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드라이버 구성 : 4개의 커스텀 밸런스드 아머처(2개의 듀얼 드라이버), 1개의 10mm 다이내믹
주파수 응답 범위 : 4 ~ 45,000Hz
임피던스 : 20옴
감도 : 100 dB/1mW @ 1kHz
THD : 1% 미만
케이블 : 약 1.2미터의 4심 은도금 무산소 동선, 로듐 도금 3.5mm 커넥터
*다른 인이어 모니터들과는 다르다
라이 펜타는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편입니다. 라이트닝 3.5mm 어댑터를 연결한 아이폰에서도 25~30% 정도의 볼륨으로 듣게 됐습니다. 원래 화이트 노이즈가 있는 기기에 연결하면 라이 펜타에서 그대로 들릴 것입니다. 일단은 휴대용 헤드폰 앰프를 거치지 않고 좋은 성능의 DAP에 바로 끼우기를 권합니다. 약간의 화이트 노이즈 정도는 그냥 넘길 수 있다면 코드 모조 등의 미니 헤드폰 앰프를 더해도 좋겠습니다. 라이 펜타는 고감도 이어폰이지만 앰프의 힘을 받으면 저음을 담당하는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반응이 향상되므로 앰프 활용도 권할 만합니다. 고해상도 DAP는 헤드폰 출력의 노이즈가 없는 아스텔앤컨 제품이 잘 맞겠습니다. 라이 펜타의 소리 성격(기본 케이블 기준)도 정밀하고 빠른 성향의 DAP와 잘 어울릴 것입니다.
라이 펜타의 소리는 현재 출시된 여러 인이어 모니터들과 다른 방향을 보입니다. 고가의 인이어 모니터 제품을 써보지 않았다면 라이 펜타의 소리가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적응과 학습(?)을 거친 후 연구를 하듯이 감상해야 그 때부터 진짜 맛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물건의 소리가 낯선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주 단단한, 각 음마다 에너지가 실린 플랫 사운드
소리가 굉장히 단단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저음이 그렇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이어폰은 일반적으로 저음이 벙벙거리고 고음은 쏜다는 편견이 있을 수도 있으나, 라이 펜타는 예외입니다.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접한다면 하이브리드 이어폰이 아니라 ‘멀티 BA 이어폰인데 저음 밀도가 매우 높다’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또한 각 음 영역의 에너지가 강력합니다. 고음, 중음, 저음이 각각 강조된 소리처럼 들리는데요. 실제 측정에서는 고음과 저음이 약간 강조된 정도의 플랫 사운드에 가까우리라 예상합니다. 또 다른 특이점도 있습니다. 많은 인이어 모니터 제품들이 청각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높은 중음을 낮추는 편인데 라이 펜타는 높은 중음을 상당히 중시합니다. 이것이 소리를 더욱 강하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긴장감을 유발할 정도로 높은 해상도와 투명한 소리
이 물건으로 음악을 트는 순간부터 매우 높은 소리 해상도가 청신경을 곤두서게 만듭니다. 손실 압축 스트리밍에서는 소리의 열화된 부분이 명확히 감지되며, 고품질 레코딩의 고해상도 음반에서는 굉장한 양의 정보가 청각으로 한 번에 쏟아져 들어 옵니다. 그저 마음 편히 듣는 이어폰을 원하신다면 라이 펜타에는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겠습니다. 라이 펜타는 엠피리언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른 물건이지만 극히 투명한 소리를 지향한다는 점은 일치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듣겠다면 고해상도 음악 파일과 별도의 음악 재생 앱을 사용하고, 되도록 고해상도 DAP를 통해서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옹골진 힘의 중음, 물리적으로 웅장한 저음
앞서 언급한대로 라이 펜타는 높은 중음 영역(짐작해보면 1~2kHz 근처)을 많이 보강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귀 구조는 원래 3kHz 주변이 증폭되어서 들리기 때문에 커널형 이어폰의 설계에서는 높은 중음을 낮추는 경우가 많은데요. 안토니오 메제씨는 라이 펜타의 높은 중음을 청각 자극이 없는 한계 지점까지 아슬하게 끌어 올렸습니다. 그래서 다른 인이어 모니터들보다도 중음의 선이 매우 굵고 뚜렷하게 들립니다.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음에 옹골진 힘을 더해주는 특성입니다. 남녀 보컬 모두 목소리가 더욱 크고 가깝게 증폭되며, 바이올린은 부드럽고 가녀린 연주가 아니라 강하고 빠르며 정확한 연주를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저음과 초저음이 귀 아래쪽으로 낮게 깔리는 현상이 있습니다. 펑펑 터지거나 크게 번지는 저음이 아니라, ‘쿠궁~’하는 진동이 두꺼운 알루미늄 하우징 속에서 단단하게 울립니다. 이것이 ‘아, 이게 비싼 이어폰이구나~’라는 감이 오게 만듭니다. 저음 강조가 많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인 웅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리적 웅장함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저음의 덩치가 크고 힘이 세다는 뜻입니다.
