함정 있는 것 처럼 맨해튼 허드슨 강 쪽에도 배가 있기에 찍어봤습니다. 다만, 항공모함으로 사이즈가 좀 크네요.

(허드슨 강 쪽에 전시되어 있는 항공모함. 그래 너네 군사력 센거 알겠다)
여행 중 음식은 주로 중식 아니면 햄버거 & 피자였습니다. 중식은 가장 가성비가 좋은 탄수화물 공급원이고 햄버거 & 피자는 가장 구하기가 쉬웠거든요. 하나 아쉬웠던 점은 중부으로 내려가면서 소울 푸드라고 불리는 프라이드 치킨을 먹고싶었는데 빨리 숙소에 들어가 쉬고싶은 마음에 중부의 프라이드 치킨을 먹지 못한게 한입니다.

(미국식 중식. 양이 어마어마하지만 오히려 좋습니다. 밥 담는 곳에 고기를 담아주고 반찬 담는 곳에 밥을 담아주는 센스)

(더블 햄버거는 정말 빵 사이에 치즈 + 고기 + 치즈 + 고기가 다입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먹으면 맛있죠)

(스파게티를 시켰는데 스파게티 피자가 나와 적잔히 놀랐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좋아..?)
계획하진 않았지만 뉴저지를 가다보니 프린스턴 대학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깨끗한 도시가 나오길래 뭔가 했는데 프린스턴 대학이 있는 도시더라구요. 초록이 우거진 캠퍼스가 인상깊었습니다.

(녹색이 잘 다듬어진 프린스턴 캠퍼스)

(녹색이 잘 다듬어진 프린스턴 캠퍼스 2)
숙소는 웜샤워(Warm Shower) 라는 룸 쉐어링 커뮤니티와 호텔을 이용했습니다. 웜샤워는 자전거 여행자만을 위한 커뮤니티로 내 집 빈 방을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공짜로 내주고 내가 여행할 때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커뮤니티 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무료인 것이며, 새로운 자덕 분들을 만날 수있고, 주변에 도로 환경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호스트와 대화를 해야하기 때문에 쉴 시간이 줄어들며 몇시까지 간다고 시간 약속을 해야 하기에 일정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아주 깨끗했던 웜샤워 호스트 방.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숙소중 하나. 이상하게 호텔은 아무리 좋아도 잠을 잘 자지 못합니다.)

(이번 여행 최고의 숙소 2. 친구집)
가장 좋았던 광경이라면 아무래도 아침에 워싱턴 D.C.를 지날 때 였습니다. D.C.는 그래도 여러번 가봤는데 해 뜰 때 지나가는 건 또 느낌이 다르더군요. 그 아침에도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모두가 지나가며 "Morning"을 외쳐주는 인심까지 더해 가장 기분이 좋았던 코스였습니다.

(갓 떠오른 햇빛을 받는 제퍼슨 기념관)

(일출 무렵의 D.C.)
여행을 떠나면서 펑크와 우중라이딩은 피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다 겪었습니다. 브롬톤은 펑크 수리가 꽤나 번거롭기에 튜브리스 셋팅을 하고 갔지만 황당하게도 자갈길을 가다가 타이어가 터져버렸습니다. 웃긴건 비포장 도로이기에 내려서 끌고 가는데 "펑"소리가 나며 타이어가 터졌습니다. 펑크 대비로 지렁이 + 실란트 + 튜브까지 챙겨갔지만 타이어가 터져버리면 무엇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예, 말 그대로 타이어가 터졌습니다.)

(망할 슈발베 프로원. 내가 다신 사나 봐라)
어찌어찌 히치하이킹을 했는데 저를 태워주신 분이 한국에서 16년간 사셨던 미국 분이셨습니다. 미군은 아니셨고 미군에 장비를 공급하셨다는데 40분간 차 한대도 안 지나가던 그 시골에서 처음 히치하이킹을 했던 분이 한국과 연이 있던 분이라니. 거기에서 타이어가 터진 저나 거길 지나가시던 그 분이나 우연이 참 신기했습니다.
근처 샵에서 타이어를 고치고 며칠 더 갔는데 결과적으로 개인 사정으로 인해 DNF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하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다행히 20인치 타이어 재고가 있는 샵. 정리된 공구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아래는 그냥 여분 사진입니다.

(직선이지만 꾸불꾸불 미국길. 획고는 높지 않은데 낙타등이 은근히 사람 힘들게 만듭니다.)

(Civil War 가 있었던 곳인가 봅니다)

(미국판 피사의 주택..?)

(힘들면 길바닥에 눕는건 세상 어디서나 똑같습니다.)
이젠 못하겠네요..
마라톤 쓰시다가 요즘은 컨티넨탈 Contact Urban으로 갈아타시고 내구성 보고 계시던군요
어반이란 이름 처럼 포장도로에선 마라톤보다 주행성능은 좋다고 하고요
& 히치하이킹 시도하는데 40분만에 나타난 사람이 태워줌
& 근데 그 사람은 예전에 한국에 16년이나 살았던 사람
대단한 우연이네요. 소설가 폴 오스터가 봤으면 좋아했을법한 얘기입니다.
여행도, 사진도 멋집니다. 끝맺지 못한게 좀 아쉽지만, 암튼 멋진 여행입니다.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