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의 보헤미아는 체코의 서부와 중부를 구성하는 지역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체스키 크룸로프(Česky Krumlov)는 보헤미아 지방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이 도시는 18세기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는데, 르네상스와 바로크 양식이 혼재된 아기자기한 빨간 지붕과 언덕 위의 성, 도시를 휘감아 흐르는 블타바 강이 마치 동화속 마을을 연상케합니다. 1992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고, '사진 찍기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체코 여행 중 머문 기간은 3일이었는데, 작은 도시라고 해서 그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30분이면 도시를 걸어서 횡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공예품점, 여기저기 숨어있는 보석같은 풍경들은 3일 정도로 볼 수 있는 양이 아니었습니다.
프라하로부터 편도 3시간, 하루 여덟 번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한 도시는, 중세의 건물들로 가득했습니다. 건물들에는 여전히 주민들이 살고, 대부분 민박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숙박료는 3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입니다.
구시가 광장 한 구석에 자리한 호텔 Zlaty anděl에 머물렀습니다. Golden Angel이라는 이름처럼 예쁜 호텔은 18세기 건물을 이용하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5층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야했지요. (벨보이도 없었습니다)
짐을 넣어두고 호텔 뒤로 돌아가보니, 프라하와 체코의 상징인 블타바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치 호수처럼 풍경을 비추는 강 위로 카누를 탄 사람들이 지나갔습니다.
도시 곳곳에는 블타바 강의 지류가 수로가 되어 흐르고 있었습니다. 수로 양쪽으로 늘어선 라운지가 너무 좋아보여서, 호텔을 옮길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운지에 앉은 관광객들은 커피와 담배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블타바강 옆으로는 에곤 실레(Egon Schiele) 아트센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에곤 실레는 1911년 체스키에 머물렀는데, 그때의 작업들과 자료들이 남아있습니다. 오리지널 스케치와 크로키를 볼 수 있고, 품질 좋은 그림엽서도 팔더군요. 제가 방문했을때는 체코 애니메이션 작가들의 특별 전시도 열리고 있었습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성에서는 다양한 투어가 운영 중이었는데, 모두 가이드를 동행하는 코스입니다.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줄 알고 늑장을 부리다가 시간이 맞지 않아 일부 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아쉬웠지만, 루벤스의 태피스트리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체스키 크룸로프 성의 '곰 해자'입니다. 물로 가득한 해자가 아니라 곰 네마리가 지키는 해자랍니다. 곰은 성을 지배했던 가문의 상징이라고 하더군요.
다시 에곤 실레 아트센터를 지나 상점가를 찾아갔습니다. 자기로 만든 장식들과 작은 종, 단추로 가득한 앤틱 상점에서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예쁜 물건이 너무 많아 정신을 차리기 어렵더군요. 깨먹지 않고 한국으로 가져가기는 어려울거라 생각하며 간신히 가게를 떠났는데, 결국 마지막 날 쯔비벨무스터 세트를 잔뜩 사고 말았습니다. (정말 쌉니다!)
상점을 나와 중세의 골목안으로 걸어들어갔습니다.
중세를 간직한 풍경과는 별도로, 골목안 곳곳에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숨어있었습니다. 대부분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전통 공예품과 작품들인 것 같았는데 도시와 무척 잘 어울렸습니다.
몇년 식일까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빨간 비틀을 들여다보다 길의 끝에 있는 에겐베르크 레스토랑(Restaurace Eggenberg)을 찾아냈습니다. 에겐베르크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펍입니다.
이틀 내내 만난 점원은 한번도 웃지 않았는데, 안주는 시키던 말던 관심이 없고 오로지 손님들의 잔에만 관심을 보였습니다. 절대로 비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끊임 없이 더 마실거냐고 물어왔습니다. 양조장 직영답게 흑맥주와 라거를 진짜 생맥주로 맛볼 수 있고, 굴라시(Goulash)와 꼴레노(Koleno)도 제법 잘했습니다.
