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
20대에 공군에서 근무했습니다.
오산기지에서 관제병으로 근무하면서 하늘을 처음으로 접하게 됩니다.
기지에서 마주치는 비행복을 입은 파일럿 ( 이분들은 굳이 비행을 안할때도 굳이 파일럿 복을 많이 입고 다닙니다. 어깨에는 별을 달고 )을 보고 굉음을 울리며 하늘을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면서 하늘을 나는 일을 어떤 것일까 꿈을 꿉니다.
전국의 공군기지를 한바퀴 돌면서 정기운행하는 C-54는 제가 처음 타본 비행기였습니다.
2. 현실
회사를 다니면서 잠시 꿈을 잊게 됩니다.
그러다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프로그램 ( 예전 플심광고에 Flight Simulator is not a game 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플심을 게임이라 하면 불경스러운 일이 됩니다 )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는 MS가 플심을 인수하기 전이었고 도스에서 돌아가던 플심 5.1이었을겁니다.
그때부터 FSX까지 때로는 열심히 하다가 회사일로 바쁘면 잊고 지내다가 반복합니다.
그 와중에 책욕심만 있어서 국내의 플심책을 탐문해서 대학도서관에서 빌려 '불법복사' 하고 ( 서울대 도서관에 플심책이 있을 줄이야) 미국 출장갔을때 백과사전만한 책을 사고 하다보니 플심 책만 적잖게 모였습니다.
90년대 초 크라운 출판사에서인가 발행한 손갑철 선생의 플심책은 사라졌습니다
3. 도전
53세에 조기은퇴를 하게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생각을 하니 조급해지더군요.
그만둬도 굶지는 않겠다는 계산이 얼추 나오고 바로 사직했습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것을 이것 저것 하나씩 클리어 해나가다 문득 옛꿈이 생각났습니다.
비행사가 되는 꿈
비행 라이센스는 크게 보면 두가지 경로로 나눠집니다.
직업 조종사가 되기위해서 자가용면장 부터 시작해서 단계를 밟아 상업용면장을 받아 민항조종사가 되는 길과
취미조종사가 되기 위한 경량비행기 면장이 있습니다.
자가용 면장에 도전할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직업조종사가 될것도 아니고 국내에서 세스나를 탈 환경도 충분하지 않고 비용과 시간도 만만찮아서 경량비행기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작년 늦가을 경기남부에 있는 모 비행클럽에 찾아가서 등록했습니다.
그때부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1회 한시간씩 비행훈련을 했습니다.
프로펠러가 부르릉 돌아가고 부아앙 달리면서 처음으로 공중으로 스윽 올라갈때의 느낌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직진비행, 선회비행, 저속비행 등등은 공중조작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교육의 90%는 이착륙입니다.
실력이 우상향으로 부드럽게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어느날 내가 봐도 너무 완벽하게 착륙했다가 다른날은 개판이 되어 절망하고
그러다가 다시 잘되고
연습을 하고나면 항상 집에 와서 노트에 메모를 하면서 그날의 비행을 리뷰해합니다.
다음주 비행가기전에 다시한번 읽어보고 해야할것과 하지 말아야 할것을 리마인드 합니다.
코로나가 한참이던 올해 봄, 마스크를 끼고 항공법규 필기시험을 봅니다.
대부분은 항공직업인이 되기위한 젊은친구들이었습니다.
나름 학력고사때 암기과목은 다섯과목 만점을 받을 정도로 기억력은 자신있었는데 그동안 머리가 많이 굳었는지 과락을 겨우 면하고 합격했습니다. 그래도 합격이 어딘가요
원래 필기시험은 네과목인데 국토교통부 인증 교육기관에서 교육받으면 항공법규는 직접시험을 봐야하고 나머지 세과목은 면제됩니다.
비행시간을 30시간 넘기고 이착륙을 120번 정도 할때쯤 교관님이 실기 평가를 하자고 하십니다.
비행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합격할 수준이 안되면 교관이 평가하자는 얘기를 안합니다. 대신 교관이 평가를 보자고 얘기하면 합격할만한 수준을 갖췄다는 판단을 한다는 것입니다.
시험을 보기위한 비행시간 기준이 있습니다
총비행시간은 20시간 넘어야 하고 비행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비행하는 항법비행은 5시간 이상해야 합니다.
교통안전공단에 시험등록하고 시험날짜도 받습니다.
지금까지 교육을 받은 교관이 아닌 다른 교관이 동승하여 45개 항목에 대하여 평가를 하게 됩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항목을 하나씩 클리어 해나갑니다.
착륙은 두번 무난하게 성공하고 평가를 마칩니다.
