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서 헤드폰잭이 사라지는 것은 처음에는 크나큰 고통(...)이었으나, 지금은 판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지 않고 유선 이어폰을 끼우고 다니는 것이 조금 어색할 정도인데요. 이것은 몇 가지 요인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로 보입니다.
1) 거대해진 스마트폰
: 5인치 미만의 폰 쓰는 사람을 보기가 힘듭니다. 큰 화면의 스마트폰은 주로 손에 들거나 가방 속에 담기게 됩니다. 덩치 큰 스마트폰에 유선 이어폰을 연결하고 다니는 것은 꽤 불편한 경험입니다. 외출 중에 무선 이어폰을 챙기는 것이 거의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2) 보급형 블루투스 이어폰의 러쉬
: 멋진 디자인, 매우 좋은 소리, 이런 저런 스마트 기능 등을 원한다면 10만원대 이상의 제품을 고르겠지만, 실제로 이어폰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쪽은 5만원 아래의 보급형 블루투스 이어폰이라고 합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의 가격 부담이 없으니 스마트폰과 함께 구입하는 것도 쉬운 일입니다.
3) 블루투스 이어폰의 품질 향상
: 초창기 블루투스 헤드셋들은 음성 통화에 최적화되었으며 음악적인 사운드 튜닝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원래 소리가 괜찮은 이어폰을 기본으로 해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개발하며 음악 감상에 맞도록 사운드 튜닝도 할 수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가볍게 음악을 듣기에는 조금도 문제가 없는 소리 품질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블루투스 이어폰 라인업을 지닌 모비프렌에서 또 다른 보급형 모델을 추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4만원대의 E1120, 6만원대의 E3100에 이어서 3만원 아래의 MFB-E1000을 출시한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듯이 E1000은 아주 심플하게 생긴 블루투스 이어폰이며, 거의 모든 면에서 유저에게 즐거움과 편안함을 안겨주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보급형 블루투스 이어폰은 품질이 별로다'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겠습니다. 여러 해외 브랜드 이어폰들보다는 평범한 인상을 줄 수 있으나 그만큼 아무렇지도 않게 디자인, 소리, 기능, 가격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이 모비프렌 E1000입니다.
(*모비프렌 이어폰의 모델 넘버에는 MFB가 붙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모델 넘버만 표기하겠습니다.)
E1000을 구입하면 작은 패키지 속에 이어폰 본체와 충전용 USB 케이블, 대중소 사이즈의 이어팁이 들어 있습니다. (중 사이즈 이어팁은 제품에 장착되어 있음) 제가 패키지 사진을 찍지는 않았는데 3만원짜리 블루투스 이어폰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고급스럽게 포장됩니다. 가격대가 낮은 블루투스 이어폰은 선물용으로도 많이 쓰이기 때문에 포장이 좋다는 점도 상당한 도움이 되겠습니다.
제품 색상은 블랙과 화이트가 있으며 둘 다 깔끔한 무광 소재입니다. 넉넉한 길이로 목에 걸 수 있는 케이블은 E1120처럼 피복에 촘촘한 홈이 파여 있어서 터치 노이즈를 줄여줍니다. 또한 이어폰 하우징에 말랑하고 뽀송한 감촉의 실리콘 코팅이 되어 있어서 귀에 착용할 때 편안하고 땀이나 기름 얼룩이 묻지 않습니다. 이 실리콘 코팅은 3버튼 리모컨에도 적용되어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건대, 이 코팅의 감촉이 무척 뽀송합니다. 어린 아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부드럽게 만들어진 제품처럼 자극이 없고 매끄러운 느낌을 줄 것입니다.
