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쓸 생각도 못할 만큼 급하게 했던지라
후기 사진이라 할만한게 없습니다.
(스크릿샷만 많습니다.... ㅜㅜ)
사진 없는 글이 길면 읽기만 힘들 것 같아
최대한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하지만 실패했습니다.........)
이번 주말, 갈만한 벙이 안보여서 고민 중 갑자기
부산-서울 귀신에 씌여 수요일 밤에 결정하고
금요일 밤에 부산으로 떠났습니다.
일기예보를 확인합니다.
토요일 일기예보(부산, 경주, 이화령 여주 서울)를 보니
일단 제가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에는
소나기 확률이 적어 보였습니다.
경로는 쌍문동 개장수님의 부산-서울 로그로 정했습니다.
저도 18년에 서울-부산 라이딩을 해서
경로가 있었지만 남쪽 구간 길이 좋지 않았습니다.
개장수님께서 한 때 부-서를 지인들과
연례행사로 진행하셨던 터라 그 경로가 신뢰가 갔습니다.
(연례 행사라니.. 무서운 분... ㄷㄷㄷㄷ)
코스를 받아서 현재 지도랑 꼼꼼하게 비교하고
갸우뚱한 부분은 거리뷰를 보면서 다시 수정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역시나... 공사 중이거나 새 길을 깔아버려서
라이딩 중 경로 이탈로 뜨는 경우가 좀 있었습니다.
(지방도는 공사의 연속...)
코스를 짠 다음엔 쉴 포인트를 정하고
경로상의 편의점을 찾았습니다. (비상시 편의점 포함)
60km에 하나를 목표로 하고 50 - 70 범위로 잡았습니다.
정리해서 카톡에 공지로 저장해놓습니다.
준비물은 랜도너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굳이 적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적어 보면 아래와 갔습니다.
파워젤 10개
약물조합가루 3회분
(베타알라닌, 타우린, 글루타민,
크레아틴, 말산시트룰린, BCAA 조합)
프로틴 바
비타민2알
18650사이즈 보조배터리 2, 배터리 어댑터
USB C/5핀 케이블
예비튜브, 펑크툴, 육각렌치
10장들이 물티슈, 비날장갑
소형비닐팩과 고무줄
(악천후시 사이클링 컴퓨터에 씌우기 위해)
체인왁스(작은 물약병에 넣어서)
패드크림 1포
집에서 출발 전에 간단한 저녁 식사를 합니다.
꿀과 땅콩버터를 가득 바른 토스트 4조각과
우유, 계란 스크럼블을 먹었습니다.
미리 영양제도 먹고 단백질 파우더도 더 타 먹었습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다이소에서 반사조끼를 삽니다. (중간에 버리려고...)
드디어 8시 부산 출발 고속버스를 탑니다.
(어쩌다 보니 프리미엄 고속버스)
저의 장대한 계획은
버스에서 4시간 자고 라이딩을 한다였지만... 개뿔...
뒤척이다 1시간을 잔듯 만듯 한 채로 내립니다. ㅜㅜ
역시 긴장을 했나봅니다...
보통 마지막에 찍는 사진을 .... ㅎㅎㅎㅎㅎ
금요일 밤이라 조금 밀린탓에
0시 30분 넘어서 부산에 내렸습니다.
터미널에서 첫 번째 보급으로
빵과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물을 채웁니다.
(약물도 섭취)
보급에 대해 언급하자면 1회 보급시 총 칼로리가
최소 600을 넘기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총 단백질량도 최소 10그램을 넘기게 잡습니다.
(다들 아실 테지만) 소화도 잘 되야 하고요.
1시가 돼서 출발합니다.
아내의 텔레그램으로 실시간 위치를 전송합니다.
남부지방엔 제가 도착하기 직전에 비가 내렸는지
땅이 젖어있고 공기는 엄청 습합니다.
수시로 짙은 안개 구간이 나왔습니다.
