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 접이식 미니자전거 (브롬톤, 다혼)등을 타다가, 지난 6월 처음으로 로드 자전거를 샀어요. 원래는 로드에 입문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꽤 커서, 아동용 자전거들이 더 이상 맞지않아 브롬톤과 다혼을 물려주고 나니, 자전거를 더 사야하는 상황이 된거죠. 처음엔 그래블 자전거를 알아봤어요. 마침 사는 곳이 뉴욕주 시골이라, 가까운곳에 호젓하게 그래블 라이딩을 할 수 있는 곳이 꽤 있거든요. 멋진 경치를 즐기면서, 차없는 곳에서 샤방하게 라이딩하려는 목적이었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지난 봄/여름 그래블 자전거는 미국에서 품귀였어요. (지금도 구하기 힘듭니다.) 브랜드 상관없이 재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급 로드 자전거를 하나 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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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검댕 수퍼식스 에보)
당시 여러 삽에 방문도 해보고, 전화도 해보고, 자덕 선배님께 상담도 해서 결정하게 된 모델이에요. 트렉 대리점은 재고도 별로 없고 기존 거래가 없던 고객이라 그런지 새로 바이크 주문하는 것에도 호의적인 반응이 오지 않더라구요. 자이언트 매장들은 흠.. 일단 재고도 많지 않았지만, 완차를 사는데도 소비자 권장 가격 그대로 + 따로 조립비까지 요구했어요 (두곳 모두)
위 사진에 보이는 바이크샵은 캐논데일/스페셜 대리점인데, 처음 전화로 문의했을때는 그닥 친절하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방문해보니 친절하기도 하고, 재고는 없지만 최대한 빨리 구해줄 수 있다고 하는데다, 샵 주인이 자덕이라 본인 자전거가 여러대. 직원도 자덕이라 직원 자전거도 여러대. 그리고 그 자전거들을 마음대로 시승할 수 있게 해주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마침 그 자전거들도 다 저한테 맞는 사이즈더라구요. 조립비를 요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매장에 재고 있는 자전거를 사는것도 아니고, 제조사에 새로 주문을 넣어야하는 상황인데도 10%의 할인까지... 여기서 구매를 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었죠. ㅎㅎ
그래블은 (탑스톤이나 Diverge 모두) 최소 3개월은 기다려야한답니다. 그럼 타막이나 수퍼식스 에보냐가 남는데, 타막은 sl6 끝물이기도 했고, 슈퍼식스는 신형인데다 구성품도 타막보다 나았습니다 (카본 휠 포함). 디자인도 제 눈에는 타막보다 이뻐보였고요. 잠시의 고민끝에 수퍼식스 에보 울테그라 기계식으로 주문 후 2주 채 안기다리고 수령했어요. 샵 오너의 개인 자전거도 완전히 같은 모델인지라, 시승도 해보고 결정한거죠.
이 자전거로 로드에 입문하게 되서 나름 애착이 있습니다. 스트라바 개인 기록도 이 자전거로 세워보고, 클빠링도 이 자전거로 처음 해보고, 로드의 신세계를 맛보게 해준 자전거죠.
그러다 크랙이 났는데, 캐논데일에서 무상 보증을 해주면서 Hi-Mod 프레임으로 교체됩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bike/15430991?po=0&sk=id&sv=rrobot&groupCd=&pt=0CL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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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된 프레임으로 첫 200km 도전하기도 하고, 교체된 프레임 데칼도 이쁘고 해서 가장 좋아하는 자전거 였는데요...
