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함과 나약함, 볼품 없음의 삼투압 여과기술을 통해 정제된 고농축 액기스같은 제가 로드 바이크 입문한지가 벌서 5년이 되었네요.
그 5년 사이에 집에서는 짝퉁 트로트 가수 불러 오순잔치 해야 한다고 놀림당하며 케이블 티비에 비슷한 또래 한때 청춘스타가 목늘어난 메리야스 입고 야구 빠다 후드리고 침과 땀을 튀기며 샌드백 두들기는 건강보조식품 하고 치매 보험 광고 유심히 보게 되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만. 우쨋던 간에, 가면 갈수록 말하고 생각을 전하는 논리 자체가 무너져서 그냥 조용히 말수도 줄이고 따라서 후기같은거 적지 않는게 오히려 낫다고 했는데, 횡설수설이라도 이번 플레시 후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포토 바이 날카롭고 정갈한 스마일맨님)
반지의 제왕의 역대급 스케일이나 초원이 다리는 백만원 다리 같은 맴찢는 감동 없고요 , 거리나 시간순으로 연대기 식으로 적지도 못하겠고요 ㅋㅋ 잔잔바리 기억나는 일들만 간단하게 점심시간에 풀어볼까 합니다. 뭐 귀찮아서 대충 쓴다는걸 이리 푸는지 ㅎㅎㅎ
제가 5년전에 처음으로 플레시란걸 해볼때는요, 정말 나이도, 이름도 심지어는 닉네임도 모르는 분들과 했습니다.
그때 알던 분 한분이, 플레시란걸 하는데 나도 모르는 사람인데 같이 껴보지 않겠냐 해서 암 생각 없이 '넹' 했고 그게 시작이었죠. 그리고 저한테 제안했던 분은 사고로 인해서 빠지고요 ㅋ. 그때 근데 첫 플레시를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장거리 팀라이딩이 추억이 되려면 서로의 실력을 잘 알고 서로의 성격도 잘 알고 있어야만 이게 가능하다. 이것도 지금 5년전이라 풀 이야기가 많긴하지만, 같이 이름도 모르고 닉네임도 모르고 나이도 모르는 탔던 분들한테 누가 될까봐 차마 적지는 못하겠네요. 하튼 코스대로, 규정대로 다 탔습니다만 주최측에 이유는 묻지 말아주시라 부탁하고 자진 DNQ 했습니다. 첫 실패! ㅋ
그리고 나서 알았죠. 실력도 비슷해야 하지만, 정말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팩으로 달리면서 뒷 사람 얼굴에 정면으로 가스를 분출해도 인체의 신비로움과 엔진 연소의 부산물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과만이 추억을 쌓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결과적 4수생'을 시켜서 플레시팀을 꾸리게 되고, 불빛만 보고 날개 타는줄 모르고 덤비는 순진한 멤버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합니다.
(이런 사진 얻을 수 있다고 꼬시는 겁니다 ㅋㅋㅋㅋㅋㅋ)
하튼 올해 코스 보시죠.
불나방의 똥쌍피, 잠냥님이 설계하신것인데 정말 완벽했습니다. 약 40,50 킬로마다 배치한 cp는 자연스럽게 cp 이외 구간에서는 휴식을 허용하지 않았고요 (그냥 아무때나 길거리 드러눕는 화상들 때문에 계획이 무너졌습니다만 ㅋ) 끝내주는 주변 경관하며, 새만금 타임트라이얼 구간, 변산반도 낙타등에 다 털리고 케이던스 60찍는게 힘들게 될 무렵, 춥고 배고프고 졸립고 엄마 보고 싶고 그럴때 내장산을 넘게 만들고 마지막 아무도 없는 길거리에서 덜덜 떨다 들어가서 억지 감동을 짜내는 그런 코스 되겠습니다.
악 쓰다보니 귀찮아 . 후기왕님 요약체를 빌려옵니다
1. 플레시는 브레베중 단연코 가장 힘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밤샘 라이딩이 강제시되고 팀라이딩이기 때문에 혼자 갈수도 없고 버려질수도 버릴 수도 없습니다. 준비가 되지 않으면 백퍼 민폐 확정됩니다. 장비 준비 말고도 멘탈 그리고 체력적인 준비도 필수 입니다. 그만큼 어려운데, 또 그만큼 10년 우려먹을 안주거리로 남기도 합니다. 그래서 5년차인데도, 적응되서 말랑말랑해질만 한데도 전주까지도 엄청나게 걱정을 해 댔씁니다. 아..올해 많이 타지도 않고, 나이는 먹고, 이거 큰일이다!!! 확 출발하기 전에 프레임 크랙이라도 발견해야 발을 뺄수 있으려나? 그런일 없고요.. 깨어나보니 출발일입니다 허허.
2. 이번에 그나마 정말 다행인건, 멤버 그 누구도 펑이 안났습니다. 다들 타이어 가신지 얼마 안되었거든요 ㅋㅋ 플레시전에 타이어 갈고들 가시죠 펑에서 자유롭습니다 ㅋ
3.어쨋던 진짜 게임은 250킬로 지점부터. 한시간만에 팩으로 로테돌며 돌파할 줄 알았던 새만금 방조제를 통과하는데 세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속도로는 못들어 갈거 같더라고요. 뭐든 어떠냐 포기하지 뭐.. 근데 그때부터 잠냥님 빈스님과 눈물의 풀개스 어택. 그리고 생거지가 되었습니다.
