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좀 더 편해질 때 글을 쓰려고 했는데 그 날이 언제일지는 까마득한 느낌이고, 걱정하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일단 현재 상황까지 정리해서 올려 드립니다.
시작
9월 29일 오후 1시30분
낙차를 했습니다. 야트막한 오르막을 올랐고, 늘 그러했듯이 정상에서 쉬지 않고 바로 다운힐을 하면서
무엇때문인지 오른손을 잠시 떼었습니다. 아마도 고글을 잠깐 바로 쓰려고 했나봅니다. 고글에 손이 닿는
순간, 분명히 눈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핸들이 털립니다. 직전에 속도계를 잠깐 보았는데
시속 39 정도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트라바에서 낙차 직전 속도를 보니 정확하군요.
정상에서 쉬지 않을 때에는 정상 다다르기 전부터 기어를 높이면서 가속을 하기에 다운힐이 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속도가 제법 올라간 상태이고, 또 한 손을 놓은 상태여서 전혀 브레이크를
잡지 못한 채로 조향이 틀어져서 휘청거리게 됩니다.
이 때, 순식간에 오만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낙차로구나, 일행들은, 핸들을 다시 잡을 수 있을까?
아내에게 혼날텐데, 자전거 접어야 하는가? 라는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면서 몸을 어찌할
새도 없이 손으로 짚으려는 생각도 없이 오른쪽으로 내동댕이쳐지면서 순식간에 제 앞에 살점이
날아가버린 오른손바닥이 보이며 왼쪽으로는 헬멧으로 아스팔트 바닥을 갈고 있었고, 고글은
그러다가 저 뒷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면서 다행히도 머리랑 얼굴이 살았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오른쪽 팔과 허벅지에 극심한 고통이 찾아옵니다.
순간적으로 혼자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직감하고 크게 소리쳐 막 앞서간 일행을 부릅니다.
다행히도 먼저 코너를 돌긴 했지만 제 소리를 듣고 허겁지겁 올라온 일행은 저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라네요.
극심한 통증은 있지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으로 버틸만은 했지만 움직일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부축을 받아 길 옆으로 가서 눕고, 또 연락을 받은 몇 분이 합류하십니다. 밀려오는 통증과 함께,
저때문에 망쳐버린 오늘의 라이딩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물밀듯 다가옵니다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잘 수습하는 일만 남았기에 119를 불러달라 하고는 가급적 움직이지 않는 자세로
누워 있습니다. 대충 보니 손바닥보다는 오른팔꿈치의 깊이 패인 상처가 지혈이 안되는
상황이네요. 지인 분께서 당황함을 감추시고 지혈해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119로 후송,
다른 상황 처리중이라고 해서 꽤 늦을 줄 알았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 신속하게 도착해서
응급처치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후송해 주신 양구119 팀에게 감사드립니다.
춘천으로 후송되면서 119 대원께서 아내에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해 주시고, 아내더러
춘천으로 와달라고 부탁을 하면서 백배 사죄하고 통화를 마무리합니다. 혹시 모르니
목 보호대를 착용해 주시더군요.
응급실
저 말고도 자전거 사고로 후송된 분이 한두 분 더 계시더군요. 대면은 못했는데 MTB를 타다
사고를 당하신 것 같고 그 분도 꽤 다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춘천 응급실을 대체로 주말에
더 바쁘더군요. 주말에 레저로 여행 왔다가 사고를 당하시는 분들이 많은가봅니다.
어쨌든, 증상이 있는 부위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드레싱 하고, 이리저리 침대에 누운 채로
끌려다니며 X레이 찍고, 잘 안나오는 부위는 다시 찍고, 의심가는 곳은 CT까지 찍었습니다.
이때는 몰랐는데 목 보호대가 늑골 안쪽 부위를 압박해서 그 통증이 이틀 정도 가더군요.
어쨌든 검사 결과 팔꿈치, 어깨 골절로 판명되었습니다. 연락을 받은 여동생네와 함께
아내가 도착을 했고, 저를 걱정해서 병원까지 별도로 와주신 지인 분께서는 따로 귀가를
합니다. 처음에는 같은 차로 귀가를 하자고 했었는데 그 때부터 세시간 이상을 지체한
후에야 병원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먼저 가신 것이 올바른 결정이었네요.
