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동네 가게 사장님을 도와
식사 제공을 조건으로 점심에만 나가서 계산 해 주고 홀 정리 정도만 해 주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느낀 단상을 좀 지끄려 보아요.
1. 인력 배치는 점심 제일 바쁜 5분 찰나를 위한 것.
처음에 저 보고 사장님이 일 좀 해 달라고 한 것은
주방에 같이 하는 동료분이 그만 두셨거든요.
그래서 혼자 메뉴를 다 하셔야 하는데
근처에서 일하시는 사모님이 점심 시간에 와서 주방보조를 하세요.
그리고 바깥에는 서빙을 받는 아르바이트가 2인이 있습니다.
벌써 4명인데,
20석 남짓한 이 식당에 사람이 더 필요한가...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장님 생각은 서빙 아르바이트들도 바쁘게 다니는데
계산도 정신 없이 하면 손님 입장에서는 가게가 불친절 하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차분하게 응대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첫 출근을 했는데 뭐 그렇게 또 바쁜 것 같지가 않았는데
한 번에 두 테이블이 일어나면서 계산 따로 해 주세요. 하니까
계산 줄 생기고
있던 손님 일어나니까 새로운 손님들 들어오면서 대기 줄 생기고 주문도 받아야 하는데
이때 1명이 없어서 계산, 대기, 주문 이게 꼬여 버려서 손님들이 5분 정도 기다리게 되면
점심시간에 5분은 큰 시간이라 정신 없는 가게구나... 하면서 다음에는 안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 5분을 위해서 사람을 넉넉하게 두는 거라고 하시네요.
2. 생각 보다 사람들 식사시간이 길다.
저는 주로 혼자 다니고 사람들이 좀 많이 온다 싶으면 후다닥 먹고 일어나는데요.
한 며칠 일해 본 결과 생각보다 가게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냥 1시간 남짓 앉아 있는 손님들이 생각 보다 많다는 것이었어요.
여기가 회사에 몰려 있는 곳도 아니고
대학가 근처 공원을 끼고 있는 곳이라
약속으로 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 느긋하게 식사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하네요.
3. 그리고 생각 보다 사람들은 이해심이 많다.
그저께 어제 생각 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어제는 1차로 손질해 둔 재료가 한 번에 다 나가버려서
한 순간부터 만석인데 약 20분 동안 메뉴가 안나가는 사태가 생겼어요.
저는 주방이 보이는 쪽 계산대에 서서
손님들이 이야기 하다가도 다른 테이블 보다가 우리 쪽 보고 시계 보고 하는 모습에
항의 할까봐 조마조마 했었거든요.
손님 응대 지침대로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라고 물어 보면서도
화 내면 어쩌나... 라고 걱정했는데
"예, 잘 먹었습니다." 하고 가시더라고요.
나름 가게가 동네에서는 오래 되기도 해서인지
몰리는 날에는 어쩔 수 없다... 뭐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새삼 동네 가게의 인지도를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4. 사람 구하기는 너무 어렵다.
처음 이야기 할 때는 1시에서 3시까지만 도와주면 된다고 하면서
첫 날만 12시에 와서 좀 배우라고 하더니
다음 날 바로 12시부터 나오라고... 12시 부터 얼마나 바쁜지 보지 않았냐며... 하는거에요.
그래 한 며칠만 도와주면 되는 거니까, 했는데
지원은 들어오는데 면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데요.
그리고 어제 저녁에 고기를 사주더니
저더러 저녁에도 나올 수 있냐고...
처음에는 계산만 하면 된다고 하더니
서빙도 시키고 한가할 때는 주방에서 음식 세팅하는 것도 좀 보고 하라고...
그래서 음식으로 현혹하여 나를 부려 먹는 부부사기단!이라고 했네요.
그래도 새로운 경험 하니까 재미있고 활력이 생기네요.
옆에서 보면 40대에 이러고 있는게 이해가 안되긴 할테지만요.
저도 딱히 밥 먹을 생각 없는데
저는 무보수로 일하는 거라 그렇기도 하지만 아르바이트들도 밥 먹고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저녁에 따로 만나서 밥 먹다가 그러면 남는 것도 없겠어요. 했더니
"사람이 남잖아!" 하시더라고요.
잘 모르는 부분이였는데, 장사하는 입장에선 또 그렇군요.
실은 제가 최근에 큰 일을 겪고 들어 오는 일도 안 하고 계속 무기력하게 있으니까
그러지만 말고 이렇게라도 좀 나와서 일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보건증도 끊고 평소에 웬만해선 안 쓰는 모자도 쓰고 그러고 있는데
민폐 끼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할 뿐입니다.
하지만 주방엔 들어가지 않을 것이에요~ ^^
어떤 분은 날씨가 엄청 많은 줄 알으셨다는 분도 많더라고요~
공릉쪽 어느 가게가 점심에도 그렇게 장사가 잘 되나요?
음... 일하는 동안은 비밀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