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쓴 뇌출혈 경험기에 너무 많은 성원??을 받은거 같아 감사합니다.
일일히 답글을 달아 드렸어야 하나, 너무 많은 댓글이 달려 다 달아 드리지 못했네요
걱정해 주시는 만큼 하루하루 좀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모두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건강히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1. 마비
뇌출혈 또는 뇌경색 환자들은 누구에게나 온다는 마비를 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뇌출혈에 대해 많이 찾아 봤지만.. (주로 네이X 카페의 관련 질환자 카페) 너무 당연한 수순이라 그런지 관련 내용도 별로 없었습니다.
때문에 마비가 온다는건 상상도 못했는데, 이전 글 댓글에도 썻지만, 저도 마비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수술한 병원의 지하층 장례식장에 조문객들 틈에 섞여서 환자가 환자복 입고 상복입으신 분들과 섞여서 담배를 얻어 피웠었는데..
계단으로 장례식장을 내려오고 올라가기가 너무너무너무 너무 너무 힘이 든겁니다..
"저는 아.. 내가 너무 오래 누워있었어서.. 체력이 바닥이 됐나보다.." 라고 지레짐작하고 나중에 운동해야지 하고 니코틴이 충전된 가뿐한 몸으로 다시 병원 침상에서
간호사가 바이탈 체크하러 오는걸 기다렸습니다.. -_-;;
바이탈 체크 후 잠이 오지 않아 1층 편의점에 간식을 사 먹으러 가기 위해 핸드폰을 들고 삼페를 쓰기 위해 지문인식을 시도하면 당시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지문 등록을 해놨어서
왼손으로 핸드폰을 들었었는데 자꾸 왼 팔에 힘이 없는지 뭔지 모르게.. 핸드폰을 들기만 하면 놓치고 들기만 하면 놓치고.. 계속 놓치는 일이 반복되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전 제가 마비가 온 줄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문득 왼쪽 팔의 무게와 다리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냥 팔을 들었을 뿐인데, 내 팔이 아닌 것 처럼 내 다리가 아닌 것 처럼 팔의 무게와 다리의 무게가
마치 짐이 된 것 처럼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 무게감은 평생 갈지 아니면 언젠가는 좀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어느정도는 느껴지는 삶의 무게가 되었습니다.
2. 재활
수술했던 성동구 H병원은 생각해 보면 뇌출혈 환자 재활은 변변치 못했던 병원 같습니다.
재가 수술 후 소변줄을 뽑고, 머리에 있는 핀을 뽑고 처음 재활을 하러 갔던 곳은 관절재활학과?? 였습니다.
기억에 뇌출혈 전문 재활이 없어 관절재활에서 한꺼번에 다 한다고 들었던거 같습니다.
처음 재활은 어떤 책을 줘 보더니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어 보라고 합니다.
두 번째는 블록같을걸 주더니 그 블록을 쌓고 또 쌓고 하는걸 반복해서 시킵니다.
세 번째는 트래드밀이라는 런닝머신같은걸 30분 씩 타게 합니다. 트래드밀을 타면서, 담배피우러 갈 땐 알지 못했던 제 발이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합니다.. ㅠㅠ
네 번째는 부모님이 좌측 표정 변화가 없다고 의사에게 어필하여, 무슨 전기 자극 같은걸 받았습니다. 좌측 안면 근육을 자극해서 안면 마비를 풀어주는 시술이라고 합니다.
다섯번 째는 연하장애라고 삼킴장애가 있어서 음식을 삼키면 기도로 넘어가는 장애가 있었습니다. 관련 검사와 이건 뭐 특별한 조치는 취해주지 않고 검사만으로 끝나더군요..
검사하면서 하던 말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아직 나이가 있어서 그냥 힘으로 빨아 들이네..... 이정도면 뭐 큰 문제 없지 않겠어??" 이게 뭐양.. -_-;;;
이 재활같지도 않은 재활을 한 보름 받으니 이젠 병원을 옮겨야 한답니다.
