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노안이 오는지 노트북 화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이 아픕니다. 업무로나 취미 생활로나 수많은 액정화면을 들여다보던 생활패턴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이제 와서 화면 밝기도 낮춰보고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슬슬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가 되니, 뭔가 대안을 찾아봅니다.
왠만한 자료는 종이로 볼려고 해도 수많은 자료가 웹이거나 pdf로 되어 있는데 이걸 다 뽑아보기는 애초에 불가능. 뽑을 시간에 휙휙 보고 넘기는 자료가 많으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 적어도 리디북스로 보는 책 정도는 이북리더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최근 나온 리페프가 얼마인가.. 하고 검색합니다. 그런데 요즘 대화면 이북리더, 그것도 그냥 안드로이드가 올라간 태블릿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오홋. 과연 얼마나 쓸만하려나 하고 보니 대충 리마커블, 소니에서 예전에 나온 dpt-rp1, Onyx Boox Max 정도가 있더군요. 이중에 리마커블과 소니 것은 오래된 모델이고 안드로이드도 올라가 있지 않습니다. 대신 완성도는 있어 보이지만, 소니는 그 특유의 답답함이 살아있는 듯 해서 바로 패스. 리마커블은 꽤 맘에 들었지만 이것도 느리다고 해서 제끼고 오닉스의 맥스라는 놈을 주의깊게 보았습니다.
오닉스는 나름의 업력은 있으나 중국 업체인 관계로 아무래도 좀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리뷰들을 많이 살펴보았는데요. 하나는 기기의 물리적 완성도, 다른 하나는 소프트웨어적인 구림이 없는지의 여부였습니다. 그런데 기기적인 측면에서는 시리즈를 많이 출시한 업력이 있어서인지 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물론 e-ink 특성상 화면이 액정에 비해 약해서 깨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건 오닉스만의 문제는 아니구요.
사실 의외였던 점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인데 리뷰로 보는 느낌은 기본 앱들의 완성도가 나쁘지 않다는 인상이었습니다. 특히 아이패드가 안드로이드나 윈도우 태블릿에 비해 아직도 크게 앞서는 부분 중의 하나가 pdf 뷰어/필기 등에서 괜찮은 앱이 많다는 점인데, 오닉스에서 기본 제공하는 앱도 꽤 괜찮아 보입니다?
그런데 마음에 가장 걸리는 것은 가격입니다. 1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국내에서의 AS는 기대할 수도 없고, 고민이 좀 됩니다. 13인치 정도의 크기면 A4용지를 그대로 보는 화면이기 때문에 논문 등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논문을 볼 일이 많아서 좋은 크기이지만, 휴대도 어렵고 무엇보다 프론트 라이트도 없어서 일반적으로 선호할 만한 크기는 아닙니다. 원래 e-ink 자체가 비싼데다가 이러한 희소성이 있다보니 가격은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그러던 어느날 밤, 이미 결제 버튼을 누른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일단 질렀으니 잘 써보기로 합니다. 원래 구글플레이는 따로 코드를 전송하고 하루를 기다렸다가 로그인해야 하고.. 뭐 그렇다고 하는데 저는 구글플레이에 로그인을 하니 그냥 잘 됩니다. 그래서 그냥 쓰고 있습니다.
일단 주 목적인 대용량 pdf는 잘 열리고 잘 넘어갑니다. Epub 등도 그냥 열리고, 화면도 확실히 좋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안드로이드 머신이기 때문에 그냥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깔아서 쓴다는 점입니다. 리디북스, 킨들, 클리앙, 문피아 등 그냥 깔아서 쓰면 됩니다. 그리고 성능도 좋아서 속도도 빠르고 큰 pdf 파일을 열어서 봐도 느리지 않게 잘 됩니다.
