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트래킹으로 만드는 ‘진짜 3D 오디오’
모비우스는 센서를 통한 헤드 트래킹이 동작하므로 유저의 머리 위치를 지정하는 ‘센터 확보’가 필요합니다. 자리에 앉아서 들을 때에는 3D 매뉴얼 모드를 선택하고, 3D 버튼을 한 번 눌러서 수동으로 센터 지정을 해줍시다. 바로 이 센터 지정을 할 때! 유저는 정면을 보아야 합니다. 헤드폰이 좌우는 물론 상하로도 방향을 묘사하기 때문입니다. PC 모니터를 본다면 고개를 들고 센터 지정,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본다면 고개를 숙인 상태로 센터 지정 – 이런 식으로 자신이 화면을 볼 방향에 맞춰서 머리를 두고 센터 지정을 하면 됩니다.
그 후 3D 버튼을 길게 누르면 3D 오토를 쓸 수도 있는데요. 이것은 헤드폰에 내장된 자이로 센서를 사용해서 센터 지정을 자동으로 해줍니다. 유저가 이동을 하고 있으면 방향에 맞춰서 계속 센터를 바꿔주는 것입니다. 3D 오토 상태에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잠시 후 사운드 이미지가 고개 돌리는 방향으로 따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우 자연스러운 좌우 채널 교차 효과
모비우스의 3D 효과는 제가 지금까지 접해본 헤드폰의 3D 사운드 중에서 가장 리얼하고 듣기 좋은 3D 사운드입니다. 모비우스는 3D 효과를 꺼서 스테레오 헤드폰으로 쓸 수 있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절대로 끄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모비우스의 3D 효과는 한 번 접하면 빠져나올 수가 없는 마약과도 같습니다. 오디지에서 모비우스에 3D 끄기 기능을 더한 목적은 3D 효과가 없는 기존 헤드폰들이 얼마나 재미없는 존재인지 확인시키는 것이라고 봅니다. 3D 효과를 켜둔 상태에서 음악 감상에 집중해보면 좌우 채널 교차가 매우 자연스러워서 음이 왜곡되지 않습니다. 이 점은 Waves의 NX 기술을 몇 번이든 칭찬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3D 오디오가 항상 제대로 동작하는 헤드폰을 쓸 수 있게 됐으니까요.
*방 안에 있는 사람의 기운을 느낀다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있는데... 정말로 방 안에 스피커를 두고 듣는 느낌이 듭니다. 어설픈 3D 효과는 놀이 공원의 수많은 스피커들이 제각각의 타이밍으로 소리를 내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모비우스는 튜닝이 제대로 된 오디오 룸에서 듣는 듯한 경험을 줍니다. 이것은 특히 사람 목소리를 들을 때 명확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요즘 라우드 스피커의 하이파이 오디오 리뷰를 하고 있어서 청음실에서 사람 목소리 들리는 느낌을 제대로 기억하는 중입니다. 그런 목소리 울림의 경험이 모비우스의 3D 효과에서 굉장히 흡사하게 재현됩니다. 스테레오 헤드폰으로 사람 목소리를 들으면 좌우로 분리가 되어서 목소리 자체만 감지하게 되지만, 3D 효과가 적용되면 방 안에 있는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성우의 목소리를 들을 때 매우 즐거운 장점이 됩니다. 그리고 당연히... ASMR 채널을 감상할 때에도 굉장한 효과를 냅니다. 모비우스를 ASMR 전용 헤드폰으로 써도 그 가치가 성립될 정도입니다.
*헤드 트래킹의 룸 에뮬레이션
이 물건의 헤드 트래킹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면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음악을 재생한 후 3D 효과가 켜진 상태에서 머리를 상하좌우로 돌리며 목 운동을 해봅시다. 방 안에 스테레오 스피커를 틀어둔 상태에서 혼자 머리를 돌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센서가 반영되지 않은 3D 효과는 머리를 돌리면 주변 소리도 함께 돌아가지만, 센서로 머리 위치를 항시 반영하는 3D 효과는 유저의 머리만 돌아가는 감각을 전달합니다. 이것이 진짜 ‘룸 에뮬레이션(Room Emulation)’의 경험입니다.
