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역사물의 경우 '비명을 찾아서' 나 '높은 성의 사나이' 같은 작품들까지 염두에 두면
정말 역사도 오래되고 많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이전 대역물과 2010년 이후의 대역물을 가르는 가장 큰 키워드라면
상태창 or 머릿속 인터넷 대역환생물 일텐데요.
원래는 저는 환생/타임트립하는 대역물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진짜 어설퍼서 못봐주겠거나, 반대로 열심히 고증은 했는데 맨날 테크트리 올리느라
바빠서 대체 전개는 언제 되는지 궁금한 소설들이 많았죠.
뭐, 판타지야 세계관 창조자인 작가가 내가 그렇다면 그런줄 알아! 로 어느정도 방어가 되지만(예를 들어 '이 소설은 판타지면서 왜 반지의 제왕 설정 안따라갔냐?!' 라고 비난하면 다른 유저들한테, 심지어 반지의 제왕 팬들한테도 다구리 맞죠)
대역물은 실제 역사&어쨌든 지구라는 점 때문에 독자들이 공격하기도 쉽고,
작가도 방어적으로 변해서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몇년전에 글 썼지만, 대역소설은 사이다 전개 어렵다고 생각했던 제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준게 대역계의 존 윅, '폭군 고종대왕 일대기' 였고, 그 외에도 요즘 문피아, 카카오페이지, 조아라 등이 활성화 되면서 좋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환생&대역물 이란게 취향은 갈립니다만, 개인적으로 읽어본 작품중 가장 재미있게 읽고 있는 작품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문피아 & 네이버 시리즈 연재중인 '검은머리 미국 대원수' 입니다.
아래부터는 약 스포가 있습니다. 다만 전체 전개와는 거의 상관없는 부분이라,
크게 상관없는 부분만 고심해서 넣었는데 스포 자체에 민감하신 분은 뒤로가기 누르셔도 됩니다.
1. 고오오오오오증
고증을 중시하는 대역물들의 실수 중 하나가, 고증을 중시하다 보니 개그나 사이다가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이 작가는 고증을 개그코드로 써먹습니다.
이게 대체 뭔 소린가 싶은데,
저도 이 소설 읽고 '설마 이게 고오오오오오증 이라고?!' 싶어서 찾아봤다가
'1941년 이전 미국은 미합'중국' 이다' 라는 말에 깊이 동감하게 되었습니다.
소설 전개에 거의 상관없는 것들만 몇개 뽑아봅니다.
(소설전개상 강스포가 되는 고오오오증들은 더 빵빵 터지는게 많습니다)
정말 믿지 않을까봐 그러는데, 이거 다 고증입니다. 고오오오증이요.
- 패튼 장군은 맥시코 내전에서 도적 두목(반란군 장군) 을 본네트에 매단채 귀환했고
이를 본 상관 퍼싱 장군은 "내가 도적놈을 잡으러 왔는데, 진짜 도적이 우리 부대에 있었어"
라고 한탄했다.
- 패튼은 전쟁 첫 출전때 두려움에 떨다가... 하늘에서 보이는 조상님들을 보고(....네?)
패튼 가문의 후예가 전쟁터에서 겁먹었음을 자책하며(...)
"또 한명의 패튼이 당신의 곁으로 올라갑니다!!!" (....김도? 엔티티님?) 를 외치며 돌격했다.
- 미군은 1차 대전 이전에 '30일 장교 양성 코스'(...병사도 그것보단 오래 훈련시킨다) 를 진짜로 운용했다. 그리고 1차대전~2차 대전 사이에 '대서양이 있는데 군대가 무슨 쓸모?' 하면서 미군을 약 10만 정도까지 감축하기도 했다(...10만명을 뺀게 아니라, 10만명'으로' 감축했습니다. 50년대 한국군 60만...) 1939년에 대공황 좀 끝나고 해서 살짝늘린 미군 숫자가 17만 5천, 일부 부대는 소총이 부족해서 나무총으로 훈련하는 군대였다고.
(...이게 미국이라고???? 싶은데, 고오오오오증입니다. 미군이 2차대전때 미친듯이 증폭해서 천조국이 된건 진주만에 개빡친 미국의 쇼미더머니 + 미친듯이 늘어나는 830만 대군의 병참 및 보급을 죄다 컨트롤하고 시스템을 세운 마셜공명 덕분이지, 2대전 이전에도 강했던건 아니더라고요. )
- 4선 대통령, 루즈벨트는 국무부 장관 헐을 정적으로 여겨서 차관인 웰즈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헐을 몰아내려 했는데. 루즈벨트가 그렇게 웰즈를 밀어줬는데도 국무부 내전은 헐의 승리로 끝납니다.
사유는 웰즈 차관이 흑인 짐꾼에게 성매매를 제안했다가 걸리는 스캔들이 터저셔(...)
- 패튼은 자기 여동생을 나이 차이가 27세 정도 나지만 괜찮은 남자에게 소개해줬고, 약혼까지
갔는데, 남자 쪽이 프랑스에서 더 젊은 여자랑 바람이 나서(...) 약혼이 깨졌지만, 패튼은 샷건을 들고 그 남자를 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놈이 유럽연합군 총사령관 퍼싱 장군(...)이라서.