집에 돌아와서 교통안전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합니다.
교관의 평가결과가 공단에 제출되고 공단은 내용을 검토후 합격여부를 홈페이지에 알려줍니다.
결과는 '합격' 입니다.
합격증 발급을 위한 사진을 제출하고 며칠 지나면 등기로 자격증이 도착합니다.
다음목표는 솔로비행입니다.
자격증 없이 혼자서 비행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솔로비행은 자격증을 먼저 받아야 가능합니다.
그 다음은 ... 나의 비행기를 사야겠지만 그러려면 우선 로또 부터 사야겠죠 .
* 지난겨울 이륙
추가
문의댓글이 많아서 문의하신글 본문에 추가합니다
1. 비용 : 비행교육기관은 적정규모의 땅과 소음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경기지역에서 운영하기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가 알기로 경기권에 2곳이 있습니다. 충청, 경상, 전라 지역에도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보통 20시간 비행에 600-650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20시간이 넘어가면 시간당 20-25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2. 교육기관
https://www.kaa.atims.kr/pubs/course/institution/6/list.do?menuNo=5029&lev=4
많은 댓글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괜힌 기분도 좋고 뿌듯합니다
댓글에 일일이 답을 못해드린점 사과드립니다.
질문 댓글에 대해서는 답을 드렸는데 혹시 빠진 것이 있으면 쪽지로 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저는 요트를 타고 아이와 함께 다른 나라를 다녀보는 게 꿈인데, 나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등학교 막 졸업 했을 무렵 안산 뻘밭에 있던 삼성항공 초경량 항공기 동호회 컨테이너에 놀러갔던게 생각나네요.
어린애들이 뭣도 모르고 아는 사람없이 무작정간건데 한번씩 태워주셨던 대리님이 계셨는데 잘 계실런지.....
무엇보다도 시작하게가 매우 어려웠을텐데, 하나하나 해 나가신게 대단하시네요.
저는 MS 인수 후이 Flight Simulator 98 을 잠깐 해 보려 했었는데, 어려운 영문 매뉴얼이나 도움말 안 읽고 하려니까 첫 기종 (아마 세스나였겠죠?) 이륙조차 할 수 없어 포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저도 한 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지만, 두려움이 커서요. 체력/건강, 시간, 경제력 등 다 안되는군요 ㅠㅠ.
대략적으로 자격증 획득까지 시간과 비용이 어느정도 소요될까요?
취미는 취미대로인데 은퇴 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부럽기도 합니다. ^^
같이 세스나나 한대 살까요? ㅎ
열정, 젊음은 젊은이들 것만인 아니죠.. 귀감이 됩니다!!
어릴적 꿈이 생각납니다.
댓글에 일일이 답글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질문에 대해서는 쪽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저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어디 에서 교육받으셧는지 비용은얼마나 되는지 알수 잇을까요?
저도 꿈꿨던 코스를 실제로 가셨네요. 부럽기도하고 반성도 됩니다.
35세인 저는 꿈이 뭔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
마지막에 동영상 촬영은 지인이 해주셨나요?
아니면 비행학교 동기들이 돌아가면서 찍어주나요?
외출갔다 오면서 활주로를 찍으려 했는데 마침 제가 이륙하던 중이라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참고할 정보와 취득기간, 비용 등 알고싶네요~~
저도 쪽지 받고 싶습니다.
거주지가 서울이라 자차로 경기남부정도는 충분히 연수가능할 거 같네요.
교육받으신 기관과 비용, 혹여 신체적인 조건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꿈꾸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이 모든게 그동안 일궈놓은 커리어가 주는 경제적 안정감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겠네요.
고생하셨고 앞으로의 소식도 궁금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렸을적 꿈이 막연하게 비행기조종사였는데요.
많은 분들이 그렇듯, 타협하며 살다보니 꿈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관련된 전공도 가진것이 없구요.
얼마전부터 헬리콥터 조종자격을 따고싶다는 생각이 들어 겉핧기로만 알아보았는데,
공군에서 교육을 받거나, 한서대학교의 전공과정을 받는것 말고는 접근루트가 없어보이던데,
40대 초반의 남성이 헬리콥터 조종자격을 갖기 위한 길에 안내해주실만한 정보가 있을까요? ^^
일단은 돈이고, 이단은 애를 좀 키워놓고...ㅠㅠ
암튼 대단하십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덕분에 약간 꿈에 한발 다가선것 같습니다.ㅠ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부럽네요.
혹시 기간과 비용을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도 시작해 봐야 겠네요.
저도 언젠가는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
다음 목표는 경비행기 DI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