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호흡이 긴 글입니다. 원하시는 부분만 발췌해서 보셔도 좋으실거 같습니다.
1 ) 정신과에 왜 갔니?
고등학교 1학년, 저는 방송부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아침조회때 빠지게 할 수 없다고 저를 강제로 탈퇴시켰습니다
그 뒤로도 저는 그 선생님에게 악감정이 쌓였고, 반티 (반 단합 티셔츠)를 고르다가
종례시간에 선생님께 욕설을 포함한 비방을 좀 심하게 하고 교무실에 가서 노트북을 얼굴에 던지려다가 랜케이블에 막혔습니다.
결국 그 일로 선도위원회를 갔고, 그나마 저를 좋게 봐주셨던 과학 선생님이 설득을 많이 하시고 저희 아버지가 어떤 말씀을 하셔서
사회봉사 5일로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이떄 일에 대해서는 억울하건 제가 잘못했건 할 말이 많지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을 겪은 저는 정신과를 가야겠다고 부모님께 이야기 했고, 부모님은 수락을 하셨습니다
2 ) 어느 병원에 갔나?
동네에서 조금 큰 병원에 갔습니다. 의원급인데 의사가 3~4명 있고 상담센터도 딸려있는 병원이었습니다
대학병원도 고려해봤지만 오히려 진료도 짧게하고 저한테 관심이 없는 느낌이라 다시 로컬로 돌아왔습니다.
3 ) 정신과에서 좋아진게 있나?
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현상유지가 최선이었습니다. 자퇴하겠다고도 했고 돈을 안 갚은 친구에게 내용증명을 학교로 보내기도 하고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을 계속 해왔습니다, 지금 의사선생님의 평으로는 "이렇게 가다가는 성인되서도 큰일날텐데" 하셨습니다
대학교 1,2학년 시절에는 패닉의 연속이었습니다. 더이상 제가 사회의 안전망에 있지 않았고, 제 성적은 수직하락을 했습니다.
상담치료를 병행했었는데, 원래 주1회인 상담치료를 2,3회. 심하게는 4회까지 받고 리보트릴 (신경안정제) 도 늘어갔습니다.
중간에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응급실도 들어갔고, 그때 보호병동 입원도 권유받았지만 부모님이 거부하셨습니다.
결국 대학교를 자퇴를 하고 수능을 가볍게 봐서 집 가까운 전문대를 다시 갔습니다. 하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습니다.
단적으로, 누구나 받는다는 국가장학금도 못 받을 정도였습니다. 너무 제 자신이 부끄럽고 해결되는게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휴학을 하고, 콘서타랑 큐시미아를 처방받아서 먹(었)고. 저는 적어도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엄청 좋아졌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특히 어머니 아버지가 웃는 모습이 초등학생처럼 밝아졌고, 방에만 처박혀 있지 않는다고 엄청 좋아하셨습니다.
하지만 화요일, 저는 가까운 강의 다리에서 투신을 했고 결과적으론 살아남았습니다. 높이가 부족했던걸까요
중환자실에서 3일, 일반실에서 2일을 있었는데 부모님은 잘 살던 제가 도대체 왜 갑자기 투신을 했는지 이해를 못 하시는 분위기셨습니다.
4 ) 약물은 어떤가요?
맞는 약물을 찾아야합니다. 제가 장기 복용한거로는 부프로피온과 에스시탈로프람, 데스벤라팍신이 있는데
데스벤라팍신이 현재 복용중이고 사실 항우울 효과는 잘 모르겠습니다, 콘서타랑 같이 들어갔거든요.
부프로피온은 저의 화병을 고쳐주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는 누가 터치만 하면 뭐든 뒤집어 엎는 성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의사분이 이건 일반적인 우울증이나 행동장애가 아닌걸 간파하고 적대적 반항장애로 판단하고 부프로피온을 처방해주셨고
저는 그걸 먹고 어떻게 고등학교는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에스시탈로프람도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서 우울하진 않았으나 너무나도 불안했어요.
