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년 전 ADHD가 의심(과제수행 불가, 수면 부족, 우울증상)되어서 검사를 겸하는 센터에 갔습니다.
일단 지능검사(웩슬러 검사)를 하자고 했어요. 지능의 문제일 수 있다고.
검사 결과가 나오고, 결론은 지능에 문제가 없고, ADHD도 아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처음 만나서 검사하시는 선생님은 제가 ADHD 의심을 호소하자, 절대 아니라며 이유를 댔습니다.
- 몸을 떨거나 흔드는 등의 충동적인 행동이 없었음
- 검사 시간동안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음
- 대화에서 문맥을 잃지 않고, 주제를 벗어나지 않았음
추가로 그 선생님은 "ADHD같은 것을 의심하는데 시간쓰지 말고, 노력을 해라"는 식으로 검사를 마쳤습니다.
(ADHD 검사는 결국 하지 못했죠... 당시에는 속상했습니다.)
이후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이번에는 정신과에 가서 수면제 처방을 요청했습니다.
그 정신과에서는 생활기록부를 떼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야 수면제를 주겠다면서요.
근처 학교 행정실에 가서 받아본 기록부의 초,중,고 도합 12년의 모든 칸에는 '산만하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당시에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좋은 말만 보고 들었는지, 친절하고 사교성이 좋다는 말만 기억했지,
산만하다는 기록은 12년동안 있는 줄도 몰랐네요.
결국 해당 병원에서 콘서타를 처방받으며, 생활습관이 개선되었고,
기나긴 치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정리되니,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선생님의 진단이 달랐던 이유는..?
- 초집중으로 인한 오진 : 첫번재 선생님은 지능검사를 진행하면서 문제를 푸는 제 집중력을 보고 ADHD가 아닐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이 선생님이 ADHD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수도 있었겠지만, '특정 상황에 집중을 잘 하는' 제 ADHD의 특성이 오진을 불러일으켰을 것입니다. 저는 당시 지능검사 문제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 강제적인 생활습관 교정 : 저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며, 체벌이 대단히 심한 학교를 다녔습니다. 친구와 떠들다가 맞는 것 뿐만 아니라, 어깨를 돌리고 있다고 맞고, 턱을 괴고 있다고 맞고, 다리를 떤다고 맞고... 심지어 심성이 유약하고 예민한 저는 그런 압박이 너무 무서워서 집중력의 절반을 '집중하는 표정과 자세'를 유지하는데 썼습니다. 잠깐 만나는 선생님은 제가 다리조차 떨지 않는 모습이 차분해보였겠지만, 저는 '집중하는 척을 하는 기술을 익힌' 성인이었습니다.
- 너무 좋은 검사 결과 : 지능 검사결과가 예상보다 너무 좋은 탓에, 선생님은 제가 ADHD가 아닐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살아오면서 '할땐 하는데 안하는 이상한 놈' 취급을 교수,선생,선임으로부터 계속해서 받는 이유가 이런 이유일까요... 이후에 ADHD 모임에 가서 저보다 중증인 분들(불안과 우울수치가 훨씬 높거나, 수행능력이 아예 없으신 분들)을 만나면서, 억울함을 가지는 것은 사치라고 느꼈습니다. 중증의 불안과 우울을 겪고계신분들이 금방 안정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 후천적인 충동조절력 증가 : 당시 취업을 위해 공부하던 기술은 '장기간의 집중력'과 '철저한 데드라인 중심의 업무'가 중요한 분야였습니다. 입시를 할때도, 대학에서 공부를 할때도 제가 가장 힘들어했으면서도 가장 많이 발전한게 이런 능력이었습니다. 지금도 흥미가 있는 업무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처리합니다...
5년이 지난 후
처음 오진으로 인한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했을때는 억울하고 속상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금방 벗어던집니다. 과거를 계속 파다보면, 학교에 가기 싫다는 나를 학교에 계속 보낸 부모님이나, 꿈질거리지 말라고 때린 선생님이나, 그냥 나 자신을 계속해서 억울함으로 비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의미가 없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지금이라도 알게 된게 어디야'라고 생각하는것만으로 삶의 질은 크게 올라갑니다.
이 글을 적은 목적은 첫째는 그냥 적고 정리하는게 재미있어서이고, 두번째는 ADHD에 관련된 사람들에게 도움될 정보가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는 미약한 생각입니다. ADHD에 대해 열심히 찾아보고계신 분들 중에는 과거의 저처럼 이미 손해를 많이 입고, 희망을 가지고 정보를 찾고계실 수 있을것입니다. 진단하고 치료하는 경험은 매우 좋습니다. 백프로 모든것이 개선되지는 않더라도, 결국 높은 삶의 질을 찾는 경험은 유효합니다.
물론 치료약을 먹으면 부작용으로 인해 신체적, 재정적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저는 ADHD 치료제 투약 후 인간관계와 재산을 많이 잃었습니다.)또는 저처럼 '조용한 ADHD' 라 치료 시기를 놓치고 성인 ADHD를 앓을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검사하고 체크하여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 오진되어서 손해를 봤다거나 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가득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현재의 생활이 교정되고 개선된다면, 약을 먹고 안먹고나 다른 치료를 받고 하는건 일시적일수도, 지속적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히 전두엽이 많이 회복된것같습니다.)
저는 의사의 권고 아래 치료를 그만두고, 지금은 어떠한 약도 먹고 있지 않습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집중력이 개선되고, 명상을 하면 불안감이 줄어들고, 자극적인 게임을 안하면 긴 글을 읽을 수 있고, 스트레칭을 많이 해주면 잠을 잘 자고, 금주를 하면 브레인포그가 줍니다. 홈택스나 국가기관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짜증이 나고 하품이 나오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기마자세를 하면 집중력이 유지됩니다. 그냥 그런 사람으로 살고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약값, 병원비가 많이 나온다는 말씀이신가요?
평균적으로, 콘서타 등등 약물 받는 비용이 어느정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