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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then there was pro."
2019년 9월에 공개된 아이폰 11 프로는 애플이 처음으로 아이폰에 ‘프로’라는 이름을 붙인 스마트폰이다. 전면부는 아이폰 XS와 별다를 게 없지만, 후면 상단부에는 큼직한 카메라 렌즈 세 개와 카메라 섬을 배치하여 전작들과 확실하게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렌즈와 카메라 섬 크기를 키워 가며 현행 아이폰 13 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 11 시리즈에 적용된 A13 바이오닉 프로세서는 2020년에 발매된 아이폰 SE 2세대, 현행 아이패드 9세대에도 사용된 AP로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타사의 플래그십 AP들을 압도하고 있는 고성능 프로세서이다. 여기에 4GB LPDDR4X SDRAM와 NVMe 스토리지를 적용하여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은 처리속도를 실현했는데, 이로써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서의 다양한 기능은 물론 사진과 영상 작업에서도 전례 없는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 11 프로의 카메라는 트리플 렌즈 구성으로 각각 기본(광각)과 초광각, 망원(표준) 화각을 지원한다. 기본 카메라는 135포맷 환산 26mm F1.8 렌즈, 초광각 카메라는 13mm F2.4 렌즈, 망원 카메라는 52mm F2.0 렌즈가 장착되어 있으며 이중 기본과 망원 카메라에는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술과 위상차 검출 AF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이미지 센서의 화소 수는 세 가지 카메라 공히 1200만 화소. 4800만, 1억800만 화소 센서도 드물지 않게 쓰이는 요즘 상황으로 보면 왠지 구시대적인 것 같지만 고화소 센서에 비해 해상감이 좀 떨어질 뿐 노이즈 컨트롤 측면에서는 오히려 유리한 부분도 있고, 촬영한 사진을 PC로 옮겨 활용할 때에도 대부분의 용도에서 부족함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약 15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아이폰 11 프로를 주력 스마트폰으로 사용해 오면서, 여(余)가 가장 많이 사용했고 또 가장 만족했던 기능이 바로 카메라였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휴대하며 원할 때 곧바로 꺼내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스마트폰이 고성능화되고 각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카메라 기능을 향상시키면서 똑딱이 카메라(point & shoot camera)와 대부분의 하이엔드 카메라는 순식간에 입지를 상실하고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영상을 전공하고 사진밥을 먹은 지 꽤 된 여조차도 이제는 일상 속에서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 초창기 디지털카메라가 그러했듯 스마트폰 카메라도 처음에는 그저 ‘화질도 기능도 별로지만 간단한 기록에는 유용한 기능' 정도로 활용될 뿐이었지만, 이제는 렌즈 광학계와 이미지 센서의 물리적 크기에 기인하는 몇 가지 한계를 제외하면 편의성은 물론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디지털카메라 대비 우위를 늘려 가고 있다.
일상 속 카메라로서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우월한 점은 압도적인 휴대성, 시인성이 뛰어난 디스플레이, 접근과 활용이 손쉬운 UI, 단순하면서도 뛰어난 후보정 기능, 소셜미디어와의 탁월한 연계성 등일 것이다. 안드로이드 계열에도 카메라 특화 기종들이 있으며 그중 몇 가지를 사용해 보았지만, 아이폰 11 프로를 장시간 사용해 보니 애플은 ‘가장 뛰어난 하드웨어로, 가장 손쉽게, 가장 훌륭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카메라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끔은 디테일한 설정이 불가능하여 아쉬울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폰 11 프로는 카메라가 필요한 순간 가장 신속하게 여의 일상을 기록해 주었고, 기본 사진 앱에서 지원하는 최소한의 보정으로 여가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 주었으며, 15개월간 여의 소셜미디어를 충실하게 채워 주었다.