*넓고 명료한 수평선의 사운드 이미지
사운드 이미지가 좌우 방향의 수평선으로 넓게 펼쳐집니다. 여러 개의 드라이버를 하나의 선에 가지런히 정렬한 듯한 인상인데요. 머리 속과 귀 바깥쪽 영역까지 확장되는 연주 공간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가 대단히 명료해서 음반 속에 담긴 악기의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음 강조가 많지 않은 편이라서 깊게 퍼지는 저음으로 인한 심리적 공간 확장은 없지만, 오로지 투명하고 정밀한 소리로 실제(?) 스테이지를 형성해줍니다. 각 드라이버의 소리 재생 타이밍도 잘 맞습니다. 이 이어폰의 소리에서 생생한 입체감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 드라이버가 따로 놀아서가 아니라 드라이버 해상도가 심각할 정도로 높으며 고음, 중음, 저음 각각의 에너지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고.중음의 촉촉한 잔향
고음이 샤프하고 깨끗합니다. 단, 라이 펜타의 고음만 생각하면 분명히 밝은 음색이라 하겠는데, 약간 강조된 높은 중음 때문에 음색이 어둡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더블팁을 쓰면 무조건 밝은 음색이라고 봐도 좋음) 그리고 뭔가 배음이 추가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제품 사양표에서도 THD 수치가 1% 미만으로 조금 높게 나와 있는데요. (THD가 좋게 나왔다고 하는 수치는 0.1% 미만 정도) 고.중음 쪽에서 듣기 좋은 잔향이 생기는데 이 점이 라이 펜타의 소리를 촉촉하게 만듭니다. 평탄한 주파수 응답 형태에 바위 같은 단단함의 저음을 더한 소리라서 건조하게 느껴지기 쉬울 터인데 이 잔향으로 조금은 듣기에 편한 느낌이 됩니다.
여기까지 작성을 하고 보니... 메제 엠피리언의 감상문에서도 그랬지만, 라이 펜타도 소리가 매우 정확하고 깨끗해서 뚜렷한 개성이라며 묘사할 부분이 없습니다. 제가 기껏 발견한 특징들도 모두 정확도, 깨끗함, 투명성, 균형감 등으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음악에 숨겨진 데이터를 뽑아낸다
제 생각에 메제 라이 펜타는 음악을 세밀하게 ‘해독(Decode)’하는 이어폰입니다. 음악 장르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며 투명하고 정확한 소리로 음악에 담긴 데이터를 대량 추출합니다. 고가의 음악 감상용 이어폰이지만 고성능의 스튜디오 모니터 이어폰이라고 해도 될 만큼, 소리를 깨끗이 전달하는 트랜스듀서의 역할에 충실합니다. 고음, 중음, 저음의 악기가 귀에 더욱 잘 들리도록 드라이버를 세팅해서 소리에 에너지를 실었고, 각 드라이버의 재생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서 넓고 명료한 사운드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또한 높은 중음의 강조로 더욱 가까운 사람 목소리와 현악기 음을 느낄 수 있으며 매우 단단하면서도 물리적 웅장함을 지닌 저음이 감상의 재미를 더합니다.
즉, 메제 오디오의 하이엔드 헤드폰과 이어폰이 주장하는 음악 감상은 음악의 다양한 해석이 아니라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최대한 날것 그대로 전달 받는 행위입니다. 엠피리언과 라이 펜타의 소리를 경험해보니 이토록 명확한 메시지가 발견됩니다. ■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