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의 책이 초보자를 대상으로 설명을 하는데
초보자의 범위를 너무 높게 보는건지
그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기본 개념을 서로가 아는 기본적인 상식으로 전제하고
그 위에 다른 개념을 얹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짤이 적절한 예시입니다.
게임시작 극초반에 멜레나를 만나면 듣게되는 대사입니다.
손가락 무녀, 빛바랜자, 두 손가락, 룬을 당신의 힘으로 만드는것 이런 개념은 엘든링 세계관에서는 설명조차 필요없을 정도로
흔히 '너도알고 나도아는 그것' 같은 개념이라는 거죠. 그래서 그 개념을 깔고 '내가 너의 무녀 역할을 해주겠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엘든링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은 실제 플레이어나 아세오(만화주인공)은 처음 들으면 뭔말이야 싶죠.
초보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개념 위에 알수 없는 말을 더해 설명하는 행위입니다.
책이라는 전달매체가 설명하고자 하는 개념을 정확하게 설명해야된다는 압력이 있다보니
학술적인 개념과 정제한 표현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합니다만(게다가 쉽게 설명하다보면 책 분량이 폭발해버릴수도 있고)
결과적으로 독자는 '내용이 어렵네'하면서 좌절하고 위의 주인공이 '거래하지 않을 거야'하는 선언처럼 책을 덮어 버리죠.
의지가 있는 독자라면 '레벨업 시켜줄수 있어'라고 설명해줄 다른 책이나 유튜브 같은 영상을 찾아 떠나게 됩니다.
ps. 요즘 공부한다고 책 몇개 빌려서 뒤적거리다 뻘글하나 썼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플랫폼, 언어, 도구들을 한없이 파고드는...
그러다보니 덕후들 사이에 암묵적인 기대치가 있는데, 점점 그게 상승해가는거죠. 그렇게 고여 가면서 차차 뉴비 진입이 줄다못해 끊어지면 그 분야는 뭐 망해버리는 겁니다 ㅠㅠ
오펜하이머에도 나오는 그 '리차드 파인만' 님 영상입니다. 상대가 어떤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정말로 중요하죠.
참고로 영화에서 다들 썬그라스 낄 때 자긴 차안에서 볼꺼니까 괜찮다고 했다가 그러다 창문 꺠지면 어쩌려는거냐는 말 듣고 벙찌는 분이 리차드 파인만입니다 ㅋㅋㅋ
예시로 든 짤에서도 "룬이 있으면 레벨업 시켜준다"라는 설명이 쉽다고 했지만 그것도 게임을 해본 사람이나 아는 거죠. 룬이 뭔데, 레벨은 또 뭐고 레벨업은 뭔데부터 어려워하는 초보자도 있을 거란 말이죠. 해당 짤도 결국은 "룬"과 "레벨"이라는 개념 위에 다른 개념을 얹었을 뿐입니다.
게임의 진짜 초보자는 패드 조작법과 게임 장르 조차 모르고 시작하는 사람 있을정도니
말씀하신것 처럼 어려운 문제입니다. 명확히 답을 내놓을수도 없는 애매한 문제이구요.
그래도 '레벨업' 개념은 엘든링에서만 쓰는 고유한 개념이 아니라 RPG를 비롯한 여러장르에서 통용되어 게이머라면 알만한 개념으로 치환하여 설명했다는 의미는 있죠.
출판해봤자 적자라서 인지도 높고 검증된 1년 전의 원서 번역서 내는 게 나은 거죠
그렇다고 또 그 문서가 보기쉽냐 하면, 링크로 이어진 각각의 페이지에서 해결 되는게 아니라 또 다른 페이지로 이어지는 개미지옥이 이어질 뿐이더라고요.
읽다보면, 그냥 requirements 를 확실하게 전제조건으로 달아주는게 차라리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깐요.