고글에 물방울이 맺혀서 시야를 방해할 정도입니다.
(해가 뜰 때까지 이랬습니다.)
결국 마지막엔 고글을 벗었습니다.
지독한 근시인데도 이 편이 훨씬 낫더군요.
다이소표 반사조끼는 땀배출을 차단해버려서
새벽까지 땀에 쩔은 채로 달렸습니다. ㅜㅜ
그리고 이놈의 반사조끼는 상당히 헐렁해서
공기 저항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와후 볼트를 가지고 처음 해보는 야간 라이딩이라
액정 조명을 키면 배터리가 얼마나 빨리 닳지 몰라서
10초 발광모드로 하고 갑니다. (새가슴.....)
이 부분은 결론을 말하면 5시간 정도는 버텨주고
그 다음부턴 쉴 때 수시로 충전하면 된다입니다.
남부지방은 야간 라이딩 중에 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차들도 굉장히 여유롭게 거리를 두고 지나갔습니다.
오히려 한밤중에 혼자 라이딩 하는 미친놈을
안쓰럽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미칠 듯한 습도와 안개를 재치고 약 2시간 지난 후
첫 번째 보급지인 68km 지점
경주 IC 휴게소까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걱정했더니 역시나 문을 닫았네요. ㅜㅜ
파워젤만 흡입하고 화장실만 갔다가 다시 출발합니다.
78km 지점 비상 보급지도 문을 닫았습니다.
계속 조마조마한 맘으로 달리는데
82km 지점 비상 보급지인
이마트24 대동주유소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스포츠음료와 쥬스, 빵, 가져온 프로틴바 반을 먹습니다.
그곳 관리자께서 가끔 자전거로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미친) 사람들을 봤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저보고도 서울로 가냐고
애처로운 눈빛을 하시며 물으시더군요. ㅎㅎㅎ
잠깐의 휴식을 마친 후 다음 보급지를 목표로 달립니다.
잔뜩 흐리지만 4시가 지나면서부터
하늘이 파르스름 해지는 것이 보입니다.
얼른 사이클링 컴퓨터도 조명 없이 보고 싶고
조끼도 벗어버리고 싶었습니다.
5시반쯤 134km 지점 두 번째 보급소인
CU 군위부계점에 들어옵니다.
반사조끼를 버리고 져지를 벗어서 짜니까
땀이 쭉 나옵니다 -_-;;;
셀카는 물에 빠쥔 생쥐 꼴이라
도저히 찍을 수 없었습니다. ㅎㅎㅎ
가게 들어와서 먹을 것 고르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립니다. (결정장애...)
빵(코알라표 빵... 아직도 있더군요),
프로틴 음료, 카페인 음료를 마셨습니다.
두 번째 약물도 섭취합니다
그리고 이때와서 안건데
거치대에 설치된 와후랑 스탬 사이에
5핀 케이블이 안끼워집니다. -_-;;;
이렇게 좁은줄 몰랐네요... ㅜㅜ
이래저래 쇼를 하다가 결국에
쉬는 동안 충전하는 걸로 결정합니다...
(빨리 서울에 도착해야할 이유가 생겼.....)
해가 뜰 것에 대비해 선크림을 바르고 출발합니다.
반사조끼를 벗어서 그런지, 카페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서부터 다음 보급지까지 상당히 힘도 나고
같은 힘에 비해 속도도 잘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7시 반경에 세 번째 보급지인
190km 지점 CU 의성다인점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 다음 보급지까지 거리가 70km로
라이딩 중 가장 긴 구간이라 보급에 좀 신경을 씁니다.
1+1인 닭죽을 먹었습니다. (염분 섭취 등등 생각해서)
그리고 초코바랑 쥬스를 마십니다
편의점 옆에 있는 하나로 주유소에서
모닝응가로 경령화 후 패드크림도 바르고 (....)
체인에 체인왁스도 바르고 출발합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해가 간간히 구름 사이로 나오지만
여전히 습합고 간혹 여우비도 날립니다.