하긴 생각해보면 대한 광복군의 명장 무다구치 렌야도 고오증이고 지상 최악의 화산+밀림지대에 병사들 꼴아박아서 죽인것도(코코다 트랙) 고오오증인데 싶지만. 진짜 지구작가 글 이따위로 쓰지마라!!! 라는 한탄이 나옵니다.
280화가 넘은 지금, 이젠 독자들도 뭔가 황당하고 어이없는게 나오면 '아 고오오오오오증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고 있으며 진짜로 고증이 맞습니다 .ㅠ.ㅠ(그리고 다같이 작가를 물어뜯습니다. 지구작가요)
그만큼 작가가 소설 무대인 1,2차 세계대전 시대에 대해 많이 공부하기도 했다는 뜻이지만.
고오오증을 개그코드로 몇번도 아니고 수백번씩 쓴 작가는 없을겁니다.
2. 유머
검은머리 미국 대원수의 유머를 지탱하는 3개의 기둥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많은 패러디, 고오오오증, 긴장과 완화의 제어입니다.
심각할때는 분위기 잘 끌고나가면서 간지 폭풍을 보여줬다가, 설명이 필요할땐 좀 길어진다 싶으면 고오오오오증 or 패러디가 터집니다. 그래서 필요상 설명하는 부분이 좀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습니다.
막말로 개그물도 억지로 '입벌려라 개그들어간다' 식으로 나오는 소설들은, 생각보다 재미가 덜합니다. 소설 전개 안할거야? 라는 생각이 들어가는 작품들도 많고요.
어느정도는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그도 개그 나름이긴 합니다. 다른 소설 중엔 소설 전개는 곁다리고 주인공이 일상에 헛짓거리, 주접 하는거 보는게 훨씬 재미있는 소설도 있어요. 심지어 스토리 전개하면 '우린 개그가 보고 싶다! 속마음이 너무 넓어서 간장종지 같은 우리 천마를 돌려다오!' 같은게 베댓으로 올라오기도...하죠)
예를 들어서 작품 극초반. 주인공이 자신의 포부와 전략을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진중하게 분위기를 잡으면서
'이게 만약 성공한다면,
내 미래 계획은 천지차이로 뒤바뀐다.
이 숨이 턱턱 막히는 외줄타기에 한 줄기 희망이 비친다!'
라고 말하면서 어떤 일을 합니다.
뭘 했는지는 말하면 강스포라 밝히지 않습니다.
무료 분량이니 직접 보세요.
직접 보면 감탄하게 되는게, 해당 장면은 굉장히 중요하고 이 소설 전체에서의 주인공 포지션을 설명하는 부분입니다만, 그에 대한 개연성을 보충하겠다고 진중하고 심각한 분위기로 계속 더 끌어 갔으면 독자에 따라선 자뻑이나 지루함으로 보일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본 소설중, 문장이나 장면 묘사는 잘 하는데 '주인공의 큰 포부와 향후 계획' 을 한 3~5화 쯤 설명하느라 줄줄 늘어져서 독자들도 짜증나하는 소설이 있는데, 대역물에는 개연성을 보충한답시고 이정도로 시간 질질 끌어대는 소설들이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0.5화 정도 분량으로 설명하다가, 개그 한방으로 독자들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면서 소설의 탄력을 살려내는 부분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 미래지식의 제한
이 소설의 균형감각을 보면, (1) 긴장과 완화의 균형(2) 미래지식을 극도로 제한 (3) 고오오오증과 소설 전개의 균형
이렇게 3가지 점이 매우 뛰어납니다.
이 중에서 미래지식 측면을 보면, 온갖 배경설정을 달아가며 미래지식을 충만하게 채우며 테슬라가 몇년 몇월에 어디에 있었는지 까지 죄다 기억하는 소설들과 달리,
이 작품에선 농담이 아니라 '나무위키나 대역소설 조금 읽어본 일반인' 수준입니다.
주인공은 관동대지진 연도도 헷깔렸고, 미군 장군들도 아이젠하워, 브래들리, 패튼, 맥아더 같은
초유명 인물들은 좀 알아도 상세한 일대기 같은건 잘 모릅니다. (알았으면 패튼 여동생이랑 파혼한 남자를 쏴죽이겠단 소린 안하죠) 역사적 사건들도 아주 큰 사건 혹은 재미있는 사건(알 카포네가 우유파는 이야기라든가)정도만 알고요.
한국 군인, 그것도 장교출신이니까 군대에 대한 부분은 조금 더 밝지만, 그래봐야 머스탱이 누가 어디서 만드는지도 모르는 수준이고, 그냥 군생활 하면서 주워들은 개념이나 유명한 전투 개략적인 내용 아는 수준입니다.