4. 내장산을 넘고 마지막 cp에 생각보다 엄청 빨리 왔습니다. 그동안 잃었던 시간을 새벽에 밟아서 다 회복했죠.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 기뻤습니다. 근데 .. 추웠습니다. 그래서 동네 슈퍼 장닭들이 임재범 샤우팅을 할때, 일찍 문 연 곳에 가서 벌꿀 음료와 과자를 사먹었습니다. 마지막 cp가 파출소 앞인데 거기서 확 불 피울 생각도 했습니다 ㅋ 설마 잡혀 가겠어.
5. 담양 한 시골의 천사분. 수퍼 주인 아주머니가 구들방을 내어주시며 몸을 녹이라고 합니다. 따뜻한 장판위에 앉아 있다보니, 세상 너무 좋습니다. 그때 문득 양말에 빵구가 나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너무너무 고맙고 편하고, 괜시리 눈물도 나올거 같고..아 자고 싶다.자고 싶다..눈이 감긴다 눈이 감긴다. 아수라발발타.....안녕 마이 러브, 그때 목욕탕에서 칫솔값 안내고 간거 미안해요 일부러그런게 아니야...... 그렇게 니르바나로 빠지기 직전 대천사로 부터 문자가 옵니다.
6. 로직님이 맥모닝 커피를 사들고 cp까지 힘내라고 찾아와 주셨습니다. 와.. 정말 말로 표현 못할정도로 뭔가 가슴에서 불끈합니다. 따끈한 커피와 햄버거를 먹고 나니 다 꺼져가던 불씨에 신나를 들이부은 듯 다시 확 살아납니다. 로직님 어디 돈 떼이신거 있으면 제가 빤스만 입고 가서 그 집 거실에 드러눕겠습니다.
7. 마지막이다 밟아보자. 27킬로 남았습니다. 7시 정각이 되자 저희 출발합니다 인증 문자 사진을 보내놓자 마자 엄청난 속도로 잠냥님이 끌기 시작합니다.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붙고 그 다음에 죽어보자. 가민에 남은 거리가 엄청난 속도로 줄어드는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와 ..이 사람들 밤새 잠한숨 안자고 350킬로 달려온 사람들 맞아?
8. 운암 엠티비에 도착합니다. 이제 막 상차리고 계셔서 순식간에 불청객이 되어버렸습니다. 왜 이리 빨리 왔냐고 ㅎㅎㅎ 네..1착이네요 ㅋㅋㅋ 의미 없지만 하튼 1착입니다. 의미 없지만 다른 분들보다 개미똥꼬만큼 조금 더 빨리 왔습니다. 의미 없지만 다른 분들 들어올때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건낼 수 있습니다. 의미 없지만.. 오순잔치 미뤄도 되겠네 생각이 들었습니다 ㅋㅋ 의미 없지만..이 사진을 그 누구보다도 빨리 찍을 수 있었습니다.
뭔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우리 불나방들 (그리고 웬수들) 사랑합니다.
저도 매년 그랬어요..이번이 마지막이야 절대 안해!
근데 5년째 한번도 안빠지고 참석하고 있네요.
그런 후기도 5년째 쓰고 있고요. ㅎㅎ
인생이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플레시 꼭 하세요
나만 죽을 순 없지.
불쌍한 4수생좀 누가 거둬가 주시고요 ㅋ
구들방에서 몸들을 좀 녹이셔서 무사완주 하신거 같기도 하고요. ㅋ
그래도 사진보니 비는 안맞으신거같네요?! 다행입니다.
항상 플래쉬땐 비오고 이번에도 예보있길래 역시나 그랬는데 ㅎㅎ
저도 현타와서 이제 당분간 랜도너 안해야지 하고 신청안했는데
이런거보면 문득 다시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네요
먹구름의 토템.... 뭐.. 주어는 없습니다만.
역시 클라스! 대단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로직님에게 큰 돈을 빌리시거나 중고거래 하실 분은 여봉선님의 용안을 한번씩 떠올려주셔요.
나이 얘기 하셨지만 실력 어디 가나요... ㅎㅎㅎ.
그래도 수고하셨고요. 완주 축하드립니다!!
내년에 북동풍 코스로 거둬 드릴까요?
저야말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약한 멘탈과 비루한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여봉선님처럼 저도 나이 먹어서까지 꾸준히 운동을 즐기는 멋진 사람이 되어보고 싶습니다ㅎ 완주 축하드립니다!
그나저나 이 끔찍한걸 5년이나 하시다니.....대단하심다.
말씀하시면 설득력 제로 입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쾌속으로 질주하시던 모습이 선하네요.
내년엔 저도 한번 도전해볼까합니다
어마어마하네요.
보고 마이베리나에스님인 줄 알았어요 같은
핑크 질랫인데 누구는 모델 누구는 프랑크
진공 포장 ㅋㅋㅋㅋ
역시 클래스는 영원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광주에서 다함께 완주하고 뵈오니까 두 배로 반갑더라고욤 ㅎㅎ
뭐죠 이 봉선님 삘받으신 필력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팩으로 달리면서 뒷 사람 얼굴에 정면으로 가스를 분출해도 인체의 신비로움과 엔진 연소의 부산물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과만이 추억을 쌓을 수 있겠다 "
이부분에서 너무나 심장이가 뜨끔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벌써 플래시는 3번이나 같이했네용.. ㅋㅋㅋㅋㅋ 레알 아싸 고인물된듯 허지만
우리만 뜨거우면 된거니까요 ㅋㅋㅋㅋ
언젠간 다같이 광주에서 밥먹고싶네용
이번에도 불나방열차 가동하시느라 넘나 욕보셨고 즐거웠습니당 자세한건 고기드시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
멋진 팀원들과 함께하신걸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