집에서 나름 재활을 하려고 했으나, 머리뼈가 없는 상태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는 의견 때문에 강제로 병원을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ㅠㅠ
다행히 재활병원쪽엔 아는 분이 좀 있어서 도움을 구하니,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K한방병원 분당 B병원, 프랜차이즈 재활 병원, 동네 그냥 요양병원,
- 동네 요양병원 : 나름 심평원 등급 A를 받은 병원이었고, 인맥으로 간 병원이었지만, 저처럼 젊은 사람이 있기에는 영 좋지 않은 병원이었습니다.
치매 환자들이 대다수였고, 치매 환자들 때문인지 자유로운 외부 왕래가 불가능 하였으며, 분변때문에 병원 안은 락스 냄새로 진동했던 요양병원이었습니다.
저와 부모님이 이 곳은 안되겠다는 판단 하에 하루만에 퇴원합니다.
등급으로 메기면 F 등급즈음 되었던거 같습니다.
- 프랜차이즈 동네 재활 병원 : 이쁜이 재활 치료사들이 많은 병원이었습니다. 나름의 시스템대로 움직이며, 수치료?? 라는 주물주물 하면서 주물러 주는 치료를 주로 하는 병원이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수치료를 하고, 저녁에는 자유롭게 시설들을 이용하며, 자유 재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틀에 한 번 꼴로 상주하는 한의사가 침을 놓아 줬는데, 별 효과는 없던거 같았습니다.
등급으로 메기면 C 등급즈음 되었던거 같습니다.
- K한의대 중풍센터
FM대로라면 중풍센터에 입원하기 위해서는 약 3개월 이상 대기가 있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아는 분이 있어, 외래 진료 당일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방만 있는것이 아닌, 같은 층에 양방 신경외과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가 있을 경우, 뭔가 빨리 조치를 받을 수 있을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어
심적으로 가장 좋았던 병원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오전 6시부터 한방 교수 회진을 돌면서 침을 놓는데 환자가 자고 있으면, 깨지 않게 간호사를 통해서 환자가 깨면 외래진료 실로 오라고 노티를 할 정도로 친절한 교수였습니다.
아침에 주는 뇌보탕이라는 약과 공진단은 먹어본 한약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특히 뇌보탕은 수술 후 항상 멍.. 해 있거나 체력이 딸렸었는데, 뇌보탕이라는 한약을 먹으면
마치 레드불을 먹은것처럼 잠시나마 정신이 또렷해 지는 신기한 경험이 들 정도로 탁월한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신기한 명약이었어요.. (평소 한의학을 신뢰하지 않았었는데..)
등급으로 메기면 A++ 정도 되는거 같습니다.
- 주 재활
위 세 병원 모두 남들은 트래드밀(런닝)이나 퍼즐 맞출 때, 저는 직업의 특성 상 키보드를 못 치면 굶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맞춤별 재활을 시행했었습니다.
바로 한메타자연습과, 키보드 치기, 닥치는대로 메모장에 신문 기사들을 그대로 옮겨 적었고, 한메타자교사를 손이 꼬여서 더 못 할 정도까지 했었던거 같습니다. ㅠㅠ
평소 빠르게 치면 900타도 나왔던 저 였는데, 한메타자를 치니 두 자리 타자 속도가 나오더군요.. 차츰 노력을 하고 익숙해 지니 세 자리 속도까지는 나왔던거 같습니다.
이 후, 어느정도 속도에 도달했다고 자체 판단 후, 평소 전화하는데 주로 쓰던 편마비로 무게감이 심하게 느껴지던 왼팔을 단련?? 하기 위해 1킬로짜리 아령을 팔에 테임으로 감아서 놓치지 않게 한 후
어깨 운동을 했습니다. (운동이라기 보다는 어깨 자극?? 이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요.. 이것도 한 석달 정도 하니, 그렇게 핸드폰이 무겁게만 느껴졌던 왼팔이 조금은 나아지는것 처럼 느껴졌습니다.)