풀 인터널이 가능한 프레임인데도, 기계식이라 변속 케이블이 외부에 있는게 거슬리기도 했고, 또 전자식 구동계의 편리함을 익히 아는지라 (네, 타막 sl7도 같은 샵에서 구매했어요 ㅠ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cm_bike/15293139?po=0&sk=id&sv=rrobot&groupCd=&pt=0CLIEN )
언젠간 슈식이도 전자식 구동계로 업글해줘야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멀린에서 Dura Ace DI2 그룹셋을 1600달러 가격대로 판매하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처음엔 앞뒤 드레일러 및 좌우 레버만 구매해서 업그레이드 하려다가, 결국 듀라에이스 11-30 카세트, 듀라에이스 파워미터 내장 크랭크셋, Enve 스템 및 핸들바, 셀레 이탈리아 C59 안장, 그리고 Bora WTO 휠셋까지 구매하게 되는데요. 그러다보니 원래 완차에 있던 부품은 하나도 없이 완전히 새로운 자전거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에 12단 나오는 것도 고려했는데, 이미 기존 11단이 충분히 훌륭하고, 또 할인도 많이 되기 때문에, 굳이 12단을 기다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새로 나오면 수급도 어려울테고, 가격도 비싸겠죠.
이렇게 추가 구매하게 된 이유는, 기존 슈식스를 기함으로 업그레이드 하고도 싶었고, 또 슈식스에 달려있던 부품들로 로라용 자전거를 하나 더 꾸밀 계획을 세우게 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동안 슈식스를 와후 키커에 물려 사용중이었는데요. 카본 프레임으로 로라 돌리는게 아무래도 좋을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좌우 흔들림 없이 페달질을 하려해도 어느정도의 좌우 진동은 항상 생기는데 (제가 초보라 그런가 싶어 선수들이 로라사용하는 유튜브 영상들도 찾아봤네요),, 프레임이 뒷 쓰루액슬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보니, 프레임 변형 혹은 최소한 피로가 프레임에 누적되는 상황을 피할수 없다는 판단이었죠.
자 이제 문제는 조립을 샵에 의뢰할 것이냐 직접할 것이냐였는데, 제가 로드 입문한 이후로 자전거 타는것에 약간 진지해져서 왠만한 정비는 집에서도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직접 조립해본다면 자가정비에 많은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조립해보기로 했죠. 우리에겐 유튜브가 있으니까요..
직접 조립을 한다고해도, 비용적으로 유리할 건 없었어요. 공구들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평소에는 쓰지 않는 BB 제거 및 설치 툴, 케이블 라우팅 키트, 스티어러 커팅 가이드 및 카본용 톱, 각종 그리스 및 Anti Seize, 크랭크 제거 툴, 토크 렌치, 브레이크 블리딩 킷등이 필요했습니다. 크랭크/비비 제거하는 방법도 제조사마다 제각각이고, 사용되는 공구도 제각각이라 비용도 많이 들고 해메기도 했지만, 공구들 사놓으면 향후 자가 정비할때 다 쓸수 있다는 생각으로, 조립비보다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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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어요. 일단 BB의 종류부터. 그냥 BB30이 아니더라구요. PF30a였습니다. 시마노 크랭크셋은 스핀들 직경이 24mm이기때문에 PF30a -> 24mm BB를 새로 주문해야했어요. 모든걸 온라인으로 했기때문에 시간은 좀 걸렸지만, 나름 재미있는 개인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세라믹 베어링의 효과를 믿지는 않지만, 마침 세라믹스피드 BB 딜을 발견해서 일반 BB가격 비슷하게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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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드레일러 제거 및 설치는 간단했습니다. 그냥 볼트 풀러 제거하고, 볼트 조여서 설치하면 됩니다. 핸들바 레버도 마찬가지. 문제는 케이블링이었는데, Di2 케이블 라우팅이 쉽지 않은 작업이었어요. 풀 인터널 프레임이라 케이블 라우팅 키트를 이용해도 프레임 안에서 stuck되기도 하고, 곤란한 상황을 좀 겪었습니다. 특히 헤드셋 안으로 케이블 넣어 다운튜브쪽으로 라우팅하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케이블링 하다 열받아서, 왜 무선 Sram Axs를 선택하지 않았나 후회도 좀 했고요. 그래도 어짜피 개인 프로젝트라 천천히 꾸준히 접근하니까 라우팅도 결국 다 마칠 수 있었어요. 케이블 라우팅 키트를 이용하지 않는것이 어쩔때는 더 쉬울때도 있었고요. 케이블링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 좀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일단 케이블링까지 다 마치고나니,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어요. 변속 세팅, 브레이크 블리딩, 스티어러 컷, 헤드셋 장착, 바테입 감기등을 유튜브를 보며 다 완성했습니다. 혹시 자가조립 도전해 보실 분들 강추 드려요. 다 완성하면 굉장히 뿌듯하거든요. 제가 참조했던 유튜브 사이트들 다 알려드릴께요 ㅎㅎ