귀가
저때문에 놀라, 오면서 가벼운 접촉사고까지 낸 동생네 부부에게 신세를 져서 간신히
자전거와 함께 집으로 후송됩니다. 자전거는 일단 창고에다가 던져두었습니다.
일단 레버가 돌아간 것만 육안으로 확인했는데 자세한 것을 몸이 다 나은 후에 정확히
상태를 봐야 하겠습니다. 오른쪽으로 넘어졌으니 구동계들도 멀쩡하지는 않으리라
추측합니다만 그것보다는 일단 내 몸이 우선이니까요.
귀가하니 저녁 열한 시 경이 다 되었네요. 춘천 응급실이 의외로 응급환자가 적은
상태였는데도 이러한데 만약 서울의 큰 병원처럼 바삐 돌아가는 응급실이었다면
아마도 당일에 처치받고 병원을 나서기는 힘들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어쨌든, 다음날은
휴일이니 병원에 가야 어차피 또다른 응급실이라서 통증이 있지만 약으로 버티며
월요일날 근처의 괜찮다는 정형외과를 방문합니다.
정형외과
조카가 무릎 수술을 했던 이 병원이 의외로 스포츠 선수들이 많이 찾는 병원이었군요.
신모 여자 골프선수, 몇몇 유명 야구선수들이 여기서 치료를 받았다고 하고 실제로
몇 분들의 사인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서울의 의료환경이 좋다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가져온 영상 자료와 처치 내역을 제출했지만, 다시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X레이, 초음파,
피검사, MRI까지 촬영을 한 후에, 오른쪽 손목의 추가골절을 발견합니다. 이틀동안
처치했던 상처 부위도 다시 치료합니다. 모두 춘천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메디폼을
사용하는군요.
일단 상처 부위는 양쪽 어깨(왼쪽 어깨는 부딪힌 기억도 없는데 옷이 찢어졌고 상처가
났네요), 양쪽 무릎, 오른쪽 팔꿈치, 오른쪽 허벅지, 오른손바닥, 왼쪽 볼, 왼손등 까지
총 9군데로군요. 게다가 부러진 곳 3군데, 지금 돌이켜 보니 작은 부상이 아니네요.
아마도 내리막에서 제법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제동을 전혀 하지 못하고 조향도 안되어
부상이 커진 것이라 봅니다.
어쨌거나, 오른쪽 어깨 골절은 그냥 두면 된다는 결론이 났고, 오른손바닥 골절은
끝에가 살짝 붙어있는데 그 부위가 수술을 하더라도 예후가 안좋은 부위라서 일단은
6주정도 지켜보는 것으로 결론을 지으시더군요. 문제의 오른팔꿈치가 끝에 관절
부위가 세조각이 났고 조금 이탈된 상태라서 수술을 해야 하는 것으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주치의가 화요일 오후가 수술 일정이 있으셔서 바로 입원을 당합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자복을 입어보고 병원에 입원도 하게 됩니다. 정신은 멀쩡한데
오른쪽 상반신을 거의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입원을 하고 왼팔에는 주사기를 꼽으니
사용할 수 있는 손이 아예 없어져 버렸습니다. 해서 환자 모드...
수술
수면 마취를 하게 되었습니다. 잠깐 숨쉬고 깨어보니 수술이 끝났고, 오른팔 여기저기가
땡기고 쑤십니다. 수술하시면서 패여서 날아가버린 팔꿈치 살들도 같이 꼬맸습니다.
이후로 주말까지 병원에서 회복하게 됩니다.
퇴원 및 현재
계속 운동을 한 덕분인지 회복이 빠르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토요일 퇴원 판정을
받았지만 아내를 위해 하루 더 입원해서 일요일 오후에 퇴원했고, 일단 밀린 업무
때문에 월요일부터 불편한 몸이지만 출근해서 계속 야근을 하고 있습니다.
