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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전환될 시기에, 엄청났던 논란을 기억합니다.
당시 디카의 몇 장밖에 저장 못하는 부족한 메모리를 지적하고, 부족한 화소 수와 금세 떨어지고 마는 배터리를 비웃으며, 디지털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대세였었습니다.
그 이후 불과 십여 년 만에, 이제는 오히려 필름 카메라가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렸고, 요즘은 DSLR도 과거형이 되어, 전자셔터가 장착된 미러리스가 출시된 세상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휴대전화의 변화도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완전하게 그 정의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이제 전화할게~라며 손가락으로 수화기 모양을 흉내 내던 손 제스처도 스마트폰 세대들에겐 낯선 모습이라고 합니다. 통화 대신 데이터의 비중이 커졌고, 스마트폰 한대에 상당한 수준의 컴퓨터, 라디오, TV, 계산기, 저장 장치가 다 들어있으니, 전화기로 불리는 것도 이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듯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자동차도 이제 본격적으로 전기차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데, 애초에 엔진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가 비슷한 시기에 개발되었던 것에 비해 이제서야 전기차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 신기한 일인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전기차를 타면서 제가 느낀 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효율적이다”입니다. 엔진 달린 차들을 오래간만에 운전하게 되면 이제껏 당연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참 불편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예를 들어 트랜스미션이라는 존재입니다. 기어를 D 모드에 두고 브레이크에 발을 떼면 차가 굴러가는 것은 면허를 따기 전부터 배운 익숙한 개념인데, 전기차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어도 전혀 움직이 않습니다.(다른 전기차는 모르겠습니다만 테슬라는 그렇습니다..) 악셀을 밟아야만 움직이죠. 생각해 보면 이게 당연한 것인데, 엔진 차량은 시동이란 것이 필요하고 계속 돌아가는 엔진의 에너지를 구동계로 전달하는 트랜스미션이 반드시 필요해서 그렇게 운용하지 못한 것이죠. 전기차는 악셀을 밟는 즉시 전기신호가 모터를 직접 구동하여 트랜스미션 같은 동력전달 장치가 아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악셀을 밟기 전까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달리는 것도 멈추는 것도 너무 간단하며, 브레이크를 사용할 일 조차 별로 없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직관적인 효율은 전기차 곳곳에 너무 많습니다. 차량 내 모든 유닛들이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에 모든 기능들이 차량 내 컴퓨터로 제어할 수 있으며, 때문에 자동차의 모든 기능들을 스마트폰으로 연결하는 것은 너무 간단합니다. 이렇듯, 마치 스마트폰이 OS를 업데이트하듯이 무선 자동 업데이트(OTA)를 통해 차량이 꽤 드라마틱 하게 계속해서 업데이트되는 기능은 자동차가 탈 것이라는 개념에서 모빌리티 디바이스로 진화한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CD에서 USB, 이젠 블루투스로 음악을 듣는 방식이 진화되었듯,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못해 왜 이리 늦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부족한 충전시설과 장거리 이동 시에는 배터리 잔량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은 초기 사용자가 감내해야 하는 불편이지만, 기름냄새와 진동, 매연, 소음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운 점은 그런 불편을 잊어버리게 합니다. 덤으로 소리 없이 튀어나가는 제로백 3초의 가속력과 와이퍼 빼고 도무지 정비도 교체도 필요 없는 간단한 메인터넌스는 꽤 매력적입니다.
이제, 정말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는 저물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 종료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럼 또 많은 것들이 사라지겠지요. 주유소, 정비소, 부품 관련 업체들.. 산업 전체가 바뀌겠지요. 이제 더 이상 자동차 장난감을 들고 부웅~~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또 세상이 바뀌어 갑니다. 그래도 또 적응이 되겠지요.