- 기타 재활
중풍센터에서 어르신들한테 듣기로, 편마비가 오면 손이 오그라든다고?? 겁을 하도 많이 줘서.. ㅠㅠ 그 오그라드는 손을 막기 위해, 손가락에 끼우고 손을 펴는 운동을 할 수 있는 고무 같은 기구??
를 구입해서 하루 천번 정도 손을 펴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 운동 덕분에 현재도 왼쪽 손가락 관절이 전부 다 아작나서.. 관절염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ㅠㅠ
- 재활의학과
편마비된쪽 부위에 각종 통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관절염이든 뭐든, 평소같으면 일반 정형외과에 갈 일인데도,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막막해 집니다. 신경쪽 문제인가. 관절쪽 문제인가.
헛갈리게 된거죠... ㅠㅠ
모든 통증이 있을 때 마다, 손가락 관절염 때문에 손가락 관절 통증이 있어도 재활의학과에 방문해서 처방을 받고 진단을 받습니다.
각종 검사 결과, 성모병원 재활의학과에서 뇌출혈 후 일부 환자에게 CRPS가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여, 단순 관절염이었지만(관절염인건 지난달에 알았습니다;;;;;) CRPS 관련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관절염이지만, CRPS 약을 먹어도 통증이 줄어듭니다....
(아.. 난 CRPS에 걸린 것이구나.. 뇌출혈 이후 또 다시 좌절합니다.. ㅠㅠ)
- 동네 정형외과
CRPS로 진단을 받았지만, 종합병원에 매 번 처방받으러 가는것도 일이고, 웬지 아닌거 같다는 자체 판단 하에, 회사 근처(강남역)에 있는 병원에 가서 현재까지의 처방 내역과 수술 내역을 설명하고
치료를 해 보기로 합니다. (18년 9월 부터..)
일단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를 처방받고, 체외충격파를 해 보기로 하는데,
신기하게 통증이 현저히 줄어듭니다... CRPS 약 먹을때 보다 훨씬 안 아픕니다.. 이로써.. 아픈건 어느정도 잡았습니다..
- 정신적 문제..
심각한 우울증이 왔었습니다.. 이 나이에 뇌출혈이라니.. ㅠㅠ
매 번 밤에 잘 때마다 내가 내일 멀쩡히 일어날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전철/버스 등 대중교통을 탈 때 머리가 히끗한 어르신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습니다. (난 저렇게 늙어갈 수 없을꺼야, 전 곧 죽을거 같았거든요..ㅠㅠ)
등산/낚시를 엄청 좋아하던 나 였는데, 퇴원 후 마라도에 가서 먼 바다만 한시간 바라보고 너무 힘들어 당일 비행기로 도로 왔습니다.. (이젠 다신 낚시 등산은 못할꺼야...라는 좌절감.. ㅠㅠ)
아프기 전과 비교하면, 소득이 40%정도가 줄었습니다. ㅠㅠ - 경제적 타격 ㅠㅠ
퇴원하자 마자 두 달 후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해 준 착한 우리 와이프님을 어떻게든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데 이 몸으로 가능할까 라는 걱정을 달고 살게 됩니다.. (건강할 땐 뭐든 할 수 있을거 같았는데요.. ㅠㅠ)
- 보험
다행히 아프기 전 가입했던 (07년도 가입) 보험이 있어 치료비 전액과 한방병원 치료비 전액을 보상받았습니다. 추가로 진단비와 이것저것 하니 금액이 좀 나오더군요..
또 회사 단체보험에서도 좀 나오더군요.. ㄷㄷ
그런데 보험사에서 손해사정인을 고용해서 안주려고 합니다.. ;;
수술하고 몇주 안지난 시점에 보험사측 손해사정인이 오더니 저한테 무슨 페이퍼에다가 지장을 찍으라고 했고 그걸 부모님이 보시더니 뺐어 갔던 기억이 납니다.
내용은 뭔지 잘 모르겠네요.. ;;
그렇게 그렇게 안주려고 손해사정인까지 고용했던 kb 손보.. 개인적으로 가입했던 좀 더 큰 보험사 메리츠있는데가 줬다고 하니.. 그걸로 정리됩니다. -_-;;
나중에 지인 통해서 알아보니 보험사도 자기들보다 더 큰데가 줬다고 하면 서열정리가 알아서 된다고 합니다.. ;;;;
자기들도 할 말이 없다는거죠 자기들보다 큰데도 줬는데 우리도 줘야 하는거 아니냐는 식??