성 위에서 바라본 체스키 크룸로프
부데요비체(Budějovice) 문입니다. 체스키 크룸로프의 북쪽 출입구이고, 슈피차크(Špičak) 정류장에서 내리면 이쪽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프라하로 돌아오던 풍경입니다.
곧 다시 갈 줄 알았던 체코는, 너무도 먼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제쯤 다시 보헤미아의 풍경을 볼 수 있을까요. 코로나의 완전한 종식이 어렵다고 해도, 예전처럼은 아니라고 해도, 하루 빨리 조금 더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다시 가고 싶네요.
양조장 옆 레스토랑에서 마신 흑맥주는 제 인생 최고의 맥주였습니다.
코로나 터지기전 다음 여행계획지가 체코였는데..10년 뒤에나 가볼 수 있으려나..
이 사진들 보니 코로나종식되면 가면쓰고 다녀오고 싶네요. (아시아인 폭행이 걱정되서)
기억을 되돌려줘서 감사합니다.
저는 프라하에서 라운드트립(원웨이의 1.5배가격) 열차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왔죠.
중간에 부데요비체(? 버드와이저)에서 환승도 하고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네요.
지금은 유럽 드론규제가 빡빡해져서 (CJ가 드론영상찍다가 충돌도 하고,,,, 어디서는 벌금물고 쩝....)
이제는 드론 날리기 힘들겠지요
그 당시에 좀 무겁긴했습니다만. 규제 없을 때 영상 최대한 남겨서 후회는 없습니다.
제가 갔을땐 날이 흐려서 아쉬웠어요
코로나 때문에 더욱 그리우시겠어요.
언제 갈수 있으려나 상상도 안가네요..
잘봤습니다!
저는 유럽여행이 전무하니 나라이름 맞추기도 너무 힘드네요.
구글지도로 거리에서 힌트로 나라이름 맞추는 게임입니다. ㅎㅎ
체코 블타바 푸르지오
보헤미안 그랑 자이
2019년 여름 신혼여행으로 다녀오고 겨울에 꼭 다시 가자고 아내와 약속했었는데..ㅠㅠ
오래전의 사진들을 뒤져보는 것도 즐거움이네요. ^^
팁 드리자면, 저기가 당일치기 소도시라 밤되면 성에 사람이 다 빠지는데,
혼자 성 위에서 보는 야경이 정말 황홀합니다!
시간여행한 느낌ㅎㅎ
꼭 1박이상 해보길 권하는 곳이지요.
그런 기분을 마라도에서 1박했을 때도 느꼈네요.
마지막 배가 떠나고 뒤돌아본 텅 빈 섬..
추억소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숙소에서 산만한덩치의 주인이 조식먹는데와서 후라이해줄까?해서 좋다고했더니 1개해줄지알았는데.. 4개나줘서 깜놀했던 ....ㅋㅋㅋ
기억해보니 하나하나소중해진추억들이네요.
사진잘봤습니다.^^
pub 마크 보고 관광코스랑 살짜쿵 떨어진곳으로 하염없이 걷다가 약간 불안해질 즈음 딱 나타나는 양조장이죠
윗 댓글들 분과 글쓴분이 언급하셨지만
쿨&시크 점원이 툭 던져주고 가는 드래프트 흑맥주의 맛은!!
거진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기억나고
아직도 그맛을 다른데선 못 찾았습니다
프라하에서 할슈타트를 가다가 반나절 이상을 보고 온 장소인데,
엄청 좋은 감동을 받고 온 장소였습니다.
그땐 솔로였는데 아이들과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중에 하나로 꼽는 장소네요.
나중에 정말 아이들과 다시 가서 보여주고 싶은 장소입니다.
아마도 여기인듯합니다
소규모 전시 작품들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았는데
덕분에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추억이 있는 곳이라 지원샷 갑니다!
(여기서 컵 많이 샀는데 전혀 쓰질 않고 있네요 ㅠㅠ)
다시 가고 싶네요 개인적으로 아침에 산책할 때 너무 이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