그러고 보니, 자동차란 것이 주었던 추억들이 많습니다. 처음으로 아버지 차 뒷자리에 탔었던 기억. 차를 몰고 처음 가 보았던 밤바다. 선루프 위로 쏟아지던 벚꽃들.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추어 밤새 떨었던 기억.. 그러고 보니 이런 기억들엔 붕붕~ 하는 머플러 소리와 매연 냄새가 함께 떠오릅니다. 나이를 먹어가긴 하는지.. 자꾸 지난 것들이 아쉽고 그립습니다.
곧 완전한 전기차 시대가 오고 자율 주행이 되면 세상이 더 편리해지겠지만, 온전히 엔진을 시동하여 기어를 넣고,
클러치를 살살 떼면서 악셀링을 하던... 그때의 기계와 사람이 마치 교감하듯 이뤄졌던 운전(運轉)은 언젠가 사라지겠지요? 기계에 감성이나 낭만을 투영하는 것은 지나친 감정일까요. 맞습니다. 괜한 오버액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똑같은 음악을 들어도 스마트폰에서 유튜브로 듣는 음악과 LP의 바늘이 레코드판을 읽어서 듣는 음악은 다르듯이 그 뭔가의 다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한 시대가 끝이 나고, 새로운 마디가 열립니다. 그 과정에서의 향수를 추억하는 것은 인간의 특권이라 해도 좋을 듯합니다. 어쨌거나 이런 향수가 있는 한 엔진 자동차는 계속해서 사랑받을 겁니다.
지금부터 마스터피스라 할 만한 내연기관 모델들을 잘 봐두었다가, 관리 잘 된 녀석이 있으면 구매해 두십시오. 고이 모셔두었다가, 아이폰 38 이 나왔을 때 즈음, 팔면 꽤 괜찮을 수익률을 맛볼 것입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십시다~ ^^
눈을 지긋이 감았다가 뜨면 나만이 보이는 화면이 나와…
수동차도 잠깐이나마 한 번 몰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네요.
어느 시점에선가 차에서 들려오던 호랑이가 그렁그렁 거리는 것 같은 배기음이 그리울때가 있을것 같네요.
액셀을 밟으면
연료가 연소실에 분사, 점화되어 폭발력이 생기고,
폭발력에 피스톤이 밀려나 운동에너지가 생기고
그 운동에너지가 미션을 거쳐 타이어가 박차고 나가는
그 모든 변환 과정이 이제 부대끼는 스트레스로 느껴집니다.
전기차의 즉각적이고 리니어하며 손실이 느껴지지 않는 상쾌한 응답성.
막히는 길에서 원페달 드라이빙으로 발끝만 까딱까딱하며 운전하는 편리함.
테슬라 오너들이 다음 차로 다시 테슬라로 건너가는 게 이유가 있더라고요.
아울러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어떤 사업을 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변속기 자체는 효율을 더 높여주는 장치 아닌가요?
변속기 없으면 일반엔진 차량의 효율은 더 떨어질 텐데요?
내연기관 자체의 효율성 지적이 아닌 상대적인 비교를 하신겁니다
“전기차는 악셀을 밟는 즉시 전기신호가 모터를 직접 구동하여 트랜스미션 같은 동력전달 장치가 아예 필요가 없습니다.”
테슬라가 이번에 Model S Plaid에 경량화 카본을 써서 고회전 효율을 올려서 화제가 되었죠.
전기차 산업에서 지금보다 더 규모의 경제가 이루어지면 언급하신 물리법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포르쉐뿐 아니라 대중차 브랜드에서도 변속기를 채용하지 않을까 하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엔진 특성 때문에 어쩔수 없이 변속기가 들어가야 되는건데, 비싸고 복잡하고 무겁다는 의미겠죠.
테슬라가 IT회사의 성격이 많아서 그렇지 전기차의 특성이라고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일반 내연기관차도 거의 모두 컴퓨터로 통제되기 때문에 테슬라랑 다르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테슬라가 다른 것이지 전기차라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트랜스미션도 달린 양산 전기차도 있고 내연기관의 엔진의 특성때문에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트랜스 미션이 있는 것이지 있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 아닙니다.