이제 체력적으로 몸이 떨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이 때부터 머릿속에
‘아... TSS도 이정도 채웠는데...
터미널...? 터미널?... 터미널???’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들기 시작합니다.
이화령을 패스하고
이화령 터널로 가는 코스를 짠 건데
느낌엔 이화령 올라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ㅜㅜ
문경 이화령 앞에서 육회 비빔밥 먹고
탈출할까란 생각이 간절히 나더군요. ㅎㅎㅎ
생각을 묻어두고 꾸역꾸역 페달을 밟습니다.
다운힐에서도 왠만하면 페달링 하는데
이 때부턴 속도가 40 이하로 떨어질 때 까지
무조건 엉덩이 들고 에어로 자세를 취합니다.
엉덩이도 쉬고 다리도 쉬고...
그런데 하도 많이 하니까 이젠 상완근이 아픕니다.
평소에 팔굽혀펴기를 했는데도 그렇네요.
그렇게 밟고 밟아 10시쯤 260km 지점의
네 번재 보급지인 칠성휴게소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여긴 참 먹을 것이 없네요.
음료에 간식도 팔긴 하지만
확실히 일반 편의점만 못합니다.
식사도 팔지만 소화에 오래 걸리는 것은 패스라
선택사항이 아닙니다.
그래도 없는 거 보단 낫다 생각하고
카페인 음료, 초코바, 그리고 팥빙수,
프로틴바 나머지, 마지막 약물을 먹습니다.
이 때부터 속이 불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장거리 라이딩을 하면 꼭 이 시기가 찾아옵니다.
파워젤만 먹어도 트림이 나오고 속이 부대끼는 느낌...
이 때 처음으로 라이딩 톡방에
부산 - 서울 라이딩 을 하고 있음을 알립니다.
자당에도 이 때 징징대는 글을 썼습니다. ㅎㅎㅎ
다시 선크림을 바르고 ‘그래도 이젠 2/3 왔는데...’
라는 생각이 들며 ‘어떻게든 가즈아~~~~’ 로 바뀝니다.
원래 계획은 327km 지점에서 쉬는 거였는데
나야케져서 이제부터 바뀝니다. 한 번 더 쉬기로 합니다.
12시에 301km 지점 CU 음성생극점에서 쉽니다.
충북 음성에서 경기 이천으로 진입하는 경계죠.
편의점 주인께서 왜 재미없게
혼자 라이딩 하냐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아무도 같이 안 간다고 해서
혼자 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ㅎㅎ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기에
부산에서 왔다고 하니... 잘못 들은 줄 아시더군요. ㅎㅎㅎ
몇 시에 출발했냐 해서 1시에 출발했다고 하니...
더더욱 못 믿어 하십니다. ㅎㅎㅎ
초코바와 우유, 팥빙수를 먹고 출발합니다.
경기도에 진입하니 다시 힘이 납니다.
그런데 이 때부터 라이딩 경로가 서쪽인데
바람도 서풍입니다.
다시 마음이 쭈굴쭈굴 해지네요... ㅜㅜ
용인까지 진입하는 그 길이 왜 그렇게 힘들던지..
10개나 가져온 파워젤도
용인 진입 전에 2개만 남았습니다.
12시 50분쯤에 350km 좀 못미처 있는
GS25 용인중부대로점에서 마지막 보급을 합니다.
초코바와 쥬스, 팥빙수로 보급을 마치고 다시 출발합니다.
용인시내에서는 확실히 신호가 많이 막힙니다.
생각보다 그 시간이 많이 잡아먹히더군요.
일단 탄천만 나와라 하고 갑니다.
탄천까지 가는 길에 3번 정도의 업힐이 나오는데
업힐 하나당 남산 느낌이었네요. ㅜㅜ
어찌 어찌해서 탄천에 진입했더니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보통 같으면 비를 피하겠지만
이미 정신은 나가있는 상태고...
그냥 탄합을 향해 달립니다.