(까놓고 말해 나 대역소설 좀 읽었어. 나무위키에서 역사 사건들 좀 봤어. 하는 사람치고 진주만이나 스탈린그라드 전투나 롬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죠)
이런 점 때문에, 주인공의 지식수준은 '아씨 사학도라도 어떻게 저걸 다 아냐?' 가 아니라 '어? 저정도면 나도 알거 같은데?' 수준이고, 이건 주인공에게 강력한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오히려, 주인공이 '야 미래지식 잘 써먹는다' 싶은 부분은 소설속의 이 한줄로 요약됩니다.
'(유진 킴 장군은) 보는 시야가 아예 다른거 같다.
패튼 중령이 활화산 같은 에너지를 망토처럼 두르고 있다고 하면, 킴 준장은 자신의 예측에 대한 무한한 확신을 갑옷처럼 둘둘 말고 있었다. 미래를 보고 오기라도 한 듯한 그 무한한 자신감이 저 고속진급의 원천이 아닐까.'
응 아냐, 미래를 보고 온거 같은게 아니라 미래에서 왔어.
즉 말해서 주인공은 과거에 대한 상세한 지식을 알아서 출세하는게 아닙니다.
21세기 장교였기 때문에, 이 미합 '중국' 의 후진 군대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했는지를 아니까.
그렇게 강력하게 차량화와 기계화를 외칠 수 있고, 공군과 포병의 중요성을 아는거죠.
자신감이 무한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미래를 알고 있기에 '이 방향으로 가는게 최선이다' 라고 확신을 가지는 거죠.
4. 재앙의 주둥아리
주인공, 유진 킴의 진짜 능력은 미래지식이 아니라 웨스트포인트의 사기꾼, 저 괴벨스와 맞상대할만한 풍둔 주둥아리술 아닌가 싶습니다.
작중에서 만나는 주요 인물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너는 군대에 있으면 안된다!!! 너는! 정치를 할 인재다!!!'
사실 정치해도 되는데 본인이 빼애애액 나 군인할거야! 해서 군인하는거에 가깝긴 합니다.
...근데 세상 어떤 군인이 의회에 출석해서 혼자서 의회랑 토론 맞장떠서 승리하나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사논리는 경제 논리를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수 없지
하지만 경제 논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자존심 논리를 절대 못이겨.
친애하는 의원 나으리들, 국뽕 맛좀 함 보쉴?!"
- 검은 머리 미국 대원수, 작중 -
프레임질 국뽕이용 등이 진짜 엄청납니다. 언론을 이용해서
"전차는 합중국의 자존심이다!! 미국이 전차를 포기하면 저 재수없는 영국놈들이
전차를 자기걸로 만들거임!!!" 이라는 프레임 살포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게 만들더니
(약스포. 이 세계관에서 '더 썬' 은 유진킴이 만들어 버렸습니다.
쓰레기 뉴스를 묻어버리려면 더 자극적이고 쓰레기 같은 뉴스롤 살포하면 된다!!
라는 21세기적 사고방식으로 말이죠.)
의회에 나가서는 1차대전때 아는 외국 장군들한테 전차 옹호 편지를 받았던걸
"오우 미제 전차 싸랑해요. 싸랑해요 요네가 중계. 전차에 스팸을 싸서 드셔보세용"
...이란 프레임으로 의회 반대파들이 "아 충분한 토론을 거친결과 전차는 미국에 꼭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라고, 우디르급 태세전환을 하게 만듭니다.
정말 보다보면 유진킴에게 붙은 '재앙의 주둥아리' 라는 표현이 딱 맞다는 생각이 들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오늘은 의원들한테 어떻게 입을 털까. 내일은 맥아더를 어떻게 꼬드길까" 하고 기대하게 만듭니다.
참고로 '괴벨스에 필적하는 주둥아리.' 라는 평가도 유진킴 본인 평가가 아니라 주변 인물들 평가입니다.
(유진킴의 자기 평가는 정말정말 낮습니다. 자기가 영웅시 된다는 말을 전해듣고
'얼마나 빨 사람이 없으면 나를 빠냐' 라고 한탄하는데,
근데 객관적으로 봐도 미친듯이 찬양받아 마땅한 군사적 승리를 거둬놓고 하는소리가 저거라.)
총체적으로 보면
검은머리 미국 대원수는 이제 대체역사물이 풍부해진 현재도, 최상위권을 다투는 뛰어난 대역소설입니다.
고증이 탄탄하다 못해 고증을 무기로 독자를 웃기는 소설이고
그러면서도 파워 밸런스는 잘 잡고 있고
개그나 주인공 말빨도 엄청난데,
거기에 이 소설을 정주행 하다보면, 의외로 깊이가 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초반 스토리 빌드업 부분만 잘 넘기면, 흥미진진한 레이싱 소설입니다.
특이하게 현재 280화까지 진행되었는데도 아직 유료화를 안들어가서 더 좋구요.
블랙기업조선도 찜해 두었는데 너무길고 단권구매가 비싸서 못보고 있네요 ㅠㅠ
이런 사용기 좋아요~ㅋ
제가 네이버 시리즈에서 결제하는 유일한 소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