헤드 트래킹과 조합된 3D 효과는 두 가지 여건에서 실제 효과를 낼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할 때이고, 둘째는 곡면형 와이드 모니터나 세 대 이상의 모니터를 연결해서 볼 때입니다. 게임을 하면서 상하좌우로 고개를 돌릴 때 모비우스의 3D 효과는 소리의 방향과 거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만약 한 대의 모니터를 보고 있다면 고개를 거의 돌리지 않으므로 헤드 트래킹 효과를 덜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방 안에서 스피커의 소리가 울리는 공간감을 경험하며 게임에서는 소리 요소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SOUND
*모든 입력에서 균일한 소리 품질, 약한 화이트 노이즈
각 입력마다 소리 차이가 크게 나오지는 않습니다. 소리가 헤드폰 내부의 DAC와 앰프에서 만들어지며 소스의 전달 방식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CD 해상도의 WAV 파일을 모비우스의 USB와 블루투스 입력으로 비교 청취해봐도 둘 다 좋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Aux 입력에서는 외부 재생기나 헤드폰 앰프의 소리 영향이 있지만 그 또한 모비우스 쪽의 소리 비중이 더 높습니다. 유저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모비우스를 연결하는 PC, 스마트폰, 외장 기기 등에서 노이즈가 생기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예: 접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가!)
모비우스는 헤드폰 앰프를 내장한 헤드폰이므로 능률을 확인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기기에 연결하든 출력이 받쳐준다고 보시면 됩니다. 단, 앰프가 들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약하게 ‘스으~’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있습니다. 이 노이즈는 3D 효과를 끄면 많이 줄어드는데요. 3D 효과를 켰을 때 더 강하게 앰핑이 되는 모양입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이런 화이트 노이즈는 음악이 재생되기 시작하면 뒤쪽으로 밀려나서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사운드 모드(EQ)
모비우스의 소리를 듣기 전에 마이크 볼륨 휠을 확인합시다. 이것을 한 번 누른 후 돌리면 사운드 모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 볼륨 휠을 누른 상태로 돌릴 때마다 음성으로 사운드 모드 이름을 알려주는데, 너무 빨리 돌리면 건너뛰는 경우도 있으니 하나씩 천천히 확인해보세요.
현재는 총 8개의 사운드 모드가 있습니다.
1) 플랫 (Flat : EQ 설정 없는 소리)
2) 디폴트 (Default : 오디지의 주파수 곡선이 적용된 소리)
3) 풋 스텝 (Footsteps : 발자국 소리를 강조)
4) 발리스틱 (Ballistics : 총소리와 효과음을 강조)
5) 뮤직 (Music : 음악 감상 최적화)
6) 레이싱 (Racing : 레이싱 게임 최적화)
7) RPG (롤 플레잉 게임 최적화)
8) 웜 (Warm : 저음이 보강된 포근하고 웅장한 소리)
이 중에서 웜 모드는 제품 출시 이후 추가된 것이라서 펌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합니다. 웜 모드는 저음이 확실히 늘어나며 고음이 조금 약해집니다. 다른 사운드 모드보다 두텁고 포근하며 더 웅장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게임용 사운드 모드와 음악용 사운드 모드의 차이점
