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올라운드 기함 두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타막 SL7을 구매하고, 당시 이미 소유중이던 슈퍼식스 에보 Ultegra와 간략히 비교해보았는데, 성능차이는 동호인 수준에선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었어요. 근데 정말 간략하게 비교해보았었고, 또 스펙차이도 엄연히 존재했었습니다. (기함 vs Ultegra 구동계의 중급기)

이후 낙차로 인한 크랙으로 슈퍼식스 에보의 프레임을 Hi-Mod로 바꾸게 되었고, 이왕 프레임을 Hi-Mod로 바꾼김에 구동계, 휠셋, 핸들바 및 스템도 업그레이드를 했어요. 중급기에서 플래그십이 된거죠. 

두 자전거 모두 사이즈는 54입니다. 상세 스펙은 위에 적어놓았고요. 타이어의 경우 슈식스는 비토리아 코르사 2.0, 타막은 터보 코튼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타막은 완전 순정 그대로입니다 (안장만 Selle Italia로 교체, 두 자전거 모두 동일 안장 장착)

가민 마운트 (앞/뒤), 룩 페달, (슈식스 사진엔 안보이지만) 물통케이지 2개까지 전부 포함한 무게가 슈식스는 7.35kg, 타막은 7.2kg입니다. 페달과 가민 마운트, 물통 케이지를 제외하면 두 자전거 모두 6kg대로 디스크 모델중에서는 가장 가벼운 편이죠. 슈식스가 현재 구성으로 150g 더 무거운데, 엔비 에어로 스템, 엔비 에어로 핸들바, 렉마운트가 좀 무거운 편이라 그런것 같습니다.  물론 구동계도 다르고, 휠셋도 달라서 1:1 비교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주세요. 

실제 라이딩시 느낌은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것과 다르게 슈식스가 좀 더 딱딱하고, 타막이 좀 더 부드럽습니다. 물론, 타이어나 휠셋등이 다르니 정확한 비교는 어렵습니다. 만약 모든 구성이 같고 프레임만 다르다고 해도 제가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승차감은 그냥 제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고 이해해주시고 넘어가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다른 분이 타시면 또 느낌이 다를수도 있죠. 

슈식스 조립은 제가 직접 작년 겨울에 했는데, 겨울 내내 날씨가 안좋아 본격적인 테스트 라이딩은 최근에서야 시작했어요. 동네에서 수십번 다녀본 segment를 이용 두 자전거를 비교해보게 되었고, 여기 그 결과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동호인 수준에서는 이 두 자전거의 성능차이는 '없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 보시죠.

 

같은 segment에 대한 strava 기록입니다. 왼쪽은 슈식스 결과, 오른쪽은 타막 결과에요. 두 테스트 사이에는 몇일 시간차가 있으나, 날씨 (온도), 바람은 거의 동일 합니다. (바람없는 날로 골라 테스트했습니다.) 이 segment는 제가 그동안 수십번 라이딩 했던 곳이라 아주 익숙합니다. 2.63km거리, 57m의 획득고도, 2.2% 경사도입니다. 두 테스트의 평균파워를 최대한 일치시키려 했으나, 완벽하게 똑같이 만들지는 못했어요. 슈식스 결과에서 심박수가 좀 이상한데, 가민 와치가 간혹 저럴때가 있습니다. ㅠㅠ 그래도 속도/시간/파워 결과 비교에는 상관은 없어요. 

슈식스의 경우 평균 286w로 달렸고, 타막의 경우 277w로 달렸습니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슈식스가 3초 빨랐으나, 파워가 평균 9w 높았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죠. 

자 어떤가요? 이 정도면 두 자전거 사이의 성능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좀 더 확실히 알아보기위해 라이덕의 simulator를 이용해보았습니다. 저는 라이덕 시뮬레이션 결과보고 깜짝 놀랄수 밖에 없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결과가 너무나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기때문이죠. 제 몸무게 및 신장 정보를 넣고, 슈식스 에보 자전거 정보, 그리고 코스 정보를 넣은뒤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4분 58초가 나왔습니다. 실제 결과랑 너무나도 정확히 맞아 떨어지네요. 

