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동남아 인도차이나 4개국
현재 알바니아에 있는데 여기선 구글맵 타임라인 기능이 사용이 안되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11월 2일에 뉴질랜드에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인도차이나 4개국을 거치고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로 날아가 현재 유럽 횡단을 하면서, 지금은 여행의 거의 마무리단계로 접어들고 있네요. 6월 20일 아테네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러곤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면 여행기간이 약 8개월 정도가 되겠네요.
아테네가 최종 목표인데 그리스 물가가 비싸서 현재 알바니아 Saranda란 도시 호스텔에서 며칠 쉬고 있습니다. 마냥 쉬려니 심심해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살면서 근처 국가 관광 정도만 몇 번 해봤지 진짜 여행 다운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제 여행 준비과정과 여행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이 글 포함해서 두 세편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전 두 번의 긴 연애 실패 후, 곧바로 부모님께로부터 독립하여 직장 근처 경주에서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은 친구에게 전기 자전거를 한 대 빌려서 형산강 옆을 라이딩 하는데 꽃 냄새를 싣고 온 바람이 잊고 있던 제 옛날 기억을 살려냈습니다.
2011년 고등학생 시절, 야자가 끝나고 집에와서 자전거 세계여행자들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언젠간 나도 자전거로 여행을 해야지 하고 다짐했었죠. 10년을 넘게 잊고 살다가 이번이야 말로 잊었던 꿈을 실현할 절호의 찬스라는 사실을 직감했습니다.
저는 2014년에 자전거를 잃어버린 이후로 제대로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없습니다. 캠핑 같은 아웃도어 활동에도 담을 쌓고 살아서 이 쪽으로는 완전 문외한이었죠. 직장은 후임자가 구해질 때까지 다니기로 하고 그 동안 바이크패킹에 관한 정보를 긁어모으며 장비를 샀습니다.
가장 중요한 자전거. 자전거를 살 때 까지만 해도 이렇게 여행이 길어질 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여행용 자전거와 그래블 자전거 중, 일상 생활에서도 탈 수 있는 그래블 자전거를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자전거를 잘 아는 친구가 말하길, 괜찮은 바이크샵에 가서 할인율이 제일 높은 자전거를 사면 된다고 말하길래 대구 파라마운트로 가서 지금 제 자전거를 구매했습니다.(캐논데일 탑스톤 카본4). 캐논데일이 당시에 할인 행사를 진행중이었는데 카본 제품은 할인율이 40%나 되어서 카본으로 샀습니다. 이 때는 카본이 더 가볍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내구성이 약해서 장기 여행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은 몰랐죠.(당시 저는 직원에게도 1-2개월 정도 도로 잘 닦인 곳으로 여행갈 거라고 설명했었습니다.)
다른 장비에도 돈을 꽤 썼습니다. 제가 몇 km를 달릴 수 있는지, 제 몸뚱이가 얼마만큼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지에 관한 데이터가 전혀 없었기에 돈을 많이 투자하여 경량화에 올인했습니다. 그리하여 마련한 장비가 다음과 같습니다. 장비가 궁금하지 않으신 분들은 그냥 스킵하셔도 무방합니다.
카메라: 는 그냥 아이폰 16프로 들고갔습니다. 만족합니다.
텐트: MSR 허바허바 바이크팩2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습니다.
침낭: 꼴로르 에어라이트 400
수치상 컴포트 온도가 -2도라고 나와있지만 뻥스펙인지 제가 추위를 많이 타는건지 8도만 되어도 추웠습니다. 이 놈 때문에 고생을 좀 많이 했습니다.
유럽에서 너무 추워서 ‘씨투써밋 써모라이트 리액터 플리스’ 라이너를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이론상 침낭 안에서 15’C의 온도를 올려줄 수 있다고 하는데 체감상 5-7도 정도 였습니다.
휠셋 교체: 스포크 28개 → 스포크 36개 바퀴로 교체
치키니또님 아프리카 여행 준비 영상을 보면서, 아 나도 교체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바이클리로 가서 교체했습니다.
속도계: 가민 엣지 익스플로러2
말썽 없이 잘 작동했습니다.
이어폰: 샥즈 오픈런 프로 미니
골전도 이어폰이 다 좋은데 음량이 좀 작습니다.
거치대: 픽디자인 오토바이용 진동감쇄 거치대
편의성 측면에서 자석으로 된 픽디자인 거치대는 정말 최고입니다. 오토바이용은 진동감쇄 뎀퍼가 있어서 지속적인 진동으로 인한 핸드폰 고장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에어태그: 아이폰과 연동되는 위치추적 장치입니다. 자전거 안에 하나, 중요 가방에 하나씩 넣어뒀습니다. 내 아이폰 뿐만 아니라 근처 아이폰과 연동이 되면서 위치추적이 되는 원리입니다.
