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이번 학기에 박사 학위 취득을 앞두고 있어서 엄청 바쁘네요.
외조하기 위해서 9월부터 육아휴직하고 육아 전담하고 있습니다.
아내 논문 심사 준비할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서
5살 아들 데리고 둘이서 2주간 일본 도쿄로 여행 다녀왔어요.
다시 생각해 봐도 미친 짓이었죠.
여행 가기 전에만 해도 '아이한테 화를 왜 내?'라는 생각이었지만
도저히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더라고요.
어이 없던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개해 볼게요.
1. 디즈니랜드에서 놀이기구 멈춘 일화
도쿄 디즈니랜드의 체험시설 중 '톰 소여의 모험'이 있어요.
거기에 물을 찍찍- 내뱉는 해골바위가 있는데
아들이 '나쁜 해골바위를 물리치겠다'라며
닌자가 표창을 날리듯 안경집을 날렸어요.
그런데 안경집이 해골바위 속으로 들어가 버렸네요.
직원들이 서로 무전하면서 어떻게 해야 되냐고 당황해 하고
결국 해골바위 물 나오는 시설 멈추고 기다란 집게 가져와서
손발 더러워져 가며 안경집 겨우 꺼내줬네요.
시설이 망가지거나 다친 사람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들 장난 때문에 여기저기 사과하고 다니느라 혼났네요.
2. 전시 작품 만져서 망가뜨릴뻔한 일화
도쿄에 한 미술관에 전시를 같이 보러 갔어요.
물고기들이 들어 있는 수족관을
조명과 형태 변형으로 다양하게 구성한 전시였어요.
작품들이 멋있고 신기하고 궁금하다며
수족관 안으로 손을 넣으려고 하고
수족관을 흔들어 보려고 하고
물고기를 손으로 만지려 하고...
비싼 돈 주고 입장한 전시에서
훨씬 더 비싼 돈 물어주고 나올 뻔 했네요.
5살이 되어서 좀 말 잘 듣고 큰 줄 알았는데
다시는 미술관 같이 안 가야겠다고 다짐했답니다.
3. 화로 가지고 장난치다가 화상 입은 일화
일본 음식 중 야키니쿠가 유명하더라고요.
우리 말로 하면 숯불화로구이 정도가 되겠는데.
숯불이 불타오르는 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위험하다고 말리는 데도 계속 장난을 쳤네요.
숯불에 젓가락을 넣고 쑤시질 않나
물이 증발하는 거 보고 싶다며 미역국, 쥬스, 간장 종류별로 뿌리질 않나
숯불이 타오르는데 얼굴을 대고 입바람을 불질 않나
진심으로 화 내고 혼 내도 멈출 줄을 모르더라고요.
결국 장난치다가 뜨거운 집게가 손등에 닿아서
손등에 화상을 입고 말았네요.
2주간 하루도 빠짐없이 해외여행을 빙자해 육아 내공 수양해야만 했습니다.
아내가 아들을 키우면서 화 난 공룡처럼 변해 가는 이유가 있었어요.
아내는 이젠 아들이 무슨 짓을 저질러도 당황하지도 않더라고요.
저도 점점 당황하는 일은 줄고 대신 화는 좀 많아진 것 같습니다.
힘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뿌듯한 여행이었어요.
여행 중에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하루는 아들이 제게 "아빠 사랑해"라고 말해 주더라고요.
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에는 비행기 안에서
다음에는 또 여행 어디로 가냐고 언제 가냐고 물어보기도 했고요.
여행 다녀온 지 1주일이 지났는데
벌써 힘든 경험은 사라지고 뿌듯함만 남았네요.
매달 1주일 이상 시간 내서 여행을 가보려고 해요.
육아휴직 하는 동안 아들과 추억을 찐하게 만들어 보려고요.
이번 11월에는 울릉도와 독도 여행에 도전해 볼까 합니다.
왠지 일본 여행보다 더 힘들 것 같아서 벌써 긴장이 되네요.
5살 아들과 둘이 가면 좋을만한 여행지가 있을까요?
국내든 해외든 상관 없습니다.
다만 휴양지보다는 로컬 콘텐츠가 가득한 여행지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휴양지에서는 제가 전적으로 놀아줘야 할테니... 그건 제가 싫어요...
그것보다는 아들한테 새롭고 자극적인 경험을 시켜주는 곳을 선호합니다 :)
막 여기저기 정신 팔려서 아빠한테 놀아달라고 하지 않을 곳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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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5살 아들과 함께 한 2주간 일본 여행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해 주세요^^
0화 : 5살 아들을 데리고 2주간 일본 여행을 떠나야 했던 이유는? https://brunch.co.kr/@jinwonseo/244
1화 : 비행기에서 영상 안 보여주고 2시간 동안 버티기 https://brunch.co.kr/@jinwonseo/255
2화 : 아들 생떼 덕분에 오타쿠들과 일본 여자 아이돌 공연 보기 https://brunch.co.kr/@jinwonseo/256
3화 : 아들 위해서 고소공포증 극복하고 450m 전망대 오르기 https://brunch.co.kr/@jinwonseo/257
4화 : 말 안 듣는 아들한테 욱! 해서 뒤통수 때림 https://brunch.co.kr/@jinwonseo/258
5화 : 아빠는 사랑하지만 아이스크림은 줄 수 없다는 아들 https://brunch.co.kr/@jinwonseo/259
6화 : 아들과 조각상의 웃긴 표정과 포즈 따라 킥킥 웃기 https://brunch.co.kr/@jinwonseo/260
7화 : 미술관에 갔다가 돈 물어주고 나올 뻔 https://brunch.co.kr/@jinwonseo/261
8화 : 하지 말라고 화냈더니, 메롱 약오르지하며 놀림 당함 https://brunch.co.kr/@jinwonseo/262
9화 : 표창 던지기 체험하고 온갖 걸 던지기 시작한 아들 https://brunch.co.kr/@jinwonseo/264
10화 : 이제는 지치고 힘들어서 밤마다 술을 마시기 시작 https://brunch.co.kr/@jinwonseo/264
11화 : 아들 기념품만 잔뜩 사고 정작 내껀 하나도 못 삼 https://brunch.co.kr/@jinwonseo/266
12화 : 아들 덕분에 디즈니랜드 가서 사고치고 옴 https://brunch.co.kr/@jinwonseo/267
13화 : 기분 좋게 마무리하며 다음에 또 둘이서 여행가기로 함 https://brunch.co.kr/@jinwonseo/268
아들과 여행을 한다? 하면 아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여행지를 찾아보세요. 캠핑도 좋습니다.
아무튼 잘봤씁니다. 대단하십니다 ㅋㅋㅋ
아내가 쌍둥이 임신중인데 Y염색체가 있다하여(남아가 있다는 얘기)
하나일지 둘일지 지금 후자면 무지 고생하겠다하고 있습니다....
사례공유? 감사합니다.
결말:뒷테이블에 계신 천사분께서 콧물 흡입기를 주셔서 꺼냈습니다.
반전:여행이 끝나고 몇 달 후 비닐 조각을 코에 한번 더 넣어서 의사샘 땀 뻘뻘 흘리시면서 그 작은 코 안에서 그걸 빼내주심…..
애 키우는게 그런건가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