이렇게 몇일 만에 자전거를 완성했습니다. 원래도 애정이 있던 제 첫 로드 바이크인데, 이제 정말 최애 바이크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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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a WTO의 스포크는 정말 예술. 내눈엔 너무 이쁘다)
바 테입은 기존걸 재활용했어요. 바테입 처음 감아보는거라, 해보다 망하면 버릴 요량으로 시작했는데, 제법 이쁘게 감을 수 있었습니다. ^^; 리자드 스킨 쫀쫀하고 좋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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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파놀로 휠에는 캄파놀로 로터를... )
보라 WTO는 정말 이뻐서 샀어요. 글로시 프레임과 글로시 카본휠은 제법 잘 어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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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은 셀레 이탈리아 C59입니다. 초경량 안장인데, 굉장히 불편할 거라 예상했었거든요. 근데 Harder is softer라고, 쿠션없이 단단히 지지해주니까 단거리에선 오히려 더 편한 측면이 있습니다. 여러 안장을 테스트해봤는데, 저에겐 단단하고 폭이 좁은 안장이 잘 맞는것 같아요. 그리고 모든 라이딩 상황을 다 커버해주는 단 하나의 안장보다는, 목적에 맞게 쓰는게 저에겐 좋다는 결론도 내렸구요. 장거리용 안장은 역시 셀레 이탈리아의 Superflow SLR 씁니다. 고종석 선수가 똑같은 안장 쓰는거 보고 굉장히 반가웠어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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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거의 Full Internal Cabling이 가능합니다. 타막 SL7과 같은 수준이죠. 캐년의 신형 에어로드 처럼 스템 내부 및 스티어러 내부로 케이블링이 가능하지는 않지만요. 직접 케이블 라우팅 해보니, 왜 캐년의 신형 에어로드가 대단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정비성은 최악이겠죠ㅎㅎ) 가민 마운트는 렉마운트에요. Di2 호환 핸들바를 찾다보니, 엔비 에어로 스템과 핸들바를 구매했는데, 굉장히 만족합니다. 에어로 핸들바가 너무 두껍지도 않고, 아주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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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직접 자전거를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original 부품은 단 하나도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저의 첫 로드 바이크, 저의 첫 조립 바이크, 저의 최애 바이크가 되었습니다. 핸들바, 안장, 크랭크셋, 카세트등에서 경량화가 되어, 기존 8kg (페달제외)에서 6.9kg (페달제외, 가민 마운트 포함) 으로 무게가 줄었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well-balanced all rounder가 아닌가 싶어요.
직접 자전거를 고쳐보려고 해도 필요한 장비와 공간, 노하우 덕에 포기하게 되는데 대단하십니다.
문제는 대충 보기 때문에... 필요하면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저도 대부분 자가정비를해서 직접 조립도 해보고는 싶은데..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될것 같아보이네요..ㅎ
대단하십니다~ 용기와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글도 술술 잘 읽히고 자전거에 대한 ex610님의 사랑이 뿜뿜하네요. 안라하세요.^^
너무 늦은감이 있지만 기억이 안나시면 패스하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