최근에 업데이트가 됐는지 굉장히 좋은 기능이 생겼더라고요. 계속 저와 같이 붙어있던 에어태그의 위치가 멀리 떨어지면, 근처에 에어태그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바로 알림이 옵니다. 이걸로 여러번 제 물건을 되찾았습니다.
타이어: 슈발베 마라톤 플러스 700 x 35c
말이 필요없습니다. 최고입니다. 8개월 정도의 기간동안 라오스에서 펑크 딱 한 번 났습니다. 독일에서 만난 웜샤워 호스트 Olaf 씨는 42년전 남미에서 알래스카까지 종주한 분이었는데 이 타이어 개발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개발 당시 장거리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타이어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장단점 피드백을 계속 받아가며 개발한 제품이라고 하네요.
다만 35 사이즈를 산건 실수였습니다. 42 정도만 됐어도 그래블 구간에서 스트레스가 좀 덜 했을 거 같아요. 10,000km 지점 오스트리아에서 뒷 타이어를 한 번 교체했습니다.(쿠팡에서 산 싸구려 머드가드의 폭이 좁아 35사이즈 보다 큰 걸로 교체 못 했습니다.)
짐가방: 오르트립 퀵랙, 오르트립 포크팩2개, 오르트립 그래블팩 2개
역시 실수입니다.
- 장거리 자전거 여행자들이 어느 정도 크기의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지 몰랐고
- 더 큰 제품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 두 제품만 나와서, 이게 그냥 최신 제품이구나 하고 샀습니다. 저는 오르트립 가방이 크기에 따라 종류가 많이 나눠지는게 아니라, 아이폰 15, 아이폰 16와 같은 개념인지 알았습니다. 그래도 가방이 작으니 무게도 덜 나가고, 그 만큼 넣어야 하는 아이템도 강제로 줄일 수 있어서 누구보다 가볍게 라이딩했습니다.
매트리스: 써머레스트 지라이트솔 발포매트 → 써머레스트 네오에어 엑스라이트 에어매트
지라이트솔을 자전거에 매번 꽉 묶고 다녀서 유럽에서부터는 숨이 다 죽었습니다. 바닥 한기를 전혀 막지 못해서 오들오들 떨다가 큰 맘 먹고 기변했습니다.
의자: 헬리녹스 체어제로
말이 필요 없음. 최고
수건: 씨투써밋 에어라이트 타월 S 사이즈
철저하게 수건까지 경량화 시켰습니다 🤣
노트북 파우치: Thule Gauntlet 3.0
최고의 노트북 충격 완화 파우치
스토브: 쿠팡에서 가볍고 싼 걸로 샀습니다. 중간에 고장나서 다른 걸로 바꿨습니다.
반합: 역시 가볍고 저렴한 걸로 구매했습니다. 중간에 코팅이 다 벗겨져 독일에서 다른 제품으로 바꿨습니다.
베개: 씨투써밋 에어로필로우 울트라라이트
보조배터리: 앤커 프라임 파워뱅크 대용량 보조배터리 20,000mAh
최고입니다. 정말 오지 중의 오지로 가는게 아니라면 굳이 보조배터리 여러개, 태양열 발전기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을 거 같습니다. 충전 속도가 무지하게 빠릅니다(100w). 방전된 보조배터리를 20,000mAh까지 풀 충전하는데 한시간 조금 더 걸려요. 20,000mAh면 보통 핸드폰 3-4번은 충전할 수 있는 용량입니다. 길가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잠깐 충전해도 핸드폰 배터리 걱정은 필요 없습니다. 단점은 비싸고, 당연히 충전기도 100w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는 걸로 가지고 다녀야합니다.
옷:
가장 신경을 안써도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그때 그때, 현지에서 날씨에 맞게 저렴한 옷을 사서 입다가 문제가 생기면 버리고 새로 샀습니다. 유럽 같은 비싼 나라 가기 전에만 미리 준비했습니다. 나중 되니 남은 옷은, 유니클로 히트텍 위아래, 잘 때 입는 옷 한 벌, 자전거 탈 때 입는 옷 한 벌이었습니다. 말하기 정말 부끄럽지만 저는 팬티 한장으로 8개월 생활했습니다. 매일 샤워하면서 빨고 입어서 말렸습니다.
비상약:
일반적으로 다른 분들이 가져가는 상비약들을 챙겨갔습니다. 장염에 걸렸을 때가 가장 골치아플 거라고 생각해 항생제를 미리 처방해갔습니다. 여행자 설사에 주로 쓰이는 항생제인 Azithromycin, Levofloxacin, Ciprofloxacin 중 하나를 잔뜩 들고 갔어요. 운이 좋게도 저는 8개월간 단 한 번도 배탈이 난 적이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여행 중에 아주 가벼운 감기를 두 세번 앓은 것이 다입니다. 아마 혼자 자전거를 타고, 캠핑생활을 주로 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옮아올 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전거 자물쇠:
간단하게 잠글 수 있는 잠금장치 + 뇌울림 도난방지 알람
자전거에 움직임이 감지되면 매우 큰 소리를 냅니다. 덕분에 맘 편하게 유럽에서 장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고프로, 가민 바리아(이건 확실한 돈낭비였습니다.), 자전거 져지 두벌을 들고 갔지만 필요 없어서 도중에 집으로 보내버렸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름난 브랜드에서 나온 캠핑 장비는 이름 값을 했습니다. 반면에 대충 산 국산이나 중국산 저렴이 제품은 여행 중 모두 한 번 이상씩 문제가 생겼습니다.
