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무엇이 가능해질까
컴퓨터의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 제대로 된 양자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1차로 입증된 것이다.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는 험난하지만 양자컴퓨터가 창조해낼 새로운 현실 세계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와 구글 퀀텀 인공지능 연구소 등은 지난 12월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최신형 양자컴퓨터 ‘D웨이브 2X’ 실물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연구팀은 일반 싱글코어 컴퓨터에 비해 1억배 이상 빠른 처리 속도를 구현해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간 발표된 양자컴퓨터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한 사례다.
구글과 나사는 2013년 5월 양자컴퓨터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구글은 양자컴퓨팅을 통해 머신러닝을 분야를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데 목적을 뒀다. 이를 위해 캐나다 양자컴퓨터 전문 기업 D웨이브로부터 양자컴퓨터를 직접 구매했다.
하지만 D웨이브의 양자컴퓨터는 실망스러운 결과만 보여줬다. 기존 컴퓨터에 비해 오히려 속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반쪽짜리 양자컴퓨터라는 오명도 했다. 구글은 아예 직접 양자컴퓨터의 CPU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2015년 내놓았다. 물론 나사와 공동 프로젝트는 병행한다는 전제였다.
당시 구글 양자인공지능팀의 하트무트 네벤 디렉터는 블로그를 통해 “양자AI팀은 통합된 HW 그룹과 함께, D웨이브의 퀀텀어닐링 아키텍처로 배운 것과 최근의 이론적 성과를 바탕으로 양자 최적화와 추론 프로세서를 위한 설계안을 구현하고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억배 이상 빠른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한 구글과 나사의 공동연구팀은 조만간 논문을 통해 상세한 연구 과정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정 문제를 푸는 용도에 한정돼 있긴 하지만 1억배 이상의 개선된 연산 능력을 증명해냈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이다.
기존 암호 쳬계의 붕괴
아직 넘어야 할 과정이 첩첩산중이지만 개념상으로 존재했던 양자컴퓨터가 상용화에 성공하게 되면 여러 분야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터는 그 특성상 속도의 지수함수적 향상이 가능하므로 연산 속도에 혁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 첫 번째가 암호 분야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현재 다수의 암호화 기술은 소인수분해의 계산상 난점을 활용한다. 대표적으로 공개키암호화 기술, 즉 RSA를 들 수 있다. 공개키암호화 방식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 보안에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표준 암호화 기법이다. 양자컴퓨터는 향상된 속도를 바탕으로 일반컴퓨터가 수백년에 걸쳐 풀어야만 풀 수 있는 소인수분해 계산을 단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미국 NSA 등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는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지난 8일 발표된 D웨이브 2X로 당장 암호 해독에 진전된 결과를 내놓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증명 문제를 해결하는 특정 태스크만을 수행할 수 있어 암호 해독엔 아직 이용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나사 쪽에 이날 암호 해독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터 쇼어가 1994년 발표한 ‘양자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 소개돼 있어 그나마 빨리 적용될 수 있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IBM의 연구팀은 2001년 7개의 큐비트를 이용하여 15를 3과 5로 소인수 분해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만들기도 했다.
만약 암호 해독 용도로도 활용 가능한 양자컴퓨터가 구글의 전략대로 개발이 된다면 기존 암호 체계는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된다. 굳이 메신저 업체에 협조를 구하지 않더라도 암호화한 개인키를 해독함으로써 실질적인 감청이 가능해질 수 있다. 특히 양자컴퓨팅 기술이 미국 등 정부에 의해 개발이 완료되면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감시체계의 작동이 이론상으로는 현실이 될 수 있다.
획기적인 인공지능의 출현
암호 분야 외 구글이 탐내는 영역은 인공지능 분야다. 레이 커즈와일이 주창하고 있는 특이점, 다시 말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능가하는 시점이 도래하려면 양자컴퓨터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특히 뇌과학과 양자컴퓨팅이 결합하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인공지능의 탄생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구글은 양자컴퓨터를 딥러닝과 같은 머신러닝 기술에 응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구글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검색 등에 구글은 인공지능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도로 위에 존재하는 모든 차량의 움직임을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한 뒤 향후 교통흐름을 예측한다고 가정해보자. 기존 컴퓨터로는 수십 수백만 대에 달하는 개별 차량의 움직임을 학습한 뒤 예측하려면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자컴퓨팅은 이러한 문제를 단숨에 풀어줄 수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의 사고 없는 운행도 양자컴퓨팅의 도움으로 실질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양자학습이 머신러닝의 학습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특히 작업이 복잡해질수록 양자 효과에 의한 학습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수 있다(방정호․유석원․이진형, 2013). 영화 ‘트랜센더스’의 양자컴퓨터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학습해 환경에 대응하는 인공지능의 탄생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자학습은 양자 원리를 활용한 알고리즘의 개발을 요구한다. 양자 알고리즘을 고안하지 못하면 양자컴퓨터는 무용지물이다. 구글이 머신러닝 분야에 양자컴퓨터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양자학습 알고리즘을 개발해내야 하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 개발된 알고리즘의 종류도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구글과 나사의 이번 발표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한정된 영역에서는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1983년 파인만 코넬대 교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양자컴퓨터의 궁극적인 모습을 구현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http://www.bloter.net/archives/245786
클리앙 빨라지나요.. ㅋ
w.ClienS
CIA 가 단독으로도 구입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0-...
다른 암호화 방법에 대한 양자컴퓨터용 알고리즘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별로 문제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