여기엔 안 써놨지만 아리피프라졸은 만능입니다. 적어도 제 생각으로는... 다만 고용량을 복용하면 성적 문제나 피곤한 문제가 있습니다.
5 ) 병명은?
심리평과 결과지를 보면 망상장애와 불안-우울 혼합장애로 나와있습니다.
미성년 시절엔 Cluster A Personality Disorder 식으로 애매하게 표시해줬는데, 군대때문에 정확히 진단받게 되었습니다.
지능은 고등학교 시절엔 웩슬러 기준 Superior Level 이었는데, 이제는 High Average Level 로 떨어졌습니다.
이와는 별개로, 항상 아스퍼거 증후군이 의심된다고 적혀있긴 했습니다. 집중력도 낮다고 적혀있고요
6 ) 치료비는?
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혜택을 많이 봤습니다.망상장애 코드로 산정특례를 적용받아서 진찰비 약값 모두 10%만 부담합니다.
대략 진료비 4천원 약값 1.2만원 (3주분량) 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당연히 급여 항목 한정이고, 이번 자살 시도때는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아서 약간 기준이 의문이었습니다.
산정특례 받기 전에는 약값 3만원 진료비 1만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7 ) 항우울/정신병제가 도움이 되나요?
확실히 말씀드리면, 먹기 전에는 "아... 내가 우울하고....미쳤나봐....저사람 찌르고싶어....." 에서
먹은 후에는 "와! 나는 우울하고 뭔가 안될거같아! 하지만 내 일이니까 저 사람을 찌르고싶어도 해선 안되는거지!"
싶은 느낌으로 바뀝니다. 이게 치료라고 하면 치료고 완화라고 하면 완화인데, 그렇다고 약을 끊는다고
바로 원상복귀 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8 ) 콘서타 어때요?
저는 36mg을 먹는데, 아이러니하게 집중력이 아니라 제가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가족관계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래 크게 말했었는데 말의 볼륨도 낮아지고, 부드럽게 말을 하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니 생활패턴이 개선된것 처럼 보인다고 하고
초등학교 시절처럼 웃고 걱정이 없고 밝아보인다고 합니다.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주변인은 모두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콘서타를 먹어서 뭔가가 나아진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변인은 전부 콘서타 진작 먹지 왜 안먹었냐고 뭐라고 합니다.
9 ) 큐시미아 어때요?
느리지만 확실히 효과 있습니다. 108kg에서 96kg까지 3개월만에 약 복용만으로 빠졌습니다.
물론 약먹고 먹고싶은거 다 먹고 뺀건 아니고, 큐시미아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식욕이 줄어듭니다.
다만 약값이 비보험이고 3주치 처방에 10만원정도로 상당히 고가이니, 잘 생각하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10 ) 정신과 5년 어때요?
이젠 그냥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커다란 문턱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담치료 선생님도 정신과 이젠 졸업해야된다고 하고 심지어 제 주치의 선생님도 제가 유소년기는 생각보다 잘 넘겼지만
지금 너무 약물에 의존하는거 같다고 걱정하시는걸 보면 말이죠.
11 ) 누가 힘들어하면 정신과 추천할건가요?
네. 물론이죠, 너무 당연하죠. 항상 그 말이 떠오릅니다. 귀가 아프면 이비인후과에 눈이 아프면 안과에 정신이 아프면 정신과에.
12 ) 군대는 어떻게 되었어요?
서류를 한 15cm를 신검때 챙겨갔는데 첫 페이지만 보더니 바로 4급 줬습니다.
원래 제 질환이 지금 재검하면 5급이 나오는 질환인데 부모님이 사회복무라도 해야 사람취급 해준다고 해서 안 하고 있습니다.
이상하고 못 쓴글 봐주셔서 감사하고, 질문 지적 환영합니다 : )
11번 항목 감사합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항상 궁금했었습니다. 제 아내도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아서 치료 권유를 하긴 했지만 소극적이었거든요.
