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하고 16주된 딸의 주 양육자로 살고있는 우미 입니다.
아내가 지난주부터 출근을 시작해서 제대로된 육아를 경험(?)중 입니다.
잠시 애기가 제 품에서 자고 있는고로 예전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출산 경험을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저와 제 아내는 흔히 말하는 '딩크' 였습니다.
애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말이죠. 그런데 그런일이 생겼습니다.
고로... 애를 낳을 생각이 없다 = 사전조사 전무 인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와이프는 30대 후반, 저는 4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어서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든 생명을 제 계획에 없던 아이라고 지우라고 하면 그게 사람이 할 일은 아니죠.
그래서 울 아기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드리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애를 낳아본 경험이 없고, 제가 경험한 미국 시스템이 미국 전역을 대표하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희 동네의 경험임을 미리 알려 드립니다.
산부인과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사진을 정말 적게 찍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한 3개월에 한번 정도 찍어줍니다. 한국의 멋진 사진이요? 그런거 기대 못합니다. ㅠ.ㅠ 그런데 정말 아빠들이 같이 많이 오네요. 저도 그중에 한명 이었지만요. (회사에서 병원 간다고 하고 두어시간 빠지는게 별 문제가 없는 직장이라서 회의가 잡혀 있는것이 아니면 왠만하면 같이 갔습니다.)
성별
분명 저희는 성별을 알고 싶다고 요청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피검사를 했더니만 제목에 'Contraturation! Is't a girl!" 이라고 스포를 해 버렸네요. 그래서 두근두근하며 기다리는 재미는 없었습니다.
출산전
병원 투어를 다녀 왔습니다. 그리고 잉? 하고 놀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애를 낳으러 들어가면 가족들이 밖에서 기다리면서 초초하게... 이런 분위기였는데 입원실이 1인실로 되어 있고 거기서 분만을 한다고 하네요. 재왕절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자리에서 모든것을 다 한다면서 필요한 장비들을 병실에서 보여 주더군요. 그리고 방문객도 같이 참관이 가능하다며, 맘에 안드는 사람은 산보가 내보낼 권한이 있다고 합니다. (잘못하면 남편도 내보낼 수 있음)
출산 당일
예정일 보다 1주일 가량 늦게 나왔습니다. 당일 아침에 이슬이 비치고, 양수가 살짝 터진듯 해서 병원에 연락을 했습니다. 바로 가야할줄 알았더니, 그정도 나오는 양수는 천천히 와도 된다면서, 샤워하고 식사 마치고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점심 먹고 샤워하고 병원으로 필요한 짐들 싸가지고 갔습니다. 분명 밥이라고 주는게 와이프가 먹고싶은것이 아닐것임에, 몇일전에 얼려 두었던 미역국과 햇반을 챙겨들었습니다.
이것저것 체크를 하더니, 양수가 터진 상황인데 진통이 생각보다 작게 측정이 된다면서 촉진재를 사용하자고 합니다. 저녁에 촉진재 투여를 하고 나니, 몇시간동안은 아내가 버틸만 하다고 하다가 갑자기 도저히 못 버티겠다고 무통을 넣어달라고 합니다. 무통을 투여한것은 지금도 아내가 잘 선택한것 같습니다. 덕분에 밤 12시경 잠이 들었습니다.
새벽 3시 30분경 간호사들이 와서 애 나올때가 된것 같다고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옆에서 쭈그리고 자고 있던 저도 깨어납니다.
그러더니 저보고 와서 와이프 출산 도우미가 되라고 하네요. 네??? 제가요? 이런말도 못하고 와이프 한쪽 다리를 잡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열심히 푸시하고 있는데, 간호사들이 애 심박수가 요동을 치니 의사 불러 오랍니다. 아... 그렇지 의사 없이 애 낳고 있었구나. 의사가 와서는 애기가 힘이 점점 떨어지니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고 설득을 합니다. 어쩝니까? 의사가 잘 판단했겠죠. 애기 머리에 자국이 좀 생기겠지만, 평생 살것도 아니고 그래 주세요 했습니다. 그리고 애기가 엄마 배 속에서 태변을 싼것 같다고 다른 의사들도 불러 옵니다. 어... 왜 복잡하게? 드디어 애가 나옵니다. 힘겹게 머리가 나오고 나니 몸은 쑥 하고 잡아 빼네요. 이러고 있는 와중에 와이프의 다급한 한마디. '여보 카메라!' 간호사 보조 하느라 와이프 다리를 붙들고 있던 저는 바로 대기하던 카메라를 들고 아기를 찍습니다.
태변을 눈 우리 따님은 옆에 대기중이던 소아과 의사가 간단하게 진찰을 합니다. OK. 아무것도 안 먹은듯 함.
그 체크가 끝나자 마자 아이는 대충 닦은 다음에 아내의 가슴으로 데리고 갑니다. 저희 애가 태어난 병원은 애기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와 살을 맞대고 있어야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이 되고, 체온 유지에도 좋다고 하면서 한두시간을 그렇게 두라고 합니다. 덕분에 애기를 싫컷 봅니다.
출산후
미국은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저도 보험에 얼마 청구되었는지 확인해 봐야 하지만 생돈 냈으면 수천만원 깨졌을듯. 좋은 보험주는 회사에 감사) 자연출산은 출산후 1박, 재왕절개는 3박을 하는것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1박만 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산모의 출산을 단순히 밖에서 듣거나, 마지막 순간만을 참관한것이 아니라, 아내보다도 더 자세히 본 경험은 제 평생 간직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네요. 이 순간들을 지나가신 모든 어머니들을 존경합니다.
개인의 호기심의 정도에 따라 반응이 다를 거라 봅니다.
저희 부부도 딩크족이였다가... 제가 있는 상해로 와이프가 직장 정리하고 넘어와 현지 대학교 어학연수도 하며
즐거운 해외 생활 즐기려던 찰나에... 바로 지금의 공주가 생겼어요.
그것도 동갑내기 부부 마흔살이 되기 한달전에... ㅎㅎㅎ -_-;;;
그때 출산을 상해에서 하려고 중국 로컬 병원과 미국계/일본계/대만계 병원 알아 봤는데...
병원비는 둘째치고...
출산후 조치가 영 아니더군요.
바닥 난방없는 병실 침대위에서 양식, 중식 먹어야 한다해서 바로 포기하고
임신 3개월 차던가 부터 집사람만 한국 들어가 출산까지 하고 아기 80일때 다시 나왔네요.
덕분에 또 독수공방 했다는...한국행 뱅기값도 더 들고, 육아용품도 한/중 양쪽에 더블로 사야헸고...-_-;
결론은...
진짜 출산함에 있어 한국의 산부인과와 조리원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도 TOP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부자들도 한국에 출산여행 오는 분들 많았네요.
사실 미국 시스템이라고 하기도 그런게 아마도 이 병원 시스템이 좋았다고 해야 할듯 하네요.
그리고 동네가 아시안이 많아서 그런지 아시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더 좋았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콩알만한 아드님의 파워당당 자세에 모를수가 없었음...;;)
남편 아래로 가서 보지 말라고 못가게 손까지 잡고 푸시했는데, 아기 머리가 나오는 순간 즈음부터 어느새 내려가서 눈 반짝이며 구경하고 탯줄자르고 있더라고요. 하아..ㅋ
그래도 와이프가 딸이라고 좋아해줘서 감사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