전기 모터도 시동이라는 과정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일반 전기모터에 대표적으로 시동하기위해 쓰이는 Y 델타 기동방식 등이 괜히 있는게 아닙니다. 전기차도 전기모터이니깐 초기 구동시 엄청난 전류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른 보완으로 슈퍼캐패시터 등도 사용되구요.
설사 ECU의 신호처리 과정을 생각한다고 해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아날로그가 사용된 것이 마치 나쁜 것처럼 사용하시는데, 그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간단하게 가치 평가하기가 어려운 주제입니다 (각종 장비들에서 아날로그가 더 뛰어난 경우가 많아요. 가격도 더 비싸구요). 예를 들면 테슬라에 있는 수많은 배터리들의 관리는 배터리에서 나오는 아날로그 신호를(대표적으로 전류/전압/온도) 사용하니 아날로그 신호를 전기차에서 더 많이 쓸 수 도 있습니다. 결국 테슬라는 IT기업으로서 잘할 수 있는 스마트폰 등의 연동을 설계 과정에서 상정하여서 모든 것을 스마트폰이나 센터 콘솔에서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지, 이게 굳이 전기차여서 가능했다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테슬라가 내연기관을 만들었다고해도 스마트폰 연동 등이 빠지진 않았을 것 입니다 (어디까지나 뇌피셜).
경사로 밀림방지는 브레이크로 하는 것 아닌가요? 엔진으로 쓰이는 모터랑은 전혀 상관이 없는 기능입니다.
덧붙여서 테슬라가 혁신적인 요소를 많이 집어넣었는데 이게 마치 전기차여서 가능했다라는 생각을 심어준 것인 마케팅적으로 엄청난 성공이라고 보어지네요. 물론 일부 기술들은 내연기관에서 실효성이 떨어져서 도입 못했는데, 전기차라서 가능하게 되었으니 혁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박해주신 내용이 주로 '전기차가 출연했음에도 우리가 내연기관을 써야할 이유'가 아니라, '현시점 시중에 나온 전기차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그치는 걸 보면 원글이 더 타당하다는 반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딱히 테슬라에 한정한 얘기가 아니라 전기차 일반에 관한 내용이라고 읽히고요.
전기차로의 전환은 에너지부문에서의 전환도 담보합니다. 발전과 운송이 같은 이유(효율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로 전환하는 건데, 운송수단만 탈탄소할 리는 없지요. 우리나라가 에너지부문의 전환이 느린 편입니다. 그러나 이런 거 다 감안해도, well to wheel 효율 따져도 전기차가 나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곡해하는 의도로 제가 반박 댓글은 적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물어보신 김에 적어보겠습니다.
본문은 굳이 테슬라로 narrow down해서 테슬라의 전기차만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테슬라의 경험을 통해 전기차 일반의 경험을 적은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크림스푸님이 달아주신 댓글에는 테슬라로 논의를 좁히셔서 디테일한 영역에서 테슬라의 문제와 한계를 지적했고, 이를 통해 본문 대부분을 반박하는 것처럼 읽혔습니다. 물론 제가 잘못 독해했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본문에 나온 장점들이 테슬라-전기차라는 상관관계가 실제로는 희미하다는 말씀 같은데, 그럼 전기차 사용기가 아니라 테슬라 사용기여야 한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게 되면 테슬라 타면서 만족하는 사람들은 "전기차를 타서 만족한다"라는 얘기를 적기엔 무리라는 얘긴가 싶기도 하고 혼란스럽네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OTA 얘기 말고는 딱히 테슬라 전기차에 국한된 얘기는 아닌 걸로 읽혀서요.
기술이나 과학보다는 감성에 치중된 글이지만 사실관계는 정확히 짚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테슬라를 타고 있는데 정말 많은 부분이 공감됩니다.
면허 딸 때만 해도 자동면허 자체가 없던 시절에서 이제는 미션이 없는 전기차를 운용한다는게 참 편리함과 말씀하신 내연기관의 감성을 추억이라는 단어로 분리하더군요.
