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아산온양-횡성 (351km, 3272m)
어제 밤 들어가기 전에 아침에 먹을 것 까지 전부 사들고 들어가서 먹고 만나기로 한 시간 오전 다섯 시.
나 때문에 지체된 시간을 벌긴 위해선 잠을 줄이는 수 밖엔 없다.
천안 부소산 CP에 도착한 것이 오전7시 30분.
내 기억에 부소산은 아공청천 스무고개라는 퍼머넌트의 대미를 장식했던 더러운(...) 경사도의 업힐이었는데 다시 가본 부소산은 경사도는 그리 쎄진 않지만 양방향으로 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공사차량과 엉망인 길에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
천안, 안성, 평택, 화성을 지나 쭉쭉 진행한다. 업힐은 없지만 차량들의 위협 운전과 큰 차들이 다녀 망가진 도로에서 조심하며 달린다.
시내에 들어와 신호에 멈춰서 다시 출발할때마다 체인이 박살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질러본다. 체인 떨어지는 소리와 어울려 두 배로 시끄럽다.
푼짱님이 멈출땐 이너로 변속하고 출발하라고 조언해주신다.
아, 그러면 되겠구나 감사합니다. 푼짱님. 그런데 형님 출발하실때마다 댄싱으로 가시면 전 어떻게 따라가죠?
서울 CP인 닥터바이크에 가서 다시 한번 정비를 보기로 한다,
아무래도 아우터체인링이 문제인 것 같다. 문제는 닥터바이크에 체인링 재고가 있냐는 것인데..당연히(?) 울테R8000체인링은 없단다. 랜도너 단톡방과 지인들에게 수소문 해본다.
클리앙의 간큰남자님께서도 응원차 닥터바이크에 와 계신데 자기일처럼 수소문 해 주시고 어렵게 구한 체인링을 퀵으로 받아주셨다. 서울까지만 잘 가보자.
점심을 먹고 제부도를 들어왔는데 처음으로 코스 설계자의 악의가 느껴지는 코스가 나온다.
서울400 코스의 역방향으로 제부도를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억지로 뺑뺑 돌리고 가장 심한 것은 설섬이란 곳으로 들어가는 길인데 고각의 군데군데 바위가 박힌 등산로를 자전거로 가라고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업힐만 있으면 아쉬울 거라 생각했는지 다운힐도 그런 길이다. 자전거가 부서지든 사람이 다치든 둘 중에 하나는 조지겠다는 의도가 너무 보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랜도너중에 정상은 없다.
시흥, 안산,다시 시흥을 거쳐 드디어 광명! 조금만 더 가면 서울CP인 닥터바이크다.
닥터바이크에 도착하니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셔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더구나 간큰남자님은 푼짱님과 나를 꼭 안아주시면서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신다.
기분이 조금 더 이상해진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남자품에 안겨 눈물 짓는 남자는 되기 싫지만 이미 늦었다.
간큰남자님이 준비해주신 체인링을 닥터바이크 대표님이 교체해주신다. 공임비를 여쭤보니 무상이란다.
...나는 ‘날’ 위한 도전인데 이 분들은 ‘우리’의 도전이다.
푼짱님은 여기서 댁이 가까워 집에 들러 정비 후 출발하신다고 하셨고 난
반달님이 챙겨주신 밥상을 받아들고 간큰남자님과 앉아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는다.
그런데 젓가락질이 잘 되질 않는다.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어색한 젓가락질로 밥을 입이 밀어넣는다. 뭐지.
그렇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운 채 서울의 동쪽을 향해 다시 페달링을 한다.
언제부턴가 왼쪽 아킬레스건의 통증이 무시 못 할 정도로 커졌다. 아프다고 멈출 것인가. 아니다. 그럼 계속 가야한다.
하남, 구리, 남양주를 지나 양평에 들어왔다. 용문을 지날 때 푼짱님은 오늘 여기서 주무신다고 했던 말이 기억났다. 하지만 난 더 가야한다.
원래 오늘 나의 목표는 평창의 진부였지만 적어도 횡성까지는 가야 남은 이틀 안에 동해안 코스를 끝낼 수 있다.
밤안개가 짙게 깔린 어두운 도로를 달려 횡성에 들어왔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자 와이프한테 부탁해 숙소를 예약해서 바로 숙소로 갔는데 방에 자전거를 들여 놓을 수 없단다.
복도 구석에 두라고 하는데 자전거도 내 짐이고 다른 손님들에게도 가져온 짐을 밖에 두라고 하냐니 사장님께 물어보겠단다. 직원인가 보다. 그럼 나도 열낼 필요 없다.
사장님이 오셔서 방 벽지에 자전거 바퀴 자국이라도 나면 다른 손님께 서비스할 때 폐가 되기 때문에 밖에 두라고 한 거라며 이번만 방문사이 신발 벗는 공간에 잘 두라고 하신다.
굉장히 시설관리에 신경쓰시는 사장님이시다. 이젠 잘 수 있다 오전 2시.
참고로 그 날 내가 머문 방 사진을 올린다.
루팡질 하면서 쓰는 거라 자꾸 짧게 끊게 되네요. 죄송합니다;
알고보면 방 정리 빨리 할 수 있게 일찍 떠나주는 고마운(?) 란도너들인데...
닥바에서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짬짬히 적어주시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무탈하게 탈고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저도 나를 위해 기억해 둘 문장을 기록해 둡니다.
나는 ‘날’ 위한 도전인데 이 분들은 ‘우리’의 도전이다.
하지만 슈렌 그랜드 분들 그리고 요며칠 2030 올리시는 것 보면 애 장난이었구나 싶습니다 욕보셨어요
이번에 정말 숙소에서 고생을 많이하신것 같아서 제가다 속상하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