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빈티지 음향 기기의 수집을 하지는 않으나, 어쩌다 보니 옛날 기기를 S급으로다가 구입하게 됐더랬습니다. 회사 출근하는 길의 중고 잡화 노점상에서 웬 소니 MD 레코더가 보이는 겁니다. 손에 들고 살펴보니 기기가 하도 깨끗해서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며 곧바로 사왔습니다. 그게 2010년말이었네요. 아직 10년 채운 것은 아니지만 곧 10년이 되는 세월 동안 이 물건을 애지중지 관리 & 보관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휴대용 MD 레코더, 소니 MZ-1입니다. (1992)
원래 주인이 급하게 팔았던 것인지, 제가 산 MZ-1은 박스가 없으며 전용 가방에 담겨 있었습니다. 90년대초에는... 이렇게 포터블 플레이어를 작은 가방에 차고 다녔던 것입니다. 아, 그보다 현재 20대 정도인 여러분은 미니 디스크가 무엇인지조차 모를 수도 있겠군요. 모르셔도 됩니다. (-_-); 저도 MD 플레이어를 쓰는 경우가 1년에 한 번 될까 말까 하니까요. 아날로그 오디오는 특별한 맛이 있으니 새로 관심을 두어도 좋겠으나, 디지털 오디오는 계속되는 기술 발전 덕분에 요즘의 소리가 더 좋습니다. 다만... 레이저 광학 매체의 밝고 샤프하며 맑은 느낌은 살짝 특별한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도 느낌이 딱 오지요? 아주 깨끗합니다. 저도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28년된 전자 기기가 이렇게 멀쩡하다니요. (-0-);
크기는 114 x 43 x 139mm, 무게는 690g이나 됩니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크고 무거운 편은 아니지요? (아니야, 커! 무거워!!) 이 제품은 미니 디스크의 녹음 기능이 잘 갖춰져 있어서 상판에 많은 버튼이 있습니다. 외부 디지털 소스를 연결하여 미니 디스크 60분에 담을 수 있으며, 앨범 전체와 각 트랙의 제목을 직접 입력하게 됩니다. 제가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트랙 편집도 가능한 모양입니다. 용케도 인터넷에서 MZ-1의 스캔 매뉴얼 PDF 파일을 찾았는데 아직도 다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는 확인했는데요. 첫째는 배터리입니다. BP-MZ1이라는 전용 배터리를 쓰는데, 이게 메모리 현상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방전을 해줘야 합니다. 아예 기기 기능에 'Refreshing'이라는 방전 동작이 있습니다. (...) 그런데 어차피 이 배터리는 쓸모가 없습니다. 충전에 60~90분이 걸리지만 음악 재생은 75분, 미디어 녹음은 딱 60분 가능하답니다. 게다가 이 배터리의 전체 수명이 6개월에 불과합니다. (충격) 이 물건에 배터리가 들어 있었기에 저도 몇 번 사용해봤지만, 충전이 다 되지도 않고 음악 재생을 시작하면 바로 배터리 부족 아이콘이 떠서 포기했습니다. 10.5V 전원 어댑터로만 사용 중이네요. 이것도 110V 규격이라서 미니 트랜스를 별도 구입해서 사용합니다.
위의 사진에서 디스크 넣는 슬롯이 보이는데, 안에 MD가 들어 있으면 '디스크가 안에 있어요'라는 문구로 바뀝니다. 마치 영화에서 차량 번호판 바꾸는 메커니즘처럼 보여서 재미있습니다.
우측 아래쪽에 녹색 테두리로 3.5mm 헤드폰잭이 하나 있습니다. 매뉴얼을 보니 출력 임피던스가 16옴인 듯하고, 출력은 채널당 5mW에 불과하다는데... 실제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끼워보면 소리가 정말 큽니다. 동시에 화이트 노이즈도 쏴아~ 쏟아지고요. 드라이버 감도가 높은 요즘 이어폰 헤드폰을 연결하면 그렇게 됩니다. 헤드폰잭 옆의 볼륨 다이얼을 '2'에 두고 들어야 겨우 감상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임피던스가 어느 정도 높고 드라이버 감도가 낮은 헤드폰에서는 3~4 볼륨으로 아주 든든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대형 진공관 헤드폰 앰프를 연결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코스 포타프로, KSC35 같은 것을 연결하면 굉장히 두터운 중.저음과 진한 색채의 고음이 나옵니다.
이 제품은 휴대 음향 기기일 뿐만 아니라 넉넉한 힘을 지닌(전원 어댑터 연결 시) 거치형 재생기가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라인 아웃(옵티컬)을 다른 소스 기기에 연결하면 됩니다. 그리고 마이크를 연결하여 녹음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저는 시도해본 적이 없고요. ㅎㅎ
오른쪽에 아이폰 11 프로를 두고 찍은 사진입니다. MZ-1의 크기가 대충 이 정도입니다.
전원 어댑터를 챙기지 않아서 디스플레이 켜진 모습을 못 찍었는데요... 잘 동작합니다. 오렌지 색상의 백라이트 속에서 글자와 레벨 미터를 볼 수 있습니다. 음악 재생 중에는 미터가 움직여서 보기에 좋습니다.
소니 MZ-1의 헤드폰잭으로 듣는 소리는... 네,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초고음 영역이 누락되는 느낌이 있고, 해상도와 분리도가 요즘 DAP에 비하면 너무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소리의 선이 굉장히 굵으며 잔향이 풍부하고 힘이 좋습니다. 분명히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인데 기기 속 아날로그 앰프 부분에서 마치 진공관 앰프 같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아니면, 제작자가 의도적으로 소리를 풀어서 부드럽게 만든 클래스 A 앰프 소리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사용 빈도가 점점 낮아져서 이제는 제품 동작 확인으로 그치고 있지만, 이렇게 특별한 기기를 한 대라도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
저는 샤프 MD를 2대 썼던거 같네요..
녹음용 1대.
플레이전용 1대.
일본인 친구 집에 놀러갔을때 파노소닉 MD 지원 미니콤포가 있어 CD녹음할때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저도 파나소닉 mr-220가끔 꺼내 듣는데 굴러나니는 md들 꼽아서 들으면 그떄 즐겨듣던 노래들이 들리면서 마치 타임머신 여행하는 느낌입니다.
CDP에서 MD 건너뛰고 MP3 플레이어로 넘어가서 써 본 기억은 없군요.
거의 신동품급이네요..
MD 참 좋아하던 기기였는데...
전 개인적으로 mz-r37 모델을 좋아했습니다
포터블 MD 플레이어가 저렇게 큰 물건이었군요. 기억에는 대충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였던 것 같은데...
/Vollago
그때 당시의 기기와 노래들로 플레이해보면
마구닥 좋다는.
MD 소니, 켄우드, JVC .... 새록새록하네요
아날로그적인 느낌의 단단한 모습이 참 멋집니다
저도 산요Mdp와 소니넷Md직전 마지막 MDR있는데 껌배터리 사서 살려볼까 싶네요. 근데 수많은 MP3 MD CDP모두 음질에 괴로워하다 DAP수준의 음질을 가진 LG V10에 와서야 만족하고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