기본적인 사용 목적에 잘 맞는다(돈 버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드니, 기분도 좋은 김에 슬슬 확장 용도를 고민해봅니다. 일단 확장 모니터를 사용해봤습니다. 기본 제공하는 미니디스플레이-HDMI 케이블을 컴퓨터와 연결만 하면 바로 확장 모니터로 작동합니다. 외부에서 노트북+확장 디스플레이로 사용할만 합니다. 물론 느린 반응속도로 인해 아주 잘 쓰기는 어렵지만 가끔 웹페이지 읽을 일이 많을 때 쓸만합니다. (오닉스 기기에 반응속도를 높여주는 대신에 화면이 지저분해지는 모드가 있습니다. 이걸 켜면 동영상도 볼 수는 있다! 정도가 됩니다)
의외로 괜찮았던 것은 필기 부분입니다. 자체 앱에 Note라고 있는데 말 그대로 A4 노트를 들고 다니는 느낌입니다. 우려했던 반응속도는 살짝 느리지만 왠만한 필기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아이패드에서는 유리 위에 쓰는 느낌이라 별로 였던 것이 이북리더에서는 화면이 유리가 아니다 보니 필기감은 아주 좋습니다. 이건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리고 뒤에서 조금 더 이야기하겠지만, pdf로 자동으로 내보내기가 있어서 나름 활용하기도 괜찮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욕심이 납니다. Pdf 위에 필기는 어떨까? 논문을 불러와서 필기를 시도해봅니다. 호오 괜찮습니다. 이건 공부가 확실히 됩니다. 흐음. 좀 더 욕심이 나네요. 그러면 이걸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등에서 상시 공유(클라우드) 할 수는 없을까? 다른 앱을 쓰면 더 쉽게 가능하겠지만, 되도록이면 기본 앱을 쓰고 싶습니다. (기본 앱의 성능이 좋습니다. pdf보기에 필요한 crop등의 세세한 설정도 기대 이상으로 잘 되어 있습니다)
제가 발견한 한 가지 방법은 onesync라는 앱을 쓰는 것입니다. 전 MS의 Onedrive를 이용해 폴더를 하나 만들고, 그 폴더에 제가 보는 논문이나 책을 다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onesync앱으로 이 폴더를 상시 싱크되게 하면, 다음과 같은 워크 플로우가 완성됩니다.
- 노트북으로 서핑하다가 시간 내서 읽을만한 웹페이지나 논문, 책 등을 pdf, epub 등으로 다운받아서 Onedrive의 특정 폴더에 집어 넣는다.
- 그 파일들은 오닉스에 자동으로 싱크가 되어 언제든 볼 수가 있다.
- 오닉스에서 pdf 등을 보다가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한다.
- 그런 annotation 들도 싱크가 된다.
- 아이패드나 노트북 등에서 해당 파일을 열어보면 밑줄이나 메모 등이 보인다.
약간 문제점이 있는데, annotation을 다시 아이패드 등에서 수정하면 뭔가 이상해집니다. 그냥 보는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건 오닉스 기본 소프트웨어의 문제인것 같습니다. 전 그냥 아이패드나 노트북에서는 보기만 하는 것으로 해결!
전체적으로 총평하자면, 가격은 좀 아쉽지만 용도만 분명하다면 아주 만족하며 쓸만한 기기라는 것입니다.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크게 떨어지거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이 원하는 용도를 잘 만족하는 기기입니다.
사족을 덧붙이면, 화면이 유리로 덮여있지 않은게 필기감면에서 큰 만족감을 주지만, 한편으로 반응성 측면에서는 감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폰이나 태블릿(유리로 덮인)을 쓰던 느낌으로 손가락 터치를 하면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유리로 정전식 터치가 가지는 반응성에 비해서는 확실히 못한데, 이는 은근히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해결방안은 예전 감압식 터치 느낌으로 좀 더 확실한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어떤 분이 오닉스 노트 사용기를 올려주셔서, 반가운 김에 의식의 흐름대로 휙휙 써봤습니다. 텍스트로만 된 사용기라 불성실하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시길~ ^^
다만 가격이 저에게는 무시무시한 수준이구만요... ㅠㅠ
좋은 정보 사용기 감사합니다!
너무 비싸서 지르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화면도 크고 반응속도 좋지요.
외장 메모리 지원되면 좋았은텐데요.
내장이 32기가라 좀 답답합니다.
가격은 두 배나 차이나지만, 그만큼 크게 좋아진건 아니니까요. 그래도 신품만의 깔쌈함은 있습니다만.. ㅋ
max 3에 외장메모리가 추가되었다면 참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usb-c를 지원하고, 기본 제공품에 usb c micro sd 리더기를 넣어줘서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참, 3는 내장 64기가입니다)
근데 가격에서..털썩
네 요즘도 잘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잡지 도서관? 같은 앱이 무료로 제가 보는 잡지를 제공해줘서 이걸로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