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초를 줄이기 위해 무려 5년이나 걸린 효율성 제로의 영역
종전까지의 남산 PR은 5분 30초였습니다. 남5북8만 찍어도 "오올~👍" 해주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스마트 로라의
등장과 뉴트리션의 발달, 체계적인 훈련 정보의 대중화는 무서운 속도로 동호인의 상향 평준화를 견인했습니다.
이제 남5북8은 "열심히 타네" 정도에서 패시브 하는 경향이 커졌고, 남산 리더보드에 3이란 숫자가 등장했습니다.
5년 동안 탈 때마다 전력을 다했는데도 요 모양이면 제가 뭔가 잘못한 거지만 어떻게 매번 그렇게 타겠어요;; 흘러간
시간이 5년이란 것일 뿐, 실제로 전력을 다해서 PR에 도전한 건 서른 번이 될까 말까. 그래도 단 1초조차 줄어들지
않는 게 남산이었습니다. 북악은 그나마 야금야금 시간을 줄여갔지만 남산은 요지부동, 난공불락.
오늘에서야 고작 4초 줄이는데 성공했네요. 5분 26초 동안 298w, 까짓것 우리끼리 2w 정돈 익스큐즈 해준다 치고
사실상 300w로 밟았단 얘긴데 꼴랑 4초. 올해 기록한 5분 피크 파워가 310w니까 태업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딱 여기까지구나 아쉬운 한편, 40대에 세운 기록을 50대에 갈아치웠다는 것만큼은 대견하단 생각이 드네요.
바람이 좋아 한 번 더 도전해 본 북악 아리랑 5.36km 세그먼트
오늘 남산에서는 바람이 동풍인 듯 동풍 아닌 똥풍 같은 동풍이었는데요. 아니 순풍빨을 제대로 받았으면 체중 54kg이
298w를 쏟아부었는데 최소한 10초는 줄었어야 되는 거 아냐?! 혼자 투덜투덜 대면서 북악으로 올라가던 중 볼따구에
스치는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드라고요? 팔각정 화장실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고 나서 곧장 아리랑으로 다운힐.
여러 개가 존재하는 아리랑 세그먼트 중 저는 '신도빌라'에서 출발하는 5.14km 짜리를 주로 봤는데 여기저기 보니까
5.36km 버전을 더 많이들 저장해놓고 사용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지난번 아리랑 PR 세웠을 때 5.36km는 5분 11초.
그럼 요거 순풍빨 받고 12초만 줄여보자고 맘 먹고 아리랑 고개 사거리 CU 앞에서 숨 한 번 크게 내쉬고 준비.
북악 주차장 통과하고 가민 화면에 PR 뜨는 걸 봤더니 오우야 예상보다 훨씬 더 줄였습니다. 순풍이었음에도 지난번
PR 세울 때보다 구간 파워를 10w 더 뽑아낸 덕분에 기록이 껑충 뛰어올랐네요. 아리랑은 이거면 됩니다. 13분대는
죽었다 깨나도 못 들어갈 거 같으니 14분 31초로 대만족. 바부탱 좋긴 뭐가 좋아 남산을 이만큼 줄였어야지 ㅠㅠ
오랫동안 사랑받는 술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
아마도 오늘 PR의 원동력은 엊그제 부부 동반 모임에서 친구가 통 크게 뚜따 해준 글렌피딕 18년 덕분 아닐까 싶은.
입술에 닿는 순간부터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마지막까지 너무 기분 좋게 마셨습니다. 열흘 동안 금주 중이었다는
사실도 망각한 채 꿀처럼 달콤하고 청사과처럼 상큼한 황금빛 액체에 넋을 잃고 말았네요 😍
부디 다음 주 (월간)레이스까지 좋은 기운 이어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라봅니다. 거의 무안단물급 신앙의 현장!
15년도 꽃밭에 누워 꿀 삼키는 느낌이었는데 18년은 청사과가 더해졌군요 ㄷ ㄷ
ㅎㅎㅎ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술들이 많은데, 그래서 더욱 멀리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는 대체 ㅠㅠ
남산 세번 가본 경기도인은 그냥 웃지요 허허
밖에서 자전거를 안타니 자태기도 오고 미치겄네유!
좀만 더 힘내시기를 ㅠㅠ
저는 작년에 서후고개 pr이 나올 정도로 경량화와 관리에 성공이였는데 올해는 꽝입니다. ㅜㅜ
그나저나 위스키 맛은 몰라서 다행입니다. ㅋ 근데 위스키는 초코케익하고도 먹나봅니다. ㅎ
또 하나는 예전엔 5분 파워만 쎄고 중장거리에선 맥을 못추는 사람들이 흔했는데요.
요즘엔 5분, 8분 파워 좋은 사람이 장거리도 잘 탑니다. 자기가 알아서 다 훈련하거든요.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