그런데 이건 어느정도 배경 지식을 갖춘 상황에서나 할 수 있는 생각이고, 초보자라면 대부분은 이러나 저러나 중도 포기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초보자 라는게 참 정의가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네트워크나 cpu, 메모리, 오브젝트 지향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아무리 설명해줘봐야 돌아서면 뭐였지 되는 경험을 계속 하다보니, 제 내공으로는 그냥 포기하는 선택를 했습니다. 작업자용 메뉴얼은 이해 따윈 기대하지 않고 따로 작업 프로세스 짜주면서 작성하고, 개발자용은 스스로 벽을 넘은 사람들에 맞춰서 문서 작성하게 되더라고요.
입문서 개념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국내 서적들은 참 이상하더라구요.
제 주변의 케이스를 보자면 자신의 기반을 갖추기 시작한 개발자들은
빠르게 실행하고, 실패하고 습득하는 경험의 과정이 더 중요하지,
그 단계를 책이 대신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들은 한글과 번역자의 주관이 뒤섞인 서적보다
영어로 된 레퍼런스 문서가 큰 도움이 되구요.
이제 입문한 입문자에게는 서적을 추천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서적을 추천하지도 않을 뿐더러
주변 개발자들 역시 크게 서적을 활용하지 않습니다.
+
그런데 근래 아니 이때까지의 번역 서적은 그 누구의 니즈도 충족 시키지 못하죠.
저도 결국 모를 때부터 공부하면서 제일 도움이 되었던 건 레퍼런스 문서와
먼저 그 길을 지나가신 선배님들의 Repo 와 노트들이지 서적이 도움이 되는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입문하시는 분 입장에서는 레퍼런스 문서를 보라는 말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습니다만은
결국 그 길을 먼저 걸었던 사람들이 가장 도움이 되었던 길이어서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ㅜㅜ
개발자가 되기 위해 무언가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기반하여 필요한 기술을 도구로써 활용할 방법을 찾으세요.
입니다.
도구를 활용하기 위해 사용법을 배우고, 사용법이 능숙해지면서 그에 따라 원리와 기반한 기술을 이해하는게
뉴비에서 비기너로 랜딩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된 국내 서적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ㅜㅜ
특히 '초보를 위한', 'XX만에 정복하기' 이런 서적들이요
프로그래밍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에서 서성거리지 말고 뭐라도 일단 배워보는게 낫고
그 보다 나은 단계가
말씀하신 뚜렷한 목적 아래에 필요한 도구로써 익혀나가는것 같습니다.
결이 다른 얘기죠
배움이란게 목마른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물가에 데려가 줄 수는 있지만
그 물을 떠먹는 건 본인 몫이죠
내가 이해할 수 있게 해줘라면
돈과 비용이 꽤 많이 듭니다
내 인건비를 다 감당할수 있다면
한 사람 붙잡고 수준에 맞게 일일히
첨부터 가르쳐줄수도 있죠
대량 생산하는 라면을 먹으면서
파인다이닝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죠
그래서 누군가를 가르칠 때는
가르치는 사람 내부에서도 심적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https://m.hanbit.co.kr/store/books/series_detail_list.html?seri_idx=11
헤드 퍼스트 시리즈가 말씀하신 “렙업 고고” 스타일입니다.
수직 방향으로는
TCPL https://en.m.wikipedia.org/wiki/The_C_Programming_Language
SICP https://en.m.wikipedia.org/wiki/Structure_and_Interpretation_of_Computer_Programs
등이 있습니다.
‘한번 봐선 무슨 말인지 모를거다. 강의를 끝까지 본 후 다시 한번 돌려봐라.’
학교에서 가르치지도 않는 과목 혼자 선택한거라 물어볼 곳도 없어 결국 처음부터 다시 돌려보는데, 그제서야 내용이 이해가기 시작하더라구요.
생소한 분야를 처음 배울 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윗분 댓글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네요.
세부 개념 설명하느라 산으로 갈 것이냐, 링크 지옥에 빠질 것이냐, 일단 진행하고 볼 것이냐....