좋은 글 감상 잘 했습니다.
유럽 할아버지가 나 어릴때는 자동차에 솥이 있고 거기서 물끓여 증기로 달렸다 이런 느낌일듯
생각해보면 트럭과 중장비 때매라도 내연기관이 잊혀질일은 이번 생에는 없을것 같아요
하지만 모델s plaid가 .. 탄소 슬리브를 통해 타이칸의 토크 커브를 극복해버렸습니다.
고속에서도 파워가 안 떨어지니까 저속과 고속에서 전부 빠르게 작동 가능.
타이칸 후속도 2단기어 빼버릴 거 같아요.
plaid는 또 어떤 기술인가요~?
온리 모터 vs 모터+미션
앞으로 엎치락뒷치락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ccd와 cmos처럼요.
두 기술의 발전을 지켜보는 입장에선 매우 흥미진진할 것 같습니다!!
기술이 아니고 그냥 모터로 끝내버렸습니다. 변속기 같은건 필요없다고 보여주는.
기술격차를 몸소보여주는 행사였습니다.
전기차 초기에 울트라캐패시터로 차가 초기 구동시 힘이 부족할때 순간 함을 낼 수 있도록 장착했었어요. (닛산 리프가 그 예)
이젠 이거 없이도 내연기관차보다 제로백이 더 빠르죠.
글 잘 읽었습니다.
꼭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엘피가 문득 그리워 집니다.
전기차 시대에 내연기관을 그리워하게 될지... 기대 되네요.
미래엔, 따로 라이센스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죠.
수동 운전은 정해진 트랙에서만 허가된다거나... ㅎㅎㅎ
제가 처음 디카를 써본게...98년도인가...97년도인데...그때는 진짜 처참했어요..ㅎㅎㅎㅎ
어린 제 눈에도 신기하다만....아직 실용적이지는 않다...였는데..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가격대 화질비는 필름이 우세긴 했죠...
극초반 미국에서 코닥 디카가 나오고, 국내에서는 코콤 디카가 나오던 시절로 치면
화질도 화질이지만 저장미디어나 배터리 등등 넘어야 할 기술적 산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디카 회의론이 컸습니다.
소니, 니콘, 캐논 등 일본 기업들의 경쟁적 출시 러쉬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디카세상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거기에 사진 애호가들의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 파일은 사진이라고 볼 수 없다.'라는 시각도 한 몫 했다고 봐야겠고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감성적인 글 같은데 사실관계에 대한 코멘트가 많네요.
서울에선 내 거라지가 있는 집에 살긴 어려우니... 30-40년된 구축 아파트들 싹 밀고 재건축하면서 주차장에 충전기 잔뜩 들어간 신축이 들어서면 좋겠네요.
마지막 문단의 말씀 저도 무척이나 공감하고 조만간 꼭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V8 자연흡기 엔진 달린 녀석으로 말이죠.
드럼통에 고옥탄가 휘발유도 같이 저장해 놓고 있어야하 나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ㅎㅎㅎ
이번에 저도 전기차 접할려고 했는데
아버지차량 파나메라 인수를 하게되어서
이번에도 전기차 입문은
물건너갔네요 ㅜ
동네 마실용, 가까운 거리 출퇴근용 정도의 전기차와 장거리용 차를 별도로 사용하는게 아니라면 전 당장은 인프라가 충분해 질 때까지 더 버텨보렵니다.
하브가 참 길게 갈꺼같습니다
이런 생각에 도요타 주식이나 살까 하고 보니
이미 엄청나군요....
엔진소리도 소리이고... 차량보다 메인터넌스도 쉽구요.
화석연료용 희소가치는 차보다는 바이크죠
2000년도 16gb용량의 MP3 로 , 4곡의 노래를 하루종일 듣던때가 생각났습니다.
디지털은 우리 생각보다도 빠르게 변화 하는 것 같아요.
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