물론 아이폰 11 프로의 카메라에도 아쉬운 점은 분명 존재한다. 가장 아쉬운 것은 어두운 환경에서 밝은 광원이 앵글 안에 들어올 때 발생하는 고스트 현상이다. 애플이 이런 걸 어떻게 용인하고 제품을 출시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데, 심지어 현행 아이폰 13 프로에 이르기까지도 이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11 프로는 애플이 자랑하는 화질 향상 기술인 딥 퓨전(deep fusion)이 적용되기 시작한 첫 모델인데, 아이폰답게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좋은 사진을 만들어 주는 것은 편하고 좋지만 이게 언제 발동되는지도 알 수 없고 유저가 스스로 기능을 켜고 끌 수 없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또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카메라앱은 모든 설정을 앱 UI 내에서 변경할 수 있지만 아이폰의 그것은 카메라 앱 UI와 설정 앱 내 카메라 항목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것도 편의성 측면에서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2007년 1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한 이후로 스마트폰은 현대인들의 생활 속에 급속도로 스며들어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휴대폰과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디지털카메라의 기능을 ‘항상 휴대하는 전화기' 하나에 집약시킴으로써 다른 모든 디바이스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최고의 장점이다. 향후 십여 년 동안 스마트폰 카메라의 휴대성과 편의성을 대체할 디바이스가 나올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사진과 영상의 프로들을 위한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프로세싱, 완성도 높은 앱들까지 완비한 애플의 아이폰 프로 시리즈가 항상 자리매김하고 있을 것 같다.
자차로 출퇴근하는 여는 교통체증을 만났을 때, 신호대기에 걸렸을 때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출근길, 자하문터널에서 망원 카메라로 촬영.
작년에는 하늘과 구름이 예쁜 날이 유난히도 많았다.
퇴근길, 청와대 분수 공원 앞에서 신호 대기 중에 기본 카메라로 촬영.
눈이 내린 후 노을이 붉게 물들었던 날.
외근을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중에 초광각 카메라로 촬영.
위 사진과 같은 날의 숭례문.
기본 카메라로 촬영.
회사에서 주차장 사이를 걸을 때는 늘 숭례문 옆을 지나는 터라 여의 소셜미디어에는 하늘과 구름, 숭례문 사진이 많다.
초광각 카메라로 촬영
사시사철 밤낮 없이 무시로 숭례문 곁을 지나다니며 숭례문 사진을 찍곤 한다.
때로는 숭례문 아래를 지나며 사진을 남기기도 한다.
아무래도 화재에서 복구된 후로 가없는 애착 같은 게 생긴 모양이다.
숭례문 앞 남대문시장의 후락한 건물들 뒤로는 고층 건물들이 자리를 잡아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딥 퓨전 프로세스가 작동하여 화질은 좋으나 가로등으로 인한 고스트가 거슬린다. 참 아쉬운 부분....
구도에서 숭례문을 빼면 낡은 상가와 고층 건물들의 대비가 더 선명해진다.
역시 회사 근처라서 자주 지나다니는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 사거리.
우측의 화폐박물관과 좌측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옛 제일은행 본점 건물들은 모두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것들로 이 거리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뒤에는 한국은행 본점 건물이 있는데, 옆에 건물을 새로 올려 기존 건물과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몹시도 추웠던 겨울날 저녁, 서울로7017을 걷다가 서울역 옛 역사 위로 뜬 초승달을 찍다.
아이폰 11 프로를 쓰면서 가장 좋았던 게 135 환산 52mm 렌즈가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역 인근,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서울역 호텔이 있는 트윈시티 남산 빌딩.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호텔의 인스타그램 계정 스토리에 포스팅되었다.
다른 날, 다른 각도에서 같은 초광각으로 촬영한 트윈시티 남산 빌딩.
오른쪽 경사로를 올라가면 후암시장이 있다.
서울역 인근에 거주하는 친구의 집에서 유리창 너머로 내려다본 염천교 일대 풍경.
만리재로 재개발로 인해 이쪽 방면의 풍경도 많이 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권이 완전히 무너진 명동에는 2년 남짓한 동안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한때 관광객으로 북적북적했던 롯데백화점 본점 앞도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고 애플 명동이 입점하는 등, 서서히 분위기가 바뀌고 있긴 하다.
출근길과 퇴근길, 신호 대기 중에 촬영한 광화문.
