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이야 많이 아시겠지만...
없는 말이겠지만 초2병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을 정도로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힘드냐면, 퇴근시간이 되면 "집에 가기 싫다. 그냥 야근할까?" 생각이 들 정도에요.
아이가 어릴때는 육아의 어려움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그렇고 쉽게 이해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지금은 아빠인 제가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심하네요. 애 엄마도 진짜 너무 힘들어하구요.
분명히 본인이 먼저 시작한 동생과의 싸움에 작은 스크래치라도 나면 철저하게 복수하고
제가 뻔히 보고 있어서 잘 아는데도 자신은 정당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구요.
싸움 날까봐 마이쮸 같은것도 똑같이 1개씩 사주면 일부러 다 안먹고 동생이 다 먹길 기다립니다.
한두번 그런게 아니라서 저희는 미리 주의를 주죠.
그럼 이때는 알겠다고 해놓고선 나중에 다 먹은 동생이 달라고 떼쓰면 소리 질러대며 동생과 싸우고
동생이 반격이라도 하면 아주 죽일듯이 달려듭니다.
결국에 저희가 갈라놓고 둘 다 혼내게 되는데
첫째에게 이미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타박하면 자긴 억울하다고 난리를 칩니다.
돌아버리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승부욕은 여전해서 동생과 같이하는 북트리도
북트리의 마크가 자기보다 동생이 많으면
책 한권에 두장 네장 붙여달라고 바락바락 대듭니다.
동생은 글자수가 적고 책이 얇은데 자기는 두꺼운 책 읽으니 더 시간이 많이 든답니다.
그러니 한권에 두장 네장 붙여달라는거죠.
일견 맞는 말 같지만, 실상은 이미 본인은 북트리를 몇장이나 해치웠고 동생은 이제 한장 하는중인거죠.
즉 자기에게 유리한 논리만 갖다 쓰는거에요.
설득하다 지친 엄마도 결국 화내고 소리지르고...
이해할수 없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이유를 말해보라고 해도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밤 9시에 동생이 거의 눈을 감을 정도로 졸려하는데 본인이 공부를 하고 있기때문에
엄마와 동생이 자기 공부 끝날때까지 "절대로" 자면 안됩니다.
이유를 설명해보라고 하니 자기 공부할때 따뜻한 분위기여야한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 하고 캐물으면 자기도 졸려서 짜증이 났는지
그냥 "절대로 안되요"라며 제대로 대답도 안하면서 소리질러댑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미쳐버릴 일이죠.
무시하고 엄마가 동생 데리고 들어가면 달려들어서 동생 잡아서 내동댕이 쳐버립니다.
거의 제가 반 돌아버릴 정도였지만 와이프가 신신당부해놓기도 했고 말리기도 해서 그냥 넘어갔지만..
그날 밤 진짜 잠이 안오더군요..
이런 일들이 거의 매일 반복되었습니다.
그냥 집에 가면 맨날 싸우는 소리, 비명소리만 들립니다.
와이프는 언제 오냐 힘들다 미칠것같다 또 소리질렀다 카톡오고...
그래서 그냥 집에 가고 싶지가 않았어요...
집에 가더라도 제가 동생 데리고 밖으로 나와버립니다.
그럼 그나마 엄마가 첫째만 돌보게 되니 덜하더군요.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우리가 잘못 키웠나?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은거지?
동생에게 엄마를 뺏겼다는 스트레스?
어릴때 불같이 화내고 엉덩이 두둘겨서 그런건가?
내가 너무 잘못 칭찬해서 애가 저렇게 된건가?
애 성향이 원래 그런가?
와이프와 9년간 싸워본게 손에 꼽을 정도고 애들에게 화목한 모습만 보여줬는데 도대체 어디서 배운거지?
온갖 상념이 머릿속을 휘몰아치고 한숨만 나오더라구요..
정말 와이프와 많이 이야기를 하고 책도 많이 보고 EBS 도 많이 봤어요.
곧 전문가 상담도 하기로 했죠.
어쨌든 전문가 상담하기 전에 그래도 와이프와 우리가 좀 바뀌자고 몇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1. 결과를 칭찬하지 말고 과정과 노력을 칭찬하자.
납득하기 힘든 원칙이었어요. 저희는 결과를 칭찬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과정과 노력을 칭찬하지도 않았더군요.
그냥 잘했다 정도로 짧게 칭찬했는데...
이제 막 하나씩 시작하는 동생에게 오구오구 칭찬하는 것과
자신에게 짧게 잘했다며 칭찬하는게 첫째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웠던 거였죠..
와이프나 저나 말수가 매우 적은 편이라 힘들어요.