E1000 화이트 색상은 굉장히 뽀얀 느낌이라서 누구나 반해버릴 것 같습니다. (-///-) 이렇게 티없이 깨끗한 흰색 이어폰을 보면 때타는 것이 두려워지는 분도 많을 텐데요. 휴지에 에프킬라 한 방 칙 뿌려서 닦아주면 깨끗해집니다. 단, 가죽이나 청바지에서 이염이 되면 지울 수가 없으니 주의를 바랍니다! 저도 E1000 화이트 색상이 하도 예뻐서 블랙 색상보다 먼저 사용을 시작했는데, 가죽 가방의 포켓에 담았다가 갈색 얼룩이 조금 생겼습니다. 얼룩 지우기의 궁극적 수단인 자전거용 디그리서로 닦아도 안 지워집니다. (-_-);; 물론 E1000 블랙 색상은 이런 염려가 아예 없으니 마음 편하게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쁘기는 E1000 화이트 색상이 더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많이요.
리모컨은 클릭이 명확한 3개의 버튼을 지녔으며 iOS와 안드로이드 모두 호환됩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모델마다 볼륨 버튼이 다르게 동작하거나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제가 보유한 스마트폰과 아이패드에서는 음악의 재생 및 정지, 곡 넘기기, 볼륨 조정이 모두 동작했습니다. 버튼이 큼직하고 간격이 충분히 띄워져 있어서 눈으로 보지 않고 손가락 끝으로 더듬어 구별할 수 있습니다. 리모컨 앞면에는 상태 표시를 위한 LED가 있으며 리모컨 후면에는 음성 통화용 마이크가 배치되었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의 통화 품질이라는 것은 유저의 스마트폰, 사용하는 통신사, 통화를 하는 지역 등의 여러 변수가 작용하여 결정됩니다. 그래서 여러 개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는 사람도 각 이어폰마다 다른 통화 품질 평가를 하게 되는데요. 제가 사용해본 모비프렌 이어폰 중에서 음성 통화가 어려웠던 제품은 없었습니다. E1000도 몇 차례의 음성 통화를 해보니 확실히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의외로 많은 분들이 몰라서 당황했던 것인데, 대부분의 스마트폰들이 음악 볼륨과 통화 볼륨을 따로 적용합니다. 통화 볼륨은 음성 통화 중에 볼륨 버튼을 눌러서 올릴 수 있으니 참조를 바랍니다.
배터리 충전은 이렇게 Micro-B USB 케이블을 끼워서 합니다. E1000도 다른 모비프렌의 백헤드 타입 이어폰들처럼 양쪽 채널에 배터리를 내장해서 더욱 긴 배터리 사용 시간을 보여줍니다. 연속 통화 6시간, 음악 재생 6시간, 대기 7일이며 완전 충전은 PC의 USB 연결 기준으로 1시간 30분 정도라고 합니다. 5V / 1A 휴대폰 충전기로도 충전할 수 있습니다. 말 나온 김에 제품 사양을 간단히 살펴봅시다. 블루투스 4.2버전이며 오디오 코덱은 SBC입니다. 사운드 모드는 1개로 고정되어 있으며 '모비프렌 GT'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E1000을 통해서 SMS, 카톡, 라인의 메시지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앱 설치를 하지 않아도 이어폰 사용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기능! 모비프렌 이어폰 중에서 가장 낮은 가격대의 E1000이지만, 기기 2대와 동시 연결을 유지하는 멀티포인트를 지원합니다. 먼저 1번 기기와 E1000을 페어링한 후, E1000의 전원을 껐다 켜면서 다기능 버튼(가운데 버튼)을 계속 눌러서 수동 페어링으로 2번 기기와 연결합니다. 그 다음 1번 기기에서 E1000을 찾아 페어링하면 1, 2번 기기 모두 페어링이 유지됩니다. 다른 멀티포인트 지원 이어폰들도 이런 방식인데 모르는 분이 많아서 설명해보았습니다.
*수동 페어링 : 예전에 다른 기기와 페어링했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새 기기에서 사용하려면 수동 페어링을 해야 합니다. 전원을 켤 때 다기능 버튼(가운데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휴대폰에서 검색하여 연결하세요'라는 안내 음성이 들릴 것입니다. 이것이 수동 페어링 모드를 시작했다는 뜻이므로 새 기기의 블루투스 메뉴에서 이어폰을 찾아 연결하면 됩니다.