출근길에는 흑백으로 보이고 퇴근길에는 총천연색으로 보인다(?)
낮에는 인적이 드물다가 해가 저물면 술렁이는 힙지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로는 가게마다 사람이 넘친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적란운.
이날 소나기가 꽤 세게 내렸던 기억이 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가을날.
줄을 서서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
저녁 약속이 있어 백만 년 만에 한강을 건넜던 날.
잠실역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에 찍은 사우ㄹ...이 아니라;; 롯데월드타워.
52mm 렌즈와 인물 모드(라고 쓰고 음식 모드라고 읽는다)의 조합은 식당, 카페 등에서 최고라고 생각한다.
항상 두세 대의 스마트폰을 동시에 사용하며 궁금한 기기가 생기면 얼른 얼른 바꿔대는 여에게 있어 15개월 동안 한 기종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심히 드문 일이다. 아이폰 11 프로는 그만큼 잘 만들어진 기기였고 여에게 너무나 잘 맞는 스마트폰이었다. 애플페이가 서비스되지 않고 통화녹음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이건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아이폰의 문제니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잘 사용해 온, 아직 너무나 깨끗하고 쌩쌩한 아이폰 11 프로를 며칠 전에 처분한 것은 다름아닌 손목 통증 때문이었다. 5.8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는 너무나 마음에 들었지만 188그램이라는 무게는 오랜 컴퓨터 작업과 스마트폰, 태블릿 사용으로 탈이 난 손목에 은근히 부담이 되었다. 한 달 여의 장고 끝에 결국 아이폰 12 미니로 바꾸었는데 손목은 편해졌지만 52mm 렌즈를 쓰지 못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쉽다.
고마웠다, 11 프로. 나의 일상을 충실히 담아 준 '카메라'여, 안녕히.
그 와는 별개로 낮에는 요즘 폰도 좋지만
조금만 어두워져도 디테일은 여지없이 뭉게지네요.
저도 11pro쓰고 있는데 이번에 나올 14pro기대됩니다.
하반기까지 손목이 나아지면 14 프로 맥스로 넘어가 볼까 고려하고 있습니다+_+
하지만 망원카메라가 없는 건 참 아쉽습니다ㅠㅠ
동선이 저랑 많이 겹치시네요... ^^
출퇴근시간에 숭례문 옆으로 지나시다가 12 미니 들고 사진 찍는 인간이 보이면 "헤일 하이드라"라고 속삭여 주세요(?)
일례로 아이폰 13 시리즈에 초광각렌즈를 이용한 접사 기능이 들어가 있는데 꽤 쓸 만하다고 합니다.
사견이지만 심도나 왜곡, 화질(!) 등을 고려할 때… 접사 촬영을 즐긴다면 스마트폰보다 적당한 카메라와 마크로렌즈를 따로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사진 좋고 멋집니다. ^^
비스코랑 라이트룸 쓰는데 다른것도 한번 써보고 싶어지네요.
/Vollago
앞으로 카메라 탓 하지 않겠습니다^^2
사진 참 멋집니다!!
사진 잘 봤어요~!
제 손이 문제군요.
사진 잘 봤습니다. ^^
저희 회사는 지방 소도시 외곽 산 옆에 ..휴대폰도 안 터지는곳이 존재하는..
사람이 스마트해야한다는게 스마트폰이라는 말. 실감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내공이 후덜덜 하십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사진이 모두 멋져요.
13미니가 사진도 영상도 훨 좋아 보였는데 가격도 높고ㅠ 반년 후에 14 프로 나오는 걸 보자는 생각에 12미니로 타협했습니다.
이 사이즈에 트리플 렌즈 달아서 나오면 최강폰일 텐데... 꿈도 꿀 수 없겠죠ㅠㅠ
결국은 11 프로를 떠나보내고 카메라를 새로 구입했지만, 그 고민은 이후로도 계속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사진 너무 좋습니다! ^^
역시 사진을 못찍는건 제손이 문제였읍니다
다음 아이폰부터는 프로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진 좋네요!!
/Vollago
아이폰 일반 모델도 좋지만, 비교해 보면 역시 ‘프로’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