좀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었는데..
재활부분이나 이쪽 부분은 감정이입이 되서, 다시 어제처럼 그 때 생각이 나서 두서 없이 쓰게 되네요..
심혈관계 질환으로 고통받으시는 분들 모두 힘내세요..
곧 겨울이 다가옵니다.. winter is coming..
뭔가 위협을 느끼시는 분들은 털 모자 꼭 쓰고 다니세요..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빠이팅!
저도 한때 밤마다 머리 열어서 수술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척추만 보는지라..삶의 질이 조금 좋아지기는 했네요..
제가보기에 님은 CRPS 보다는 뇌출혈 후 오는 마비 통증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일부는 환상 증후군이 동반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경우에는 적절한 약을 복용하고 마비된 쪽 재활을 통해 운동성을 조금 높여주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마비를 동반한 뇌출혈 환자에게 육체적인 재활도 중요하겠지만 긍정적인 정신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제나 좋은 생각 가지시고 열심히 재활하시다보면 더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껍니다..
힘내세요!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시니 굳건히 극복해 내시리라 믿습니다.
일상 복귀 후 신체기능이 80까지는 올라오는게 느껴지더라고요.. ㅠㅠ
건강하세요
/Vollago
마지막으로 쓰러지더라도 평일 낮에 길 안막힐때 서울 사대문 안에서 쓰러져야 좋?습니다. 주말에 전문의 없을때 지방 병원이면 정말 조심하세요...
/Vollago
보호자 올때만 잘하는척... 뭐라고 이야기해줄려고 해도 보호자만 오면 꼼짝도 안해요. ㄷㄷㄷ
심지어 환자가 화장실 자주간다고 밥도 잘 안줘요. ㄷㄷㄷ
결국 그 할머니...다른병원으로 이송갈때...보호자가 너무 잘해준다고 같이 데리고 가더라구요.T.T
제 경우만 보더라도.. 간호사나 주변에서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조선족 간병인이었는데 부모님 가시면 개판이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모친도 1년넘어서 지금 5년째 요양병원 계신데...호전이 안되고 계속 안좋아지네요. T.T
5년간 요양병원 몇군데 다니면서 느낀건...젊은사람은 그나마 좀 회복이 빠르고...보호자가 관심을 안가지면 진짜 못볼꼴 많이보게되고...그나마 돈이 있으면 좀 덜 무시당한다는걸 알게되더라구요.
약의 도움을 받으시든 무슨 별 치료를 받으시든 간에 담배는 끊으세요...
다음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그 이후는 정말 보장하기 어려우실거에요.
정말 진심으로 담배는 어떻게든 끊으시는게 좋을 거 같아요.
아직도 담배를 피우시는 걸 보면 절대 혼자 끊을 수 없으실 것 같으니
반드시 상담을 받으시고 무슨 수를 쓰시든 간에 담배를 끊으세요.
이런 뇌출혈 한번 더 경험하기 싫으시면 오늘부로 바로 금연 하시기바랍니다.
뇌출혈에 담배는 아주 높은 리스크팩터로 이미 오래전부터 확인되었죠.
니코틴이 뇌혈관벽을 약하게 하고 더 쉽게 터지게 만들죠.
그리고 뇌출혈이 있었던 분이 흡연을 지속하면 또 뇌출혈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도 합니다.
지금 육체적, 정신적 재활보다 우선인게 금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길다니다 제일 어이없게 생각하는 분들이 편마비가 있어서 운동하는 모습은 보기좋은데 잠시 앉아서 쉬면서 담배 피시는 분들입니다.
앞으로 한번 더 후회하기 싫으시면 오늘부터 바로 금연하세요~~
조만간 끊을 예정입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심장이 좀 약한 느낌이 종종 듭니다.
정말 쓰신 글 보니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