E1000은 다른 블루투스 이어폰들보다 하우징이 큰 편입니다. 그런데 하우징의 디자인이 사람 귀 모양에 아주 잘 맞도록 되어 있습니다. 외이도 입구로 들어가는 노즐이 길게 나와 있고, 귀 안쪽 공간(콘차)은 하우징이 가득 채워주는 구조입니다. 이어폰을 귀에 넣은 후 앞쪽으로 살짝 돌려주면 바로 정착용이 됩니다. 게다가 이어폰의 무게가 굉장히 가벼워서(케이블 포함 15.4g) 귀에서 흘러내리지도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E1000을 두 가지 방법으로 착용하는데요. 주변 소음을 단단히 차단하고 싶을 때에는 하우징을 많이 돌려서 깊이 끼워주고, 그냥 편안히 듣고 싶을 때에는 노즐 부분만 잘 들어가도록 끼웁니다. 이 제품의 소리가 확실한 '저음형'이므로 이런 착용법으로 저음의 양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제 귀에는 L, M, S 사이즈 이어팁 중에서 S 사이즈가 딱 맞았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사진 속 E1000에는 모두 S 사이즈 이어팁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케이블을 목 뒤로 걸어서 착용하는 백헤드 타입의 블루투스 이어폰입니다. 그렇다면 음악을 듣지 않으면서 이어폰을 목에 걸고 다닐 때도 많겠지요? E1000은 하우징 측면에 자석을 내장해서 좌우 유닛을 붙여둘 수 있습니다. 가까이 두면 딱 붙는 자석이지만 자력이 아주 강하지는 않으므로 쉽게 분리됩니다. 여름이라서 흰색이나 파랑색 톤의 티셔츠를 많이 입고 다니는데, 그 때마다 E1000 화이트 색상을 목걸이로 걸고 다녔습니다.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ㅇ_ㅇ)
E1000 블랙 색상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옷차림에 어울릴 것입니다. (ㅇ_ㅇ)/
SOUND
E1000은 일반적인 SBC 코덱을 사용하므로 어느 기기에 연결하든 소리에서는 거의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물론 기기마다 소리가 다르니 다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이어폰의 소리 개성이 매우 뚜렷하기 때문에 구별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_-)a 어느 기기에 연결하든... 응? 의외로 소리가 좋습니다. 예상을 완전히 벗어납니다. 혹시 가격으로 소리를 짐작했다면 더욱 크게 만족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저는 소니 엑스페리아 XZ1 컴팩트와 LG V20에 연결해서 주로 사용했고, 최종 감상문은 아이패드로 애플 뮤직을 들으면서 작성했습니다. 생활 속에서 즐겁게 들으라고 만들어진 E1000인데 진지한 음악 감상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테니까요. 이 때 볼륨은 페어링하는 폰과 동기화되지만 V20는 따로 설정되었습니다. 이 경우 V20의 볼륨은 70% 정도로 맞추고, 이어폰의 볼륨을 조정해서 듣기를 권합니다. 폰 볼륨을 100%로 하면 게인(Gain)이 너무 높게 되어서 소리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 음악 재생을 시작하면 바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 0.5초 정도 페이드 인(Fade-in, 점점 나타남)이 되면서 시작합니다. 노래 앞이 잘리는 게 아니고 서서히 볼륨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청력 보호를 위한 기능인 듯 한데요. 블루투스 이어폰 하나를 여러 기기에 페어링해서 사용할 때 다른 기기에 연결했다가 볼륨이 너무 커서 깜짝 놀라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음악 감상을 차분히 시작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기도 합니다.