경로는 주로 Komoot을 이용해서 짰습니다만, 동남아에서는 Komoot보다는 구글맵 이용하는게 훨씬 나았습니다. Komoot은 차량통행이 적은 시골길로 우회해서 안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곳에선 지도에 있는 길이 실제로 없는 길인 경우도 많고 메인도로가 아닌 경우에는 도로 상태가 매우 열악한 곳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태국은 메인도로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가면 사나운 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트라바 지도는 히트맵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많이 다닌 경로는 파란색 선이 진해져서 참고 할만합니다.
8월에 직장 상사에게 그만둔다고 말했는데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서 10월 30일까지 일을 했습니다.(11월 2일 출국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10월 초에 일을 그만두고 배를 타고 일본으로 넘어가서 일본 자전거 여행을 먼저 해보는 거였습니다.(캠핑X) 그러곤 스스로가 자전거 여행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판단한 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른 국가로 여행을 지속할지, 멈출지를 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늘 그렇듯, 퇴사 일정 조차 제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다른 여행지를 생각해봐야 했어요. 11월에 날씨가 좋은 곳은 남반구 뿐이었죠. 뉴질랜드가 그나마 길쭉하고 사이즈가 괜찮으니,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그 곳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합니다.
뉴질랜드가 초보 자전거 여행자가 여행을 하기에 쉬운 국가는 아닙니다. 언덕이 많고(매일 1,000m 정도의 상승 고도) 비포장 그래블 도로가 많습니다. 현지인들 운전자의 매너가 좋은 편이지만 갓길이 넓지 않고 무엇보다 남섬(인구밀도가 말도 안되게 낮습니다.)으로 가면 현지인 차보다는 대부분 놀러온 캠핑카나 관광 버스라 쌩쌩 달리는 차들과 함께 달려야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과 위험을 상쇄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뉴질랜드는 정말 지상낙원이라는 말의 정의에 가장 근접한 국가라고 생각합니다. 현지 백인들과 마오리족들은 제가 여행하면서 가봤던 서구권 국가 사람들 중 가장 친절하고 우호적입니다. 지나갈 때마다 이들에게 덕담 한마디, 다정한 인사를 들었습니다. 캠핑장 가격은 평균 15,000원 정도이고 무료 캠핑장도 많습니다. 인간을 해칠만한 맹수가 살지 않는 나라여서 이론상 깊은 산 속 어디에서나 캠핑을 해도 됩니다. 실제로 이렇게 사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기도 했구요. 첫날 하루 숙소에서 자고 전부 캠핑하고 웜샤워를 이용했습니다
뉴질랜드 여행이 끝나고 저는 바로 크라이스트쳐치에서 방콕으로 날아갔습니다.

세계 자전거 여행자 커뮤니티 웜샤워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아이폰16프로로 찍은 별사진
유명한 선한목자교회

푸카키 호수는 진짜 예술입니다
마운트 쿡 가는 길
오스트리아 친구인데 경로가 겹쳐서 며칠 같이 하이킹했습니다.




글과 사진 너무 잘 봤습니다.
그리고 진짜 부럽습니다.👍
무사귀환하시고 다음 편 얼른 보고 싶네요 ㅎㅎ
무사귀환하시길 기도합니다!!
시간과 여유가 되신다면 여행 후기도 부탁드릴께요~
아들내미 다 크면 마누라랑 꼭 이렇게 여행가고 싶네요ㅠㅠ
해외에서 여행하면서 이런 후기 올리기가 정말 쉽지 않은데 귀한 글, 좋은 정보 잘 봤습니다.
여행 마무리까지 무사귀환하시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오세요.
오랜만에 자당 들렀다가 댓글 달고 싶어서 로그인했습니다.
/Vollago
50대초반인데 더 늙기 전에 자전거 장거리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디 안전히 잘 완주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런글 종류를 볼때마다 와 나도 한번 하고 싶다는 꿈은 가지는데, 떨쳐내고 쉽게 움직일수가 없네요..
준비 과정, 여행 과정 만만치 않았을 건데, 간단히 정리한 준비와 경치 사진만으로도 가슴이 콩닥거리네요 ^^
다른 여행지 후기도 부탁드리고, 남은 여행 잘 마치고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퇴사까지 바로 하시는 실행력 짱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