타막 정보를 넣고 시뮬레이션 돌려봅니다.

타막의 경우 앞림의 높이가 51mm, 뒷림은 60mm입니다. 라이덕에선 림 높이를 50mm 혹은 65mm만 설정할 수 있어, 두가지 다 해보았어요. 림 높이를 50mm로 설정하면 결과는 5분 2초, 65mm로 설정하면 5분이 나옵니다. 두 결과의 평균은 5분 1초. 실제 277w로 라이딩한 결과도 5분 1초입니다.  저는 이때 거의 소름이 돋았어요. 이렇게까지 결과가 정확하게 나올수가 있나 싶더라구요. 

이렇게 슈식스, 타막 실제 라이딩 데이터를 넣고 라이덕 시뮬레이션을 검증한 결과, 적어도 제 라이딩 조건에서는 매우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슈식스와 타막은 지오메트리도 좀 다르고, 싯포스트 및 튜브의 단면 모양도 좀 다릅니다. 타막 SL7은 벤지 완차를 단종시킬 만큼 올라운드지만 에어로하게 설계되어 나온 자전거라는건 다들 알고 계실거에요. 

그런데 라이덕 시뮬레이션에선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없으며, 둘 다 그냥 올라운드 자전거로 선택해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시뮬레이션과 실제 라이딩 결과가 똑같다는 것은, 라이덕 시뮬레이션 계산에 들어간 공기 저항 parameter값이 최신 자전거들의 aero 효과를 잘 반영하고 있으며, 최신 올라운더 자전거들간의 에어로효과 차이는 사실 거의 미미하다고 봐야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럼 슈식스 시뮬레이션에서 파워만 286w -> 277w로 수정해서 결과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면, 타막과 비교가 될 수 있겠죠?

슈식스 데이터 그대로 넣고, 파워값만 277w로 바꾸었을때 시뮬레이션 결과는 5분 3초가 나왔습니다. 즉, 슈식스로 같은 구간을 286w가 아니라 277w로 달렸다면 결과는 5분 3초가 나왔을거라는거죠.  277w로 달린 타막 실제 라이딩 결과는 5분 1초였습니다. 

자, 그럼 슈식스가 타막보다 5분 기준으로 2초 느립니다. 5분 기준에서 2초는 사실 굉장한 차이죠. 이 결과만 놓고보면, 타막이 더 성능이 좋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사실 이 결론도 맞는게, 지금 슈식스 구성 그대로 타면 타막보다 느릴겁니다. 

하지만, 타막 현재 구성은 앞뒤 림 높이가 51mm/60mm, 슈식스는 앞뒤 모두 45mm라는 이라는 차이점이 있어요. 그리고 슈식스 현재 구성은 타막 현재 구성보다 무게도 150g 더 나가죠. 

만약, 슈식스의 현재 모든 조건 그대로에 림높이만 좀 증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림 높이 65mm 기준 라이덕 시뮬레이션 결과 (277w) 는 5분 1초가 나옵니다. 여기에 무게를 7.35kg에서 7.2kg으로 줄여서 시뮬레이션을 돌리면 결과값이 5분으로 나오며, 이는 타막 시뮬레이션 결과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결론을 내려볼께요.

1. 타막과 슈식스 모두 실제 라이딩 결과와 라이덕 시뮬레이션 결과가 정확히 일치. 즉, 최소한 이 두 자전거는 라이덕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호 비교가 어느정도 가능함

2. 슈식스 현재 구성 그대로, 파워만 286w에서 277w로 줄이면 타막보다 5분기준 2초 느림

3. 슈식스 현재 구성에서 림 높이와 무게를 타막 기준으로 조절하면, 두 자전거 사이의 결과차이는 없음

4. (위에 적진 않았지만) 타막 현재 구성에서 림 높이와 무게를 슈식스 기준으로 조절해도, 동일한 결론

5. 위 실험 조건 (5분 평파 약 280w, 대략 2.6km, 2.2%, 화창한 날씨, 대략 섭씨 15도, 바람 거의없음) 기준에서 두 자전거의 성능 차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호기심이 생겨 간단히 테스트해보았는데, 예상대로 동호인 파워 수준에서는 두 자전거 차이는 거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