수요일부터는 깁스 대신에 보조기를 차고, 팔을 움직이면서 재활을 하고 있습니다.
메디폼을 붙였던 데는 약한-보통 정도의 곳은 2일-10일 정도에 메디폼을 제거했고
상처가 깊거나 넓은 네 군데, 양 무릎, 오른 팔꿈치, 오른쪽 어깨에만 아직 메디폼을
붙인 상태입니다. 아마도 다음 주 화요일 병원 방문시에 오른쪽 팔꿈치를 제외한
다른 부위의 치료는 완료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의외로, 팔꿈치에 철판(티타늄?)을 대고 핀을 박는 수술을 하면서 근육과 인대들을
이리저리 움직여서(그럴 수밖에 없는 수술이겠지만) 근육통과 인대로 인한 뻐근함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관절 수술에 재활이 왜 필요한가 했더니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해야되겠구나 싶습니다. 수술 삽입물로 인한 팔꿈치를 움직일 때 바깥쪽에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집니다만 이건 제거할 때까지 익숙하게 달고 지내야 할 숙명이 되었습니다.
작은 범위 내에서 팔을 움직이는 데 지장은 없지만 보조기 착용으로 인해 오른 손목의
깁스가 불가능한 상태라서 오른팔을 사용하는 데는 지장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예전
낙차때 사용했던 팔목 보호대가 있어서 이것을 착용하니 손가락을 쓰는 타자 정도는
할 수 있네요.
향후 계획
앞으로 두달 정도는 손목, 어깨, 팔꿈치의 뼈들이 잘 붙기를 바랄 뿐이고, 그러면서
재활을 병행하여 11월 중순경 부터는 가볍게나마 다시 안장에 올라가기를 희망합니다.
필드 라이딩은 내년 4월부터 시작할 예정이구요, 일단은 동계에 라이딩은 접고
재활과 롤러 훈련에만 전념할 계획입니다.
이유는 좀 더 여유있는 란도너링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저도 200을 8시간대에 들어오고 싶고,
300은 광부를 해 떠있을 때에 부산에 도착하고 싶고,
400은 20시간 정도에 마무리하고 싶고,
600을 역시 해가 떠있을 때에 완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랜드를 하면서 두시간 이상 잠을 자고 싶고
SBS는 이틀만 자고 사흘 이내에 끝내고 싶어서 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되고 능력이 된다면
PT-31을 완주하고 싶고,
내년에 다시 열리는 서울 600도 무리 없이 완주하고 싶고
더 능력이 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싶습니다.
이것을 마친 후에는 퍼머넌트 코스를 모두 완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난 후에는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던가, 아니면 우리나라의 새로운 코스를
만들고 있겠지요. 아마 병행하게 될 지도 모르겠군요.
그러기 위해서 파워를 좀 올려야 하겠기에 일단 목표를 250W, 62kg으로 잡았습니다.
병원에서 여기저기 진단을 받으면서, 예전에도 한번 판정받았던 쓸개에 담석이 있다는
것에 추가하여 약간의 지방간 판정까지 받은 상태라서 어쨌든 체중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기는, 60키로 후반대로 올라선 것이 불과 2-3년 사이
이니 이 무게가 저에게는 굉장히 낯설 대역입니다. 40 후반까지만 해도 60키로
후반대의 몸무게는 저기 다른 세계, 다른 인종의 체형으로만 알고 살았던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나의 목표와 건강을 위하여 파워와 몸무게에 목표를 세우고 기왕에 엎어졌으니
넘어진 김에 뒹굴어보자는 심정으로 이번 겨울 시즌을 보낼 생각입니다.