풋 스텝, 발리스틱, 레이싱, RPG는 다양한 게임 장르에 맞춰진 사운드 모드이며, 음악 감상에 적합한 모드는 디폴트, 플랫, 뮤직이 되겠습니다. 웜 모드는 영화 감상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플랫 모드는 소리 선이 굵어지고 잔향이 늘어나며, 오디지 커브가 적용된 디폴트 모드는 고음이 샤프한 편입니다. 음색을 기준으로 한다면 플랫 모드는 LCD-2와 유사하고, 디폴트 모드는 사인(SINE)과 유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뮤직 모드는 깨끗한 고음과 밀도 높은 중음에 적절히 단단한 저음을 들려줘서 더욱 정돈되고 듣기 좋은 음악 감상이 됩니다. 취향마다 다르겠지만 모비우스로 음악을 듣겠다면 저는 뮤직 모드를 권하고 싶습니다. 단, 게임이나 영화 감상에서 뮤직 모드를 사용하면 소리 선이 가늘고 고음이 더 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운드 모드마다 확실한 특색이 있는데, 예를 들면 레이싱 모드는 자동차의 엔진과 트랜스미션 노이즈가 더 굵게 들립니다. 풋 스텝 모드는 배틀 그라운드나 포트 나이트를 할 때 다른 플레이어의 발자국 소리나 작은 소음을 잘 들리게 해줄 것입니다. 뮤직 모드로 레이싱 게임을 하면 소리가 너무 가늘고 차분한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게임용 사운드 모드로 음악을 들으면 소리가 어색하게 되니 주의합시다. (예: 풋 스텝 모드로 음악을 들으면 소리가 더욱 거칠어짐)
*게임 사운드의 임팩트보다 디테일에 집중한다
오디지 헤드폰 유저라면 ‘사인(SINE)’을 기억하실 겁니다. 모비우스의 소리는 사인에 사이퍼 케이블을 연결한 상태의 소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비우스 내부에는 오디지의 사이퍼(Cipher) DSP가 탑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앰핑이 들어간 사인의 소리를 기억한다면 모비우스의 소리도 상당히, 많이, 좋을 것이라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다.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오디지는 예전부터 자연스러운 플랫 사운드를 지향해왔습니다. 이 점은 게이밍 헤드셋을 표방하는 모비우스에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강력한 임팩트를 추구하는 타 게이밍 헤드셋과 달리 모비우스는 오랫동안 게임 사운드를 들어도 청각이 불편해지지 않도록 배려합니다. 즉, 게임 사운드의 임팩트보다는 디테일 묘사를 위해서 만들어진 헤드폰입니다. 근처에서 수류탄이 터졌을 때 다른 게이밍 헤드셋은 폭발의 강도를 증폭하지만, 모비우스는 폭발 지점의 방향, 규모, 범위를 포함해 수류탄의 종류까지 판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하이파이 수준의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을 게임에 사용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플랫 사운드를 기본으로 하되 완만한 고.저음 강조가 있다
앞서 LCD-2와 사인을 언급했을 때 눈치채셨겠지만, 모비우스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 헤드폰으로서의 기본기를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듣기 좋은 3D 효과가 더해졌으니... 사용 안내서를 마무리하기 전에 간단히 일반 헤드폰처럼 소리 감상을 해보겠습니다.