E1000의 소리는 중음과 저음의 비중이 고음보다 훨씬 높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깊고 강하게 울리는 저음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나 확실하게 ‘요것은 저음형 이어폰이구만!’하고 판단할 수 있는 소리입니다. 맑고 샤프한 것과는 완전히 반대인데요. 그렇다고 단순히 저음만 강조된 이어폰은 아닙니다. 고음 중에서 7~8kHz 부근이 살짝 살아나서 끝부분이 시원한 느낌이고, 중음이 두텁게 부각되어 있어서 보컬과 기타 연주가 포함된 음악에서 큰 장점이 됩니다. 즉, 대체로 부드럽고 따뜻한 인상을 주는데 저음 펀치가 힘차고 중음은 귀에 가까우며 고음은 청각에 자극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이 물건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특징을 100% 발휘합니다. 소리 전체의 밀도가 매우 높아서 아주 든든하군요. 또한 귀 아래쪽으로 ‘우웅~’하고 울려 퍼지는 초저음이 심리적으로 넓은 느낌을 줍니다. E1120, E3100과 비교한다면 상대적으로 고음이 약해서 소리의 해상도가 낮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면 해상도가 낮은 게 아니라고 봅니다. 모든 음 영역의 응답 속도가 무척 빨라서 명확한 인상을 줍니다. 단, 음악 속의 요소를 잘게 나누는 분리도는 확실히 낮은 편입니다. E1000은 거의 모든 음악 장르를 커버하는 올라운더이지만 클래식 악곡 감상에는 권하지 않겠습니다. 혹시 중저음 중심의 편안하고 포근한 클래식 감상을 원하신다면 문제없겠고요.
E1000의 소리를 들으면 귀 속이 가득 차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앞서 언급한 ‘소리의 높은 밀도’가 큰 영향을 주지만, 사실 가장 큰 요인은 아주 크게 강조된 ‘서브 우퍼급의 저음’입니다. E1000의 다이내믹 드라이버는 그 태생부터 강력한 저음 재생에 최적화된 듯 합니다. 저음을 크게 내려면 진동판 지름이 더 크게 되며, 드라이버를 담는 하우징도 커져야 하는데, E1000의 디자인이 딱 그렇습니다. 100Hz가 아니라 50Hz 이하의 영역까지도 저음이 쭈욱 내려갑니다. 게다가 200Hz 근처의 ‘타격을 내는 저음 영역’이 많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저음 악기가 쿵하고 울릴 때마다 고막을 누르는 압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재즈 연주의 더블 베이스와 락의 베이스 드럼 파트가 그야말로 펑펑 터집니다. 제가 기운이 빠질 때마다 듣는 하우스 뮤직에서도 쿵쿵쿵 둠칫둠칫하면서 빠른 템포로 울리는 펑펑 저음이 심장 박동을 가속해주었습니다. 혹시 출근길에 팝이나 댄스 뮤직을 들으며 기운을 내는 분이라면 E1000이 제대로 자양강장제 역할을 해줄 것입니다.
즐거운 모바일 음악 감상이란 무엇일까요? 이동 중에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만 챙겨서 듣는 것 말입니다.
부담이 없어야 합니다. 저는 한 달 월급을 털어서 사야 하는 고가의 이어폰을 여러 개 쓰고 있지만 이동 중에 즐겁게 듣는 용도의 이어폰은 대부분 부담이 없는 것을 선택합니다. 쉽게 말해서 금전적 부담, 사용의 부담, 소리의 부담이 모두 없는 블루투스 이어폰이 좋다는 겁니다. 모비프렌에서 E1000의 별칭을 알려주었는데 ‘팝(Pop)’이라고 합니다. 이 제품의 풀 네임은 ‘MFB-E1000 POP’인 것입니다. 팝(Pop)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E1000에게는 '대중적'이라는 뜻이 맞겠습니다. 마치 커다란 헤드폰을 듣는 듯한 사운드, 예쁘면서도 튀지 않는 색상과 디자인, 가벼운 무게와 쓰기 쉬운 기능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제시됩니다. 하루 종일 목걸이처럼 착용할 수 있으며 운동용으로도 좋으니 생활용 블루투스 이어폰으로도 적당합니다. 고음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저음이 매우 강한 소리이므로 선택에 참조하기 바라며, E1000 화이트 색상을 고르겠다면 에프킬라와 휴지를 잊지 말아주세요. ■
*이 글은 모비프렌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