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얘기니까 당연히 줄거리나 소재가 들어갑니다.
메모수준의 사용기라 말이 짧습니다. 미리 양해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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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고 사랑스러운,
똑똑하지만 모자란 내 친구 같은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2794
https://www.imdb.com/title/tt0420223/
* 장점
흥미로운 설정, 진지한 자세, 충분한 위트
- 영화는 관객들만 듣던 내레이션을 극중 주인공이 '갑자기' 듣기 시작하면서 시작한다. 흥미롭다. 제 4의 벽이야 데드풀 시리즈가 많이 갖고 놀지만 그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주인공은 개입한다기보다는 저항한다. 이것은 어딘가 운명에 저항하는 우리와 비슷하다. 사실 다를 것도 없다. 방식만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 죽음은 우리 모두 피할 수 없으니까. (아! 어쩌면 지금 살아있는 사람 중 누군가는 과학의 힘으로 피할 수 있을지도...)
이 영화는 충돌의 영화다. 세무공무원과 자유주의자 빵집주인이 부딪히고, 작가와 극중 캐릭터가, 작가와 전문비서가, 기타연주와 회사생활이 충돌하고, 운명과 문학이, 삶과 우연이 계속 다툰다. 그리고 그 다툼을 아주 진지한 자세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 사이사이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초호화 캐스팅, 매력적인 배우들
- 내 기준에서 호화롭고 매력적이란 뜻이니 오해없길.
윌 파렐은 꽤 방대한 출연작목록에 비해 내가 자주 보지 못한 배우다. 내 취향의 영화가 별로 없어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했다. 적절한, 아니 훌륭한 캐스팅이다. 단조로운 일상을 사는 세무공무원으로 딱이고, 일탈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정말 사랑스럽다.
개인적으로 매기 질렌할은 아티스트에 가까운 배우라고 생각한다. 주연 이외의 영화도 많고, 특히나 의외의 영화에서 아주 작은 역할로도 종종 나오는데 굉장히 멋있다. 예술가로서,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있는 걸로 보인다. 남매가 다 그런 경향이 있는 걸로 봐서 집안분위기가 좋은 듯.
어쨌거나 이 영화의 매기 질렌할은 내가 여태까지 본 그녀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 가장 사랑스럽다. 신념으로 비율맞춰서 세금 덜내는 캐릭터 자체로도 매력적이고, 침대에 누워 밀어를 나눌 때의 턱선이며 늘씬한 팔은 정말 아름다웠다. 옷도 꽤 스타일있게 잘 입고.
더스틴 호프먼이나 엠마 톰슨은 말할 것도 없다. 톰보이 스타일에 맨발로 돌아다니는 엠마 톰슨은 예민한 영혼의 작가 캐릭터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더스틴 호프먼 역시 이 괴랄한 사건을 일상으로 만들어버리는 비교문학 교수 역할을 근사하게 해낸다. 역시 관록이란...
아, 굉장히 작은 역할인데 퀸 라티파가 나와서 놀랐다. 뭐 원래 톱 배우라고 할 순 없지만 여튼 이 영화에서 봐서 반가웠다.
이 영화는 사랑스럽다.
- 우스운 얘기지만 이 영화는 주연 윌 파렐처럼 미남도 아니고(톱 스타, 유명감독도 없고), 몸짱도 아니지만(화려한 액션씬이나 눈이 휘둥그래지는 볼거리도 없고) 지극히 사랑스럽다.
그건 영화 곳곳에 스며든 인간에 대한 애정 덕분이며 일상이 얼마나 존중받아야하는 것인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 중 더스티 호프먼(비교문학 교수)과 대화를 나눈 후 흘러나오는 엠마 톰슨의 대사는 문학적으로 일상의 아름다움을 설명한다. 간략히 그녀의 말을 요약하면 우리의 삶은 위대한 문학보다는 작은 일상의 집합에 가깝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풍부한 문학적 혹은 우주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 단점
주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위대함(?)을 버렸다.
- 물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결말이 처음 작가의 결심대로 났다고해서 위대한 작품이 되었을까? 극 중 소설이 영화와 거의 같은 것이라 이것은 연결된 명제다. 내가 보기엔 알 수 없다. 모든 위대한 문학 속 주인공이 죽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주인공의 죽음이 독자나 관객의 뇌리에 크고 깊게 남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생각해 볼 거리도 꽤 있고 흥미로운 지점도 많지만...
- 이런 걸 싫어하면 힘든 영화일 수도 있다...
* 영화활용법
자신이 일상이 무료하기 그지 없다는, 평온한 호수라 싫다는 사람 필관.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을 좋아한다면 필관.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어서 편하게 볼 수 있고,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맥주 한 잔에 잡곡으로 만든 거친 빵을 우적우적 베어먹으며 보면 좋다! 마무리는 쿠키 한 조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에서 케이트 블란쳇이 사고당하는 시퀀스를 아주 좋아하는 무리(?)들이 있다. 난 그 무리까진 아니고, 그 주변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정돈데 이 무리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아주 재밌을거다.
북미(영국 포함)계통 영화는 그 바탕에 문학적 전통에 굉장히 강하게 깔려있는데 이 영화는 대놓고 문학과 영화의 관계에 대한 나름의 고찰이 있다. 감독이 독일계라는 걸 떠올려 보면 신기한데 뭐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 봐도 흥미로울 것 같다.
* 사족
윌 파렐의 고르지 못한 치열이 아웃사이더적인 느낌을 만들어낸다.
치아(미백)에 목숨거는 미국인, 그 중에서도 전부 다 이빨이 반짝반짝 예쁜 배우들 사이에서 혼자 평범(?)해 튀는 거 같고 그게 극 중 캐릭터랑 확 붙는다고 혼자 느꼈다. ㅎㅎ
그래서 그가 매기 질렌할의 치아를 칭찬할 때 재밌었고 그 대비가 좋았다.
메기 질렌할이 그렇게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좋은 영화 입니다. 근데 주인공이 시계 아니었던가요?
러브액츄얼리급 영화였습니다. 그만큼 명작입니다.
적어도 제 로맨틱 코메디 영화중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명작!
윌 페럴이 너무 사랑스럽게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