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랏말싸미 듕국에 달아..." 는 언제 쓰여진 글일까?

너무나 유명하고, 한국인이라면 대체로 외워 읊을 수 있는 훈민정음 어제(御製;왕이 지은) 서문.
이 훈민정음 서문을 처음 한글로 기록한 건 ... 의외로 세종대왕이 아닙니다. 세조입니다. 저 책자 자체도 [훈민정음 언해본] 으로, 1459년(세조 5년) 발간된 것이죠.
그렇다고 세종대왕이 한 말이 아니냐? 그건 아니고...
서문 자체는 실록과 해례본에도 나옵니다만, 국지어음 이호중국 여문자 불상유통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으로 이어지는 문장... 즉 한자로만 적혀 있습니다.
다만 그걸 우리말로 풀이하고 훈민정음으로 옮겨 최초로 기록한 것... 즉, 우리가 외우는 '나랏말싸미 듕국에 달아...' 라고 기록된 것이 언해본, 세조 대였던 거죠.
물론 그렇다고 세종대왕이 '국지어음이 이호중국하야...' 라고 하셨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일단 실록은 전부 한자로 기록하니까요. 오히려 세종대왕이 '나랏말싸미...' 로 말씀하신 것을 실록 등에는 한자로 적어놨다가 나중에 언해본에서 다시 원래 말로 정확히 기록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겠죠.
2. 세종대왕의 이스터에그, 군규쾌업?

훈민정음 해례본에는 한글 발음을 설명하기 위해 한자 예시를 적어두고 '이 한자의 첫소리와 같다' 라고 해설합니다.
근데 순서대로 ㄱ ㄲ ㅋ ㅇ 을 설명할 때 각각 군君 ,규虯 ,쾌快 ,업業 자를 활용하죠.
그래서 이 네 글자를 이어서 "왕(君)과 어린 용(虯, 왕자, 훗날의 문종)이 즐겁게(快) 이루었다(業) 는 뜻을 담은 이스터에그라는 글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
근데요... 해례본에서 설명하는 한글 자음은 저것만이 아닙니다. 창제 당시의 모든 자음을 해설해 놓은 게 해례본인걸요.
구체적으로 해례본에 등장하는 한글 자음은 아래와 같습니다.
- ㄱ君 ㄲ虯 ㅋ快 ㆁ業
- ㄷ斗 ㄸ覃 ㅌ呑 ㄴ那
- ㅂ彆 ㅃ步 ㅍ漂 ㅁ彌
- ㅈ即 ㅉ慈 ㅊ侵 ㅅ戌 ㅆ邪
- ㆆ挹 ㅎ虛 ㆅ洪 ㅇ欲
- ㄹ閭 ㅿ穰 - 려양
저 한자들은 각각 한글 자음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일 뿐만 아니라
군규쾌업과 마찬가지로, 이어 읽으면 하나의 문장이 되고
전체를 이으면, 대왕의 뜻이 담긴 한 편의 시가 됩니다.
이렇게요.
- 君虯快業(군규쾌업) - 왕과 어린 용이 기뻐하는 일은
- 斗覃呑那(두담탄라) - 북두성의 빛이 미치어 편안함에 이르는 것이다.
- 彆步漂彌(별보표미) - 틀어진 활이 쏘아지면 얽혀서 떠내려가게 되니 (근본이 흐트러지면 나라가 혼란스러워진다.)
- 即慈侵戌邪(즉자침술사) - 그런 즉, 흉년이 드는 것을 동정하고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가엾게 여겨
- 挹虛洪欲閭穰(읍허홍욕려양) - 허공의 강물(은하수)을 떠내어 마을마다 풍년이기를 바란다.
즉, ‘즐겁게 이루었다’는 것이 아니라
저 예시 글자에마저 백성들을 위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담은 거죠.
어제 유튭에서 훈몽자회에 관한 영상을봤는데
기역 니은 디귿의 유래에대해서 나오더군요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기억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