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평단을 가리지 않고 극찬을 받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신작, <이니셰린의 밴시>를 보았습니다.
엄청나게 기대를 하고 봤는데, 엥?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범작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내러티브 면에서는 너무 단순하고 짧은 플롯을 무리하게 늘려 놨고,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변화나 행동, 은유가 복잡해지고 관객의 지루함과 피로함을 가중시켜 버렸어요.
20세기 초 아일랜드를 무대를 설정하고 광활한 야외 배경 비주얼에 신경쓴 것은 가뜩이나 평면적인 스토리에 대한 집중을 흐리는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노비즘 가득한 평론가들과 리뷰어들의 화려한 의견과 해석에도 당최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그저 주객전도이자 사후약방문 아닌가 싶고요.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건 명작이어야 해. 왜냐면 이걸 이해한 교양인처럼 보여야 하니까. -> 뭔가 대단한, 숨겨진 의미가 있을 거야. -> 갖가지 장황한 해석 퍼레이드...)
영화를 다시 시청하고 내용을 곱씹어 보고 싶지는 않고, 원작 희곡을 따로 읽어보거나 연극을 보고 싶네요.
참고로 저는 감독의 전작 쓰리 빌보드를 매우 감명깊게 봤고 놀라운 영화라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보스턴 글로브 지 평론가의 단평에 동의하며...
"“Banshees” is like a short story trying to be a novel. The extra pages get filled with the postcard views."
호평을 보면 전부 영화 외적인 면에서 기인해 의미를 추정하는 것들이더군요. 아일랜드의 역사부터 부조리극, 경계선 지능장애 등등...
전작들은 그런 공부가 필요한 영화가 아니었는데요. 영화 자체만으로 감동적이고, 묵직하며,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를 하는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감독에게 들었었거든요.
제 개인적인 느낌은 뭐??? 였구요 마치 라이트하우스를 보고 느낀 감정과 비슷했어요 그래서 뭐???
아 이렇게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군요 ㅎㅎ
전,
킬러들의 도시(아 개봉제목 진짜..2): 아아 역시 맥도나 스러운데 이때는 살짝 설익은 느낌이다 ^^ (쓰리 빌보드에 비해)
근데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켄의 그 행동이.. ㅠㅠ
세븐 사이코패스: 못봤음 ㅠㅠ (어디서볼수있는것인가..)
쓰리 빌보드: 저도 정말 최고였어요
이니셰린의 밴시: 도미닉의 발견(왜케 맘에들지?!)과 인간관계에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게 해준 훌륭한 영화
전 너무나 감명깊게 잘 보았습니다
허나 맥도나의 전작에 비하면 대중적이진 않은 예술영화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제니를 그리며 눈물.. ㅠㅠ)
영화란 대중이 가장 접하기 쉬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영화라는게 나랑 너무 친밀해서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이상한거라고 오해할때가 있어요
가끔 영화가 가진 스펙트럼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잊을때가 있습니다
그 안에는 대중성이 극에 달한 영화들도 있고 와 이거 뭐지...뭐지..정말 참고서(해석) 없이는 절대로 모르겠어..!!! 하는 영화들도 있고 그 중간에도 다양한 수준들이 있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없거나 의미를 모른다고 어떤 훌륭한 영화가 갖는 가치가 폄하되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어느분께 말씀드리는게 아니고 그냥 내 생각임)
이니셰린의 밴시는 아일랜드 독립운동과 내전으로 이어지는 아일랜드의 슬픈 역사를 알고 그에대한 구슬픈 비유로 보면 정말 너무 잘 만든 영화입니다
게다가 아일랜드만이 아닌, 우리 또한 과거 이념과 사상으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역사를 가졌었잖아요
그리고 이런 일들은 거시적인 관점을 떠나서 개인적인 인간관계에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서로다른 사상으로 인하여 상대를 직접적으로 해하지는 않지만 자기파괴적인 행동으로인해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의도치 않았으나 부수적인 피해를 입는 전혀 관계없는 존재들(내 가족이죠).. ㅠㅠㅠㅠ
맥도나같은 너무 유능한 감독은 그냥 노골적으로 아일랜드 내전에대해서 영화를 만들었어도 뭐 너무 잘만들었을겁니다 (상상하니 급흥분..! 그냥 아무거나 계속 만들어줘..!!)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비유를 통해 전달하죠
예술가 마음이죠 ㅎㅎ (제가 나름 생각하는게 있지만 너무 길어질거같으므로 생략..별거 아니기도함)
전 보고나서 계속 생각하게 만들고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저에게 그런 영화였습니다
호호 다음작품은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길 저도 바라마지않습니다 (그래야 돈이 좀..돈이 되야 다음 작품이.. ㅠㅠ)
저도 무려 깐느영화제 황금종려상에빛나는 티탄은 아...다시 생각해도 아 뭐지..? 어리둥절..ㅎㅎ 하더라구요
(이것은..상당히..난해해..! ㅎㅎ )
저 또한 애기들 장난감 플라스틱 나이프 정도의 둔탁함인 것이죠.. ㅎㅎ
꼭 쉬운 영화가 대중적이고, 어려운 영화가 예술적인 건 아니거든요.
개인적으로 왕의 남자는 3번 넘게 봤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대중적으로는 매우 성공했죠.
반대로 이 영화는 너무 쉽게 만들어 문제가 된 사례이지요. “21세기의 셰익스피어가 만들었으니 뭔가 더 엄청난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나는 대중과 다르니...” 라는 욕망이 뒤따르면서 타자에게 좋은 영화라는 감상이 강요되죠.
님이 단언하신 훌륭한 영화는 누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로튼토마토 스코어? 영화제?
에에올을 둘러싼 논란에 이 영화의 한계가 가려져 넘어가는 것 같기도 해서 아쉬운 요즘입니다.
그냥 아직 거기까지는 와닿지 않으시는거에요
살다보면 경험과 배움이 쌓여 또 달라질 수 있습니다 