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가스라이팅에 관해 글을 쓰고 싶었는데.. 오늘 삼일 연속 아들 둘이 새벽 5-6시에 기상한 관계로 너무 졸린 관계로 글을 써봅니다.
가스라이팅과 사이비 종교가 무슨 공통점이? 하실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이비 종교는 제가 당해본 적은 없으나 넷플 나는 신이다 를 다 보고 나서 느낀 점이며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것도 당연히 있을 수 있으니 너무 비판적인 시선으로 봐주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1. 대상을 고르는 데 생각보다 시간과 공을 오래 들입니다.
처음부터 나는 너를 가스라이팅 할거야! 나는 너에게 종교를 전파할거야! 하지 않습니다.
좋은 선후배, 뭐 나를 챙겨주는 좋은 오빠 언니 이렇게 시작하지요. 그리곤 시간을 들여 굉장히 '잘' 해줍니다.
비교적 장시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대상은 의심의 눈초리를 대부분 거둔 상태이며, 대상의 '가장 연약한' 순간도 잘 포착합니다. 이때가 포섭 혹은 연인이 되기 가장 쉬울때니까요.
누군가가 사골국을 나를 위해 장작을 떼서 고아왔다고 하면 누군들 감동하지 않을까요? 길가다가 신발끈이 풀어졌다고 무릎을 꿇고 신발끈을 묶어주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관심없던 관계였어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요? 때마침 나는 유학생활의 실패로 인해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자라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원래도 연락은 간간히 했었는데 귀국하니 마수를 뻗치더군요.
사이비 종교들도 자아가 흔들리는 대학생 시기에 보통 관계에서는 해주기 힘든 호의와 정성으로 성심성의껏 고민을 들어주고, 베풀고, 현란한 행사 등에 데려가 현혹시키더라구요.
2. 대상이 넘어왔다 싶으면 다른 관계를 단절시키고 가스라이팅 당사자나, 종교에 대해 세뇌시킵니다.
나를 너무 사랑한다는 남자가 그래요. 네가 걱정된다.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냐. 회사만 다니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쉬어라.
절 정말 걱정해서 그러는 줄 알았죠. 물론 불면증에 몸도 마음도 힘들어 누굴 만나기도 힘든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그때 한 친구가 좀 이상한 관계 같다고 하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날 이렇게 사랑해주는 남친을 이상하다 하다니, 얘를 만나지 말아야지'
이미 심리적으로 많이 기대게 된 후이기 때문에 가스라이팅 당사자나 사이비 종교 전파자에 대해 엄청난 신뢰가 생긴 후여서 제대로 된 이성적 판단이 불가합니다.
그리고 친구나 다른 관계에 대해 이상한 애들이다, 너를 위하는 것 같지 않다 는 식으로 세뇌를 시킵니다. 그래야 대상의 유일한 관계와 세상는 그 종교나 가스라이팅을 하는 본인이 될테니까요. 그리고 본인들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는 허풍을 떨어 굉장한 존재인냥 세뇌를 시킵니다.
나에게 세상을 갖다 줄 줄 알았던 이들이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고 유일한 세상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야 친구나 다른 사람의 이상하다는 조언이나, 다른 관계와 비교했을 때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눈치채기 어려워지니까요.
3. 가스라이팅의 경우 자존감을 박살내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건 사이비 종교와는 다르긴 하더라구요. 하지만 자존감이 박살나고 기존 관계를 모두 끊어버렸기에 이 이상한 관계와 종교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외부에 조언을 구하기 힘든 것은 같습니다.
이제 대상의 유일한 관계이자 끈이 나밖에 없다 생각이 되면 슬슬 본색을 드러냅니다.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하며 화를 낼때마다 모든게 내 잘못이라 합니다. 그렇게 다정하던 사람이 갑자기 화를 내니 대상은 미칠 것 같습니다.
걱정해주는 척 하며 외모도 꾸미지 말고~ 화장도 안해도 돼 라고 해서 점점 나는 꾸미지도 않고 옷도 이 사람이 사주는 후줄근한 것만 입게 됩니다. 이상하지만 편하니까 뭐 그럴수도 있지 합니다. 그랬던 그가 '나나 되니까 너따위를 만나주지' 를 시전합니다. 아 뭔가 이상하다 싶지만 이미 돌이키기 늦었고 이런 얘기를 할 친구도 이미 관계가 끊어진지 오래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이 관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내가 인정하는 것이기에 현실 부정을 하고 싶어 어딘가에 얘기도 못하게 됩니다. 창피하기도 하구요.
자존감이 박살날수록 대상은 당사자에게 매달리게 됩니다. 자신이 진짜 못난 사람같거든요. 누구도 날 이해해주지 않을 것 같고.
이성은 슬슬 돌아오는데 세상을 이미 단절해버려서 나에겐 이 사람 아니면 이 종교 외엔 없습니다. 다시 세상으로 나갈 용기가 잘 안나요 이때쯤이면.
4. 벗어나려고 하면 협박과 폭력을 행사합니다.
가스라이팅 세뇌 후 자존감을 박살내면서 이미 언어적인 폭력은 당연하고 신체적인 폭력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헤어지자 하면 칼 들고 협박합니다. 거짓말같죠?ㅋ 전 이 새끼가 날 죽일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헤어지려고 했는데 이미 고립된 상태에서 회사나 집으로 찾아오고 협박하고 하면 사람 미칩니다. 진짜 부모도 죽일 수 있을거 같거든요.
거기에 자신이 많은 시간을 이미 낭비해버렸다는 생각에 현실로 돌아가기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사이비종교 피해자들도 차라리 남아서 세뇌된 채로 사는 걸 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편하거든요. 다시 죽을 힘을 다해 이 관계를 깨트리고 세상으로 나가기 너무 힘들거든요. 벗어나는게 너무 두렵고 힘들었지만 벗어났습니다. 벌써 십 몇년이 흘렀네요.
사이비 종교에 현혹당하는 이들을 보면서 왜 저럴까 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실텐데.. 이런식으로 이해하시면 좀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 글을 써봤습니다. 거기서 빠져나온 이들은 죽을 각오를 하고 나온 사람들입니다. 응원해주세요.
저는 유학 실패 후 귀국 하여 사이비 종교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그 화면만으로도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스스로도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심신이 미약할 때에 누가 저런식으로 포교했다면 저도 사이비 종교에 빠졌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혹시나 어떤 관계가 건강하지 않다 느껴진다면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꼭 이러한 경험을 하더라도 돌아올 수 있는 정신의 소유자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인생에 힘든 때는 누구에게나 있고, 그러한 경험이 파도가 되어 나를 집어삼킬수도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본인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본인뿐입니다.
가스라이팅이 뭔지도 모르고 있던 시절이었고 나중에 이 만화를 읽으며 엄청난 공감을 했었습니다. 가스라이팅/ 데이트폭력을 정말로 잘 그려낸 만화라 생각합니다. 한번쯤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