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꾸준히 요구하던 것중 하나가 수염 제모인데 끈질기게 버티다 어쩔 수 없이 받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제모는 대부분 피부과에서 하는듯 싶고 저는 와이프가 몇번 방문했다던 근처 피부과에 어제 예약하고 점심때 다녀왔습니다. 레이져로 제모를 한다는데 얼굴 전체 5회에 40만원 + 4만원 부과세를 받더군요. 그리 비싸진 않은 것 같은데 5회 이상이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 못물어봤네요. (할인 해주려나?)
예약하고 갔는데 간단한 등록과정과 설명을 듣는데 10분 정도 걸렸고 곧 안내를 해주더군요. 대기실은 화려한데 복도로 들어가니 무슨 노래방 마냥 작은 방이 줄줄이 있고 방마다 다른 장비들이 설치된듯 싶더군요. 넓지도 않은 방들에 시술대 + 장비가 들어차 있어서 생각보다 답답해 보이더군요. 지저분하진 않지만 뭔가 데코레이션 없이 딱딱한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게 기분이 좀 싱숭생숭 하더군요.
길지 않지만 입구를 꽤 어러개 지나 그중에서도 작은 방에 들어가라고 합니다. 어찌나 작은지 시술대 - 공간 - 시술대 이렇게 놓으면 꽉 차버릴 정도이고 침대 위-아래 방행에 약간의 공간에 시술에 필요한 장비와 소모품등이 놓여 있더군요. 치과 의자 비슷한 재질인데 두꺼운 커버가 씌워져 있고 추가 커버도 없이 딱딱한 커버에 눕혀놓고 핸드폰을 옆 시술대에 놓으라고 합니다.
'핸드폰 하면 안되나요?' - '시술할때는 못실겁니다. 잠깐 누워보세요.'
라는 짧은 대화와 함께 드러누운 제 얼굴에 젤을 발라줍니다. 젤은 초음파 할때 바르는 그것과 같은 재질 같고 데워놓지 않아서 그냥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그렇지만 차가운게 좋다는건 시술 받을때 알게 됩니다. 젤을 발라주고 장비를 켜더니 잠깐 기다렸다가 간호사인지 조무사인지 알 수 없는 분이 잠깐 사라집니다. 그사이에 Before 사진을 찰칵..찍는데 의사가 들어왔습니다.
시술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고 바로 레이져 치료에 들어갑니다. 아프단 얘긴 익히 들었고 금방 끝난다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아플지 모르니 일단 누을 질끈 감고 기다립니다. 레이져 장비는 초음파 장비와 비슷한 느낌으로 머리가 둥글둥글하게 생겼고 삐 삐 삐 하는 소리와 함께 레이져가 나옵니다. 눈을 감고 있어도 눈 근처에서 레이져가 나오면 눈가가 환해지는걸 보면 눈을 뜨지 않는게 좋겠죠.
장비를 얼굴에 대고 삐..삐..삐.. 으~!!!!
레이져는 닥터가 스위치를 누르는듯 싶은데 꽤 주기적으로 삐삐삐 소리가 나고 소리가 나면 초음파 장비같이 둥글둥글한 헤드 가운데쯤이 따끔 합니다. 수염을 뽑을때 정도의 따끔으로 아픔과 깊이가 딱 그정도이고 면적은 새끼손톱 길게 두세개쯤 면적인듯 싶습니다. 닥터가 계속 헤드를 움직여가며 오른쪽 볼에 있는 털부터 레이져를 쏘기 시작합니다. 따가운데 장비 헤드가 차게 식혀주는 역할을 하는지 닿아 있는 부분이 계속 차가워서 아픔이 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장비가 지나가면 아프면서 차갑고 젤도 차가운 상태를 유지합니다.