심리치료 8개월 무작정 휴식1년하고도 4개월만에 멘탈 터져서 폐인처럼 살다가
약물치료 2년으로 극복했습니다.
감기걸리면 감기약 먹듯 마음이 아프면 맞는 약을 찾아 먹어야 낫습니다. ㅎㅎ
상담치료랑 정신과 진료는 따로인가요?? 아니면 의사선생님이 다 해주시는건가요?
덕분에 저도 많은 내용을 알게 되어습니다.
BankerKR 님,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으니 분명 더 좋은 결과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덧붙여 제 지인에 대해 말씀드리면...
제 지인이 조울증을 진단받았습니다.
사실 이 진단도 제가 억지로 데려가서 받을 수 있었네요.
하지만 정신과 가는걸, 정확히는 약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커서 결국 진단 후 그냥 지내고 있습니다.
결국 조증과 울증 상태를 반복하면서 사고 치고 후회하고를 반복 중이죠.
지난 몇 년 간 열심히 설득했지만 안 되더군요.
아직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만연해 있지만
편견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 보다 이런 옳바른 선택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잘은 모르지만,
그저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써주신 문장 하나하나가 다 와닿아서 놀랐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고2 초부터 정신과를 다녔는데
글쓴분처럼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지만
저도 예전에 한번 병원방문이 늦었다면 지금 세상에 없었을지도 몰랐을거란 생각도 해봤었네요...^^;
글 읽고 계신분들도 중에도 혹시 의심이 되신다면
최대한 빠르게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제가 병원을 안간지는 몇년 됐지만
가끔 콘서타가 다시 필요한 시기가 와서 근래 병원들을 찾았는데
이젠 당일 진료가 힘든 시대가 왔더라구요...^^;
그만큼 현대인들의 중요한 병원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계속 이야기 올려주세요^^
이게 질병이나 상해가 아니라.. 무언가 가기가 꺼려졌었는데 지금은 한번쯤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듭니다.
이제껏 살면서 정신에 대해서 너무 안챙겨준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단순 궁금한게 이런 정신과 치료를 받는 비용이 비싼가요?
다른 경험자로서 지나가다가 댓글남겨요~
BankerKR님이 말씀하신거에 보충달자면
심리검사를 병원에서 추천할테지만 한번 들려보실 생각이면 굳이 하실필요는 전혀 없어요.
보통 심리검사는 특수한 목적이 있을때 합니다. 병역이라던지, 학교제출목적이라든지... 혹은 문제가 아주 심각해서 심층적으로 들여다봐야한다거나...
혹시 의사가 강권한다면 바로 나오셔서 다른 의사한테 가시면 되구요.
힘내세요!
이 능력이면 일상글이라던가 관찰글같은 자유로운 글 써주셔도 큰도움 빅재미 될것 같아요
부러운 필력입니다
다음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역시 재능이라는 것이 있나 봅니다.
저는 글을 잘 못 쓰거든요.
앞으로도 건강히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한동안 먹다가 특유의 빠릿빠릿한 느낌이 너무 버거워서 non-stimulant계열인 스트라테라로 바꿨더니 잘맞습니다.
저도 아까 정신질환 경험기를 길게 써놓고 첨삭후 업로드하려고 했는데 뱅커크르(제멋대로 발음해봤습니당)님 글을 보고 글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냥 올렸으면 후회했을것같네요.
좋은 글 감사하구 또 올려주세요!
접해보지 못하고 항상 궁금한 부분이 정신과약에관한거였는데
덕분에 도움이 많이됩니다.. 요새 정신과를 가서 상담받아보고싶다는 생각이 자주드는데 쉽게 발걸음이 가지질않네요
약을 꾸준히 먹다보니 간에 무리가 갔는지 요새 몸이 점점 안좋아지네요 지금 병원에 와서 상담 대기중인데 마침 이 글을 보게 되었네요
약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긴해요
내 현실이 바뀌는게 아니니.
궁금하긴했었는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