아이가 성취한 모든 과정을 하나씩 하나씩 짚어가며 과정과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칭찬하면서 드는 느낌은
내가 말하는 방법론을 송두리째 바꿔야한다는 거였어요.
정말 어렵더군요.
2. 인내심 인내심 인내심
정말 위에 엄마와 동생 못자게 하는 것처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요구와 이유는 답이 없어요.
미친듯이 화를 내고 소리지르면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혼비백산하고
자기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아빠와의 관계만 멀어진다면서
자기가 봐도 제가 너무 무섭다며 와이프가 "절대" 혼내지 말래요.
돌아버려요. 화도 못내요. 나도 사람인데...
근데 며칠동안 와이프와 이야기하다 결국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얼마 전 밤에 동생 재울때 첫째가 30~40분간 재밌는 이야기해주면서 재우기에
덕분에 동생은 엄마가 없어도 형이랑 같이 잘 수 있어서 좋았고,
엄마도 좀 쉴 수 있어서 좋았다며 니 덕분이라며 칭찬을 많이 해줬었습니다.
그랬더니 동생 재우기 연습도 하고 이야깃거리도 찾고 열심이었대요.
그날도 열심히 연습해놨는데 자기가 재우기도 전에 동생이 잔다고 하니 안된다는 거였죠.
근데 그걸 제게 설명해줬으면 충분히 설명이 됐으니 저도 칭찬했을테고 좋게 끝났을 일을...
이상한 이유를 갖다대고 생떼를 써서 제 화를 돋궈놨으니....
어쨌든 그 날 화내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두둘겨 패고 쫓아내버리고 싶었거든요...
이 기억때문에라도 앞으로 무조건 인내할 것 같네요....
3. 솔직함에 대한 훈육
어떤 문제가 생겼을때 거짓말을 합니다. 뭐 이건 있을 수 있죠.
근데 그걸로 아예 기억을 왜곡해버리며 그걸 철썩같이 믿어버립니다.
얼마전 학교에서 투표를 했는데 본인이 2위를 했습니다.
하지만 1위가 과반수를 넘지 못해서 결선까지 갔고 거기서도 2위를 해서 떨어졌다더군요.
거기에 대해서 자신이 1위를 하지 못했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첫 투표때 자신이 1위했는데 두번째 투표때 2위로 떨어져서 졌다고 왜곡해버립니다.
와이프가 아니라고 하자 또 바락바락 대들면서 아니라고 합니다.
그걸 보고 있는 저는 또 머리 끝까지 화가 나구요..
아빠인 제가 무서워서 혼날까봐 그런거라면 이건 제가 잘 타이르면 되겠지만,
본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은 아예 왜곡을 해버리다니..
도무지 답이 안나오네요..
와이프와 많이 이야기해봤지만... 꾸준하게 솔직함에 대해 훈육하는 방법밖에 없겠더군요..
예전에 저 총각때 아는 분 집에 초대되어 갔을때
그 집 부인께서 자긴 애들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것 같다며
차라리 아기때가 더 좋았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 쓰레기통이라는 말이 너무 강렬해서 기억하고 있었거든요..
지금 저희가 딱 그렇네요..
어렵습니다. ㅠㅠ
물론 책대로 쉽게 될 리가 없지만.... ㅠㅠ
글만 봐도 얼마나 힘드실지 조금은 상상이 됩니다. ㅠㅠ 꼭 사춘기 아이 같네요. 잘 해결되시길 바랍니다!ㅠㅠ
확실히 감정을 읽어주니 조금 나아지는 면이 있긴 하더라구요...
좋아지길 바래야죠 ㅠㅠ
Dawn A Huebner라는 작가의 what to do when your temper flares라는 책이 아이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그림을 그리게 하면서 감정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워크북이에요)
근데 한국어 번역본은 없는 것 같네용;;
제가 들은 얘기는 분노 조절을 하는 모습도 아이들마다 다양한데 보통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그룹 활동으로 들어가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하루-이틀씩 가는 친구들도 있고 혹은 전혀 안되는 아이도 있다고 들었어요.
원에서도 결과 보다는 과정을 강조 하시고 제가 읽은 육아서들에서도 그래왔던것 같아요. 그리고 기다림도 좀.. 많이 필요한것 같고요.
제일 중요한건 전문가에게 지금 현재 상황을 오픈하고 도움을 받는 일 같아요. 첫줄에 적은 이유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힘드네요....
무엇이든 수용할수있는 마음이시라면....가능할거에요
조카는......그쯤에 그게 터졌었는데.
동생에대한 스트레스를 한번도 표현하지 않던 아이가..(정말 이뻐했어요....)