기타
사이클링 아카데미를 다니며 피팅을 조언받은 결과 스템을 110mm --> 100mm
--> 90mm 로 순차적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이 결과 피팅에는 가장 적합하고
힘을 쓰기에도 적합해졌습니다. 장거리시 손저림도 완전히 없어져서 한동안 맨손
라이딩을 한 이유가 되기도 했구요(져지를 좀 덥게 입은 경우 장갑을 벗으면 그나마
체온 조절이 되어 버틸만 하더군요). 그런데 90mm가 되면서 조향이 좀 불안정
해졌는데 보통은 다운힐 시에 핸들바를 세게 민 상태로 탔습니다. 그러면 불안한
조향을 어느정도는 보상할 수 있어서요. 그런데, 이 두개의 조건이 이번 낙차에서
작으나마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퍼포먼스와 편안함을 약간 희생하더라도
안전을 위해서 스템을 다시 100mm로 되돌릴 계획입니다. 추후, 자전거 변경시에는
불편을 감수 하고서라도 한 사이즈 작은 프레임을 사용하던가요. 아, 피팅을
조언해주신 코치님을 원망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을 결코 아닙니다. 전적으로 저의
판단과 결론으로 변경한 것이니까요. 다만, 제가 안전과 성능 사이의 선택을
좀 더 정확히 알 지 못했을 뿐입니다.
또한, 육안으로 확인된 상태에서 다운힐 시에 가끔 한 손을 떼는 안좋은 버릇이
있었는데 이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다운힐 시에는
속도가 어떠하든지 한 손이라도 떼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제가 낙차한 곳이 블라인드 홀(육안으로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굴곡을 판단하기가 매우 힘든 홀)이라서 나중에 지인이 찍은
사진을 보더라도 확대하지 않으면 홀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그런 곳이더군요.
내리막에서 이런 홀에 걸리면 양손을 다 잡은 상태에서도 가끔 털릴 수가 있는데
저는 한 손을 놓은 상태에서 당했으니...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실, 어느 다운힐 방법 설명에서도 한 손을 놓지 말라는 내용은 없었는데 아마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설명을 빼먹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겪고보니
당연한 것이라도 안전에 관계된 것을 재차 강조해야 할 것 같군요.
다운힐 시에는 반드시 양 손으로 핸들을 단단히 잡아야 합니다. 순간이라도 핸들바에서
손을 떼는 것은 낙차의 위험이 있는,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화로, 온라인 상으로 글을 남겨주시고 걱정해주신 분들,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치유를 빌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남은 연말까지 모든 라이딩마다 안전하게 집까지 본인이 페달링해서 무사히 귀가하는
라이딩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내년 봄에, 웃으면서, 안장에 올라, 길 위에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얼굴/머리는 지켜내신 것만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활 열심히 하시고, 쾌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쾌차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쾌유를 빕니다.
재활 잘 하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계획하시는 일들 꼭 이루세요 ^^
쾌유를 빕니다
회복이 우선 입니다.
한번 다친 곳은 어쨌든 뭔가 불편할 거에요.
그리고 11월 중순에 안장에 오르시지 말고 내년 5월 경에 차차 오르시는게 좋겠어요. 식구들은 얼마나 걱정하겠습니까?
병원 잘 다니시고 얼른 쾌차하세요.
오빠악~!
관절부위는 재활치료 잘받으셔야 해요.. 오래전에 낙차로 분지른 발목이 아직도 덜 움직입니다..;;
다음 시즌에 얼른 뵈었으면 좋겠지만 무엇보다 건강한 모습으로 뵙길 바래봅니다..
금빙 좋아지실겁니다!!
빠른 재활 회복 하셔요 !!!^^!!!
내년에 건강하신 모습으로 뵙기를 기다립니다.
아무쪼록 쾌차하시기 바랍니다ㅠㅠ
재활 잘 하셔서 빠른 시간내에 안장위에 오르실 수 있기를....
//클리앙킷3//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재활당을 따로 만들어야 할까봐요..
재활 잘 받으시고, 빠른 회복 기원합니다.
어서 쾌차하세요.
괘유를 빕니다
낙차는 정말 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그냥 잠깐 자장구에서 내려서 5분간 쉬고 출발하는 게 최선인데
나쁜 버릇이 들고 나니 고쳐지질 않네요
의지의 자딩인이시니 쾌차하실 겁니다!
(집에서 집으로!)
무리없이 회복하시어 내년에 안장에서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저도 더욱 조심히 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