영화도 게임도 n회차 플레이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즐거움이 있기도 하져
"난 룬을 당신의 힘으로 만들 수 있어"
-> 룬을 만드는데에는 당신의 힘이 필요하다. 로 해석이 가능함.
"난 룬이 당신의 힘이 되도록 만들 수 있어"
"난 룬을 이용해 당신의 힘을 증가 시킬 수 있어"
"난 룬을 당신의 힘으로 치환 시킬 수 있어"
이런식이면 더 나을거 같아요
"어떤 분야의 책이 초보자를 대상으로 설명을 하는데"
-> 글의 성격으로 보아 책을 의인화할 필요가 없어보입니다.
"초보자를 대상으로한 책이 있는데"
라고 하면 쉬운 문장이되는 것 처럼요
특히나 번역본의 경우 쌍욕나오는 수준의 책들이 아주 많은데
가장 충격적이었던건 "end point" 를 "끝 지점"이라고 번역해 놓은 책이었어요.ㅋㅋㅋ
독자가 어느정도 이해도가 있는 사람이라면 문장을 다시 읽어보고 이해 할 수 있겠지만 초보자라면 수렁으로 빠집니다.
이런식으로 원문 그대로 사용돼야 할 전문용어들까지 직역을 해 놓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더라구요
사실 번역이나 문장 다듬기를 몰라서 못하는게 아니고 시간과 에너지를 얼만큼 사용하느냐에 달린 문제인데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말도 안되는 퀄리티로 시장에 나오게 되는거같아요...
많은 기술 서적은 그 책을 읽는 독자의 지식수준을 안내하고, 그 기준 이하의 정보는 굳이 해석해 주지 않습니다.
(잘 쓰인 책이라는 가정하에,) 술술 읽어진다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은 것이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 별로 없다면 아직 그 책을 읽을 수 있는, 통찰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어디까지 쉽게 설명해야할 까'는 어려운 문제예요.
본문의 만화에서조차 '레벨' '업'이라는 게임용어를 알고 있으니 저말이 쏙쏙들어온다고하지 레벨업개념없는 게임만 해온 아이들은 이해할 까요?
요새 애들은 컴터도 익숙치 않은데 더블클릭부터 설명해얄지도 모르죠. 군시절에 비문 다루는 컴터땜에 지통실 대령님을 그렇게 가르쳐 드렸네요.
그냥 맞춤으로 설명해줄 과외가 최곱니다.
ps. 본문의 만화 초입의 오류는 '손가락 무녀'를 아냐고 묻고 모른다고 했으니 그걸 알려주고 시작해야하는데 설명없이 세컷째에 안다고 전제하듯 말을 이어간다는 거네요.
엘든링 게이머-다크소울 시리즈 게이머- RPG게이머-일반게이머-겜알못
5단계로 분류했을때
1~2단계 게이머만 이해할만한 설명인데 3~4단계 게이머도 알아들수 있을 설명이 됐다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3~4단계 독자에게만 유효합니다.
이미 아는 1~2단계 독자에겐 장황할뿐이고 잡설만 길어지며 그렇게 설명해야할 모든 용어들이 분량이 많으니 책한권내내 그렇게 다 설명하려면 알멩이가 부족한 내용이되어서 기피하게됩니다.
애초에 본문은 타겟독자층을 초보대상이라고 했으니 쉽게 설명해야하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이번 댓글에서처럼 다른 독자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책은 되지 못하죠
상대가 어디까지 나와 같은 용어개념을 공유하고 있는가를 알고 대화하거나 강의하는건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죠.
일단 내용도 어느정도 좀 녹아든 데다가, 이거 보고 이거 뭔 설명이야 물어봤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느정도 대답을 잘 할 수 있는 정도...
뭐, 이건 열혈강의 C가 오래된 거라서 노하우가 많이 쌓여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네요.
근데 최신 기술들에 대해서 그렇게 된 책이 쉽게 나올리도 없고,
그리고 그게 워낙 빨리 바뀌고 그러면 초심자용 책이라고 해도 초심자의 기준이 뭔지도 모르게 되고 그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