모비우스의 소리는 주파수 응답 형태를 상상해볼 때 플랫에 가까운데 디폴트와 뮤직 모드에서는 고음과 저음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특히 뮤직 모드에서는 고음에서 자극이 될 만한 영역을 낮추고 저음을 더 부드럽게 끌어올리는 듯 합니다. 플랫은 약간 어두운 음색의 가공되지 않은 소리이고, 디폴트는 플랫보다 고.저음 강조가 살짝 들어갔으며, 뮤직 모드는 디폴트 모드를 듣기 좋도록 양념한 느낌을 줍니다. 이런 사운드 모드들의 소리에서 평균을 낸다면, 모비우스의 고음은 미세하게 밝으며 중음과 저음이 조금씩 올라온 인상을 남깁니다. 고.중.저음의 균형이 대단히 좋지만 아주 낮은 언덕 모양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다는 뜻입니다. 다른 회사의 게이밍 헤드셋 소리와 비교한다면 모비우스는 완전히 오디오 애호가용에 속하겠습니다. 저음이 든든하지만 쿵쿵거리거나 묵직한 펀치를 때리지는 않습니다. 더 많은 저음을 원한다면 모비우스의 펌웨어를 업데이트해서 웜 모드를 추가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흠을 잡으려고 해도 결국 하이파이 헤드폰
응답 속도가 빠르고 정밀한 소리입니다. 고.중음은 불필요한 잔향을 만들지 않으며 저음은 짧게 끊어서 치는 단단한 타격을 묘사합니다. 이러한 정확함 덕분에 모비우스는 감상용 헤드폰일 뿐만 아니라 사운드 엔지니어링의 장비로도 사용될 수 있겠습니다. 굳이 흠을 찾는다면 제가 예전에 소리에 뿅 반해서 직접 구입했던 사인의 소리보다는 고음의 질감이 거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앰핑이 들어가기 때문에 소리의 선이 굵고 명확하지만 사인처럼 기교가 있거나 현란한 느낌은 아니군요. 그리고 당연한 결과이지만 물리적으로 훨씬 큰 LCD-2보다는 소리의 규모가 작게 나옵니다. 만약 모비우스의 USB 연결로 고해상도 파일을 감상한다면 어떨까요? 소리 품질의 최대치를 뽑기 위해서 이런 방법을 사용해봤습니다.
1) 모비우스를 윈도우 PC에 USB 연결하고 마이크 볼륨 휠을 길게 눌러서 2채널 Hi-Res 모드로 맞춘다. (Hi-Res를 켜면 3D 효과가 꺼짐)
2) 푸바2000을 실행하고 컨트롤 패널에서 모비우스를 Output Device로 지정한다.
3) DS가 아닌 WASAPI를 사용하면 정확히 96kHz / 24bit 해상도의 파일만 재생할 수 있다.
이렇게 들어보니... 역시 이 헤드폰은 ‘오디지의 헤드폰’이라는 생각이 굳어집니다. 드라이버의 고성능이 소스 쪽의 품질을 그대로 드러냈던 것입니다. CD 해상도 이하의 음악 파일을 윈도우 DS로 재생할 때 느껴지던 고음의 거친 질감이 확 줄어들었고 중음과 저음의 밀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그래도 사인보다는 덜 현란하고 LCD-2보다는 덜 웅장합니다. 이것은 어떻게든 단점을 찾아보려고 하는 저의 트집 잡기나 다름없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블루투스 헤드폰이나 외출용 헤드폰을 생각한다면 모비우스의 소리는 음악적 튜닝이나 독특한 개성이 아니라 성능의 관점(해상도, 분리도, 응답 속도, 사운드 이미지의 깨끗함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본이 밸런스형 사운드이므로 음악 장르를 타지 않는 올라운더(All-rounder) 헤드폰이기도 합니다. 밀폐형 헤드폰이라서 공간감이나 개방감이 부족하다고 말하려는 순간... 3D 효과를 켜봅니다. 첨단 기술로 생성된 커다란 방 안의 공간이 헤드폰을 통해서 저의 머리를 에워쌉니다. 내 다시는 3D 효과를 끄지 않으리 – 이런 생각만 듭니다. ■
*제품 요약 : 소리를 깨끗하게 전달하는 평판형 자석 드라이버의 휴대용 헤드폰인데 굉장히 자연스럽고 듣기 좋은 3D 효과가 아무렇지도 않게 혼합되어 있다. USB, Aux, 블루투스 입력과 다양한 사운드 모드를 갖춰서 게임은 물론 영화, 음악 감상도 커버하는 만능 아이템이다. 상급의 오디지 헤드폰들보다는 덜 다듬어진 소리일 수도 있으나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휴대용 헤드폰들을 가볍게 앞서는 소리이기도 하다. 3D 효과가 항시 적용되는 블루투스 헤드폰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이 리뷰는 셰에라자드의 고료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제품을 찾아서 직접 검증, 분석한 후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제가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점은 글 속에서 직접 판단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