엄마 아빠에게 엄청 냉냉하게 굴었어요
상담 받으니... 엄마가 동생 낳으러 갈때 버림 받았다는 감정을. 6년을 넘게 가져왔더래요... 그러니 이게 얼마나 곪았겠어요...ㅠㅠ
조카는 이게 그냥 갑자기 팡...터진거래요.
상담 받고...언니나 형부나 엄청 노력하고...
지금은 중삼인데...
초5쯤부터 정말 좋아졌습니다
초5라니...안돼 ㅠㅠ
또 변화를 가지면 아이와 가족 모두 성장해있을겁니다
포기하지마시고 힘내세요ㅠㅠ
하아... 두렵네요 ㅠㅠ
저희 애는 아직은 그냥 유치원생같은 초 1인데.
후기 들려주세요. 그리고 기운내세요, 여기 동지들이 많잖아요.
다른 건 제가 문외한이고, 육아 관련해서만 작은 말씀드리자면
아이가 아마 입학해서부터 계속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고, 그게 이제 겉으로 많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잘 하고 싶었을거에요. 첫아이니까 보통 그렇듯이 부모가 아이 입학할때부터 같이 긴장됐을 거구요. 아이도 그런거 당연히 느꼈겠죠.
아주 예민하고(이건 다른 뜻이 아니라, 6 sense의 레이다가 많다는 뜻으로), 완벽하고 싶고, 실제로 영리한데, 더 똑똑해지고 싶은 아이인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빠와 둘이만, 엄마와 둘이만, 아주 활동적이면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절실해 보이고요.
저도 잘.. 못하고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ㅠㅠ
동생이 어리기 때문에 어떤 행동으로 부모님에게 칭찬받을 때에, 그 장면을 보는 첫째 아이에게는 '너는 네 수준에서 별로 훌륭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래서 어릴때, 어른들 보기에는 아주 뜬금없는 타이밍에 갑자기 통곡을 했던 기억이.. ㅠㅠ)
특히 그.... 마이쮸 부분에서 저희 첫째 아이랑 아주아주 비슷하네요. 돌죠, 부모 입장에서 아주.
근데 그게 크면서 갈수록 스스로 "저는 좀 이따 주세요."해놓고 잊어먹기도 하고,
마이쮸 수준이 아니라, 크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간식이나 음식 메뉴가 따로 생깁니다.
저는 자주 '이건 네가 형이라서 힘든 점이 많기 때문에 너만 특별히 주는거야.ㅋㅋ 비밀! ' 하며 간식을 동생 몰래 조금 더 준다든지,
형이 그저 자기 할 일을 잘했을 때, 동생 앞에서 일부러 형을 더 칭찬한다든지,
글쓴님처럼 동생을 재우거나, 돌보는, 어떤 형다운 역할을 했을때. '역시 형이라 다르네. ' 하며 구체적으로 길~게 칭찬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씁니다.
(그런데 이게 쫌 가슴 아픈게, 형 역할을 잘 해야만 칭찬받는 줄 알고, 착한 바보형으로만 크는 아이가 되는 위험이)
그리고 전반적으로 이 아이가 부모님의 양쪽 성격중에서
어떤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학자적인 성향을 골라서 물려받았을 때 그렇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남녀 불문하고 운동을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약간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거기 가서도 또 싸우긴 해요. 거기 구성원들이랑.
거기 코치님도 초보이시면 또 그걸 잘 이해 못합니다.
하지만 차차 나아집니다. 스트레스 해소 + 성취감을 느끼면서요.
그때까지 인내심... 인내심... ㅜㅜ
마지막으로...
아빠들이, 참다가. 참다가... 참다가.......... 참다가.................. 마지막에 화를 뽝!!!!!!!!!!!!!!!!! 내는데
그때 폭발... 하지요. 글쓴님만 그렇진 않습니다.
그런데 그럴때 신기하게도 아들들은 아빠를 일부(?)는 이해하긴 하는데,
앞뒤 논리를 예상 못하기 때문에. 이게 쌓이다가
정말 별거 아닌데도 아빠에게는 속 얘기를 자주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더라구요.
제가 댓글을 달아도 될지에 관해 고민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딱 말씀하신대로의 아이에요. 잘하고 영리하지만 더 잘하고 싶어하고 또 굉장히 민감하고...
워낙 잘하고 있어서 믿고 있고 그 마음을 알고있지만 실제로 표현하지 않으니 아이에겐 스트레스였겠단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정말 첫째를 믿고있는데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니 알수 없었겠죠.
제가 더 참아야죠..알아서 잘하는 아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