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는게 다 장단점이 있는거다.. 라고 말하기엔 안타까운 면이 너무 크지않나 싶습니다.
군대에서 동기의 존재감은 특별하죠. 왜. 위아래 없이 나와 동등한 사이니까. 한 중대 안에 100명 가까운 장병들 사이에서 나와 동등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몇안되는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한국사회는 인간관계라는것이 일단 서열부터 분명히해야 성립하는 커다란 군대같은 곳이고, 그런 우리의 인생에 있어 군대동기같은 예외적으로 동등한 관계 형성은 오직 나와 같은해에 태어난 사람 즉 동갑으로 1차제한됩니다. 그리고 오직 이 동갑관계에서만 '친구'라는 말이 허용되죠.
물론 '친구처럼' 지내는 형동생, 언니동생 사이는 많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말그대로 '친구처럼' 이지 완전히 친구일수는 없죠. 두사람 마음속의 근본적인 서열의식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 서열의식이란게 평소엔 형,언니라는 호칭 외에는 잘 드러나지 않을지 몰라도, 언쟁이라도 벌어지면 노골적으로 표면화되죠. 연장자의 입에서 "맞먹으려고 한다" "기어오른다" "내가 니 친구냐?" 같은 말이 튀어나옵니다.
결국 아주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나이가 다른 두사람은 아무리 친해져도 절대 동등한 관계가 되지 못하죠. 저도 개인적으로 가깝게 지내는 형동생 관계들이 있기는 한데, <한쪽은 해도되지만 다른쪽은 해서는 안되는 말이나 행동> 이 있다는것만으로도 근본적인 '벽'을 느끼게 됩니다. 결코 완전한 친구관계일수가 없죠.
그러니 한국사회에서 '동갑'이 갖는 의미는 군대에서의 동기처럼 아주 특별하죠. 동갑이란 나와 친구가 될수있는 포텐셜을 가진 사람이란 뜻이고, 때문에 실제 사회에서 동갑을 만나면 유난히 반가워 하게됩니다. 하지만 바꿔말하면 세상 그많은 사람들중에 오직 동갑들과만 그런 관계형성이 가능하다는 안타까운 얘기가 되죠. 아무리 나와 잘맞는 사람이 있어도 그사람과 주민번호 앞 두자리가 다르면 친구가 될수없다는건 명백한 불행 아닐까요.
#CLiOS
나이서열문화의 근본적 문제는 한국나이시스템이죠.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만나이가 아닌 '햇수나이'를 쓰는 나라인데, 모든 사람이 동시에 나이를 먹게되는 그 햇수나이가 나이서열을 가능하게 하는 원흉이라고 봅니다.
존대말은 존중어이고, 반말은 평어로 용어 대체가 가능한데, 이들은 친소 관계에 따라 평-평, 존-존 이렇게 동등한 어투로 사용할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평등할 수 있지요. 문제는 반말-존대말 관계입니다. 누군가는 상대방에게 함부로 말해도 되지만, 그 상대방은 누군가에게 절대 함부로 말할 수 없고 격식을 차려서 최대한 "예절 바르게" 말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이 "반말-존대말 관계"를 없애는 것이 진정한 평등과 민주주의를 이루어낼 수 있는 초석이 될 겁니다.
그만큼 속이 비었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