탄천에서 마지막 힘을 쏟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자도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탄천 수서역 부근에서 보라원님이 기다리고 있었더군요.
(근데 자전거 타는 중 톡을 보내면 어떻게 앎? ㅋㅋㅋ)
그런데 저를 부르는 소리를 제대로 못 듣고
지나가 버렸습니다. ㅎㅎㅎ
나중에 알고 봤더니
텔레그램 라이딩 방에 실시간 위치를 뛰어놓은 걸
자당분들이 계속 보면서 이야기 하고 있었더군요. ㅎㅎㅎ
(하지만 처음부터 아내한테서는 아무 말이 없....)
그렇게 탄천에 3시 42분에 도착을 했습니다.
14시간 42분이 걸렸네요.
평속 30은 참 머나먼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탄천에 주저앉고 누워서 한동안 일어나질 못했습니다.
누워서 사진 한 장 찍었습니다.
몰골은 완전 개판이라 셀카 찍으려다가 접었습니다. ㅜㅜ
한참 있다 자전거로 집까지 복라를 하려고 했는데
엉덩이와 심장이 거부하더군요.
탄천에서 압구정 역까지 자전거로
기어가다시피 해서 전철 타고 복귀 했습니다.
50와트로 밟는데도 몸이 못 견디더군요.
저만큼 타는데 평균파워 50W에 TSS 1 나왔습니다.
완전 퍼진거죠.
오후 8시에 자서 오전 8시에 일어났습니다. ㄷㄷㄷ
장거리 타임어택은 오래 계획하면
엄두가 안나서 미루게 되고...
그냥 삘 받았을 때 얼른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라이딩은 추천 안합니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세요. ㅎㅎㅎ
덧 : 쿨한 아내의 카톡... (화났나...??? ㄷㄷㄷㄷㄷ...)
넙죽 꾸벅!!!!!
음성이면 바로 옆인데 미리 알았으면 응원갔을텐데 너무 아쉽네요.
중간 역풍도 있다 글쓰셨던데, 이게 가능한가요? ㅎㄷㄷ
다시한번 차이를 느끼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난다긴다 하고 정말 빠르다고 했지만... F1 차량을 만난 스톡카 처럼.. 급이 너무 달라요..
항상 차조심 하시고 근육, 인대 부상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무박 부서 라이딩 성공 축하드립니다 ㅎㅎ TSS 많이 쌓으셨으니 좀 쉬세요....
/Vollago
추가 ) 남산님을 해외로 !! 미국횡단, 타이완 콤 이런거 가셔야 될 것 같아요
부산-서울 평속이 얼마라구요??? ㅎㄷㄷㄷㄷ
"빠르네.." 끝. ㅋㅋㅋㅋㅋ
그래도 남산님 한테는 자당 팬들이 있으니깐요. ^^
대단하세요👍🏻👍🏻👍🏻
중간중간에 짠 과자라도 드시면 속도 좀 편하고 심리적으로도 좀 나을 겁니다. 리커버리 잘 하시길.
설마 전기자전거 타신거죠 ㅎㅎㅎ
정말 정말 고생 많으셨고 대단하십니다. +_+
오늘은 더 대단하시다....생각이...
반만 쫒아가도 좋으련만...ㅋ
수고하셨습니다
평속보고 지렸어요 ㅋㅋ
혹시 몸무게 전/후 재보셧나요? (이런게 궁금한 1인)
-0- 저 고등학교 때 식스팩 있을 때의 몸무게와 같네요. ㄷㄷㄷㄷㄷㄷ
복근도 한번 까시죠~ ㅎㅎ
늘 안라하시길요~^^
랜도너 나가서 감자 사서 귀가 했을때 글 부터 천상계임....
경이로운 기록에 리스펙입니다.
ㄷㄷㄷㄷㄷㄷㄷ
뭐... 차로 가도 저는 힘든데...
진짜 너무너무 이해가 안가네요 후덜덜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