조금씩 움직이며 레이져를 쏘는데 다른데서 봤던 털타는 냄새가 납니다. 젤을 발라서 냄새가 안날줄 알았는데 미세하게 냄새가 나기 시작하네요. 레이져가 나올때는 찌릿한 고통과 지지직 하는 뭔타는 소리가 나는 것 같습니다. 장비가 볼에서 내려와 턱 오른쪽에 왔을때부터 고통이 심해지는데 그래도 참을 만 합니다. 소문이 자자하던 인중에 도착하자 닥터가 입술을 좀 잡아당겨서 장비가 잘 닿게 해달라고 하고 아플꺼라고 경고합니다. 아.. 아파요. 아파요.. 를 말하고 싶지만 눈을 질끈 감고 참습니다.
눈가가 축축해집니다. '흐르지 마라. 여기서 울 수 없다!!'
사람이란게 간사해서 참 아픈데 돈내고 받는 것이니 하는김에 잘 하라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걱정과 달리 인중을 한방향으로 훑더니 살짝 내려와서 한번더 지져줍니다. 으아~~ 지~져~스~~!!! 그리고 턱으로 다시 내려옵니다. 여기도 수염이 많아서 참 아픕니다. 눈물 흐르기 직전까지 차오르는데 다시 왼쪽 볼을 타고 올라갑니다. 땡스 갓... 볼도 아프지만 밀도가 다르고 아픔이 다르죠. 왼쪽 볼을 하기 위해 고개만 조금 돌린 상태에서 촘촘하게 마무리를 하고 끝났단 선언을 해줍니다.
시술이 전부 끝나고 간호사인지 조무사인지 분이 젤을 바를때 썼던 구두주각 같은걸로 남은 젤을 싸~악 긁어내는데 제가 '한장만 주세요~' 란 표정으로 쳐다봤는지 페이퍼 타올을 뽑아 건네주네요. 닭터가 수염이 굵다면서 모낭염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잠깐 고민하는듯 싶더니 항생제 주사를 맞고 처방전도 받아가라고 하네요.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니 반대편 좁은 복도로 끌고가서 카운터 바로 뒤의 처치실로 데려다놓고 주사를 가지러 갑니다. 조무사인지 간호사인지 언니가 터프하게 주사기를 입에 물고 나타나서 엉덩이를 까라 합니다.
'팔에 놔주시면 안되나요?' 라고 저항해 봤지만 반응이 없습니다.
후 순순하게 엉덩이를 까며 '엉덩이에 맞겠습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언니가 엉덩이를 마구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한번이 아니라 다다다다 무슨 벌칙게임같이 두드리는데 정신 차려보니 주사는 벌써 들어와 있을법할만큼 많이 맞았더군요. 주사가 끝났단 소리를 들을때까지 스무대쯤 맞았나.. 쾌락이 되기엔 너무 약하고 주사를 씹어버리엔 충분한 딱 적당한 두드림이 끝나고 바로 알콜 거즈를 붙여줍니다. 엉엉엉.. 이렇게 많이 얻어 맞은건 고등학교 숙제 빼먹은 이후 처음이야 T_T
다시 간호사인지 조무사인지 분이 상세하게 보급 + 썬크림에 대해서 설명하고 사우나/찜질방에 가지 말것을 당부합니다. 그리고 다음 시술할 것을 예약합니다. 사무실에서 10분 거리였는데 차빼서 이동하고 주차하고 접수하고 시술 받고 주사까지 맞았는데 50분도 안걸렸네요. 나가서 항생제 사서 집어 삼키고 사무실로 돌아옵니다. 왕복 이동+주차에 30분정도 쓴것 같고 총 시간은 1시간 7분 딱 찍더군요. 이정도면 몇번더 받아도 크게 미안할게 없을 것 같습니다.
시술 직후 얼굴은 조금 얼얼 합니다. 털 여러개 뽑고나면 좀 시원하면서 알싸한 느낌.. 바로 그 상태이고 30분쯤 지나니 그것도 거의 없어지더군요. 지금은 시술받고 3시간 반쯤 지났는데 약간 불편한 느낌은 남아 있지만 붉어지거나 부어오르지도 않더군요. 샤워도 세수도 가능하고 보습과 썬크림에 대한 주의만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털들이 몇개씩 기어나와 여기저기 덜렁거리는데 덧나지 않도록 오늘은 안건드릴 생각입니다.
5회 전부 받고 경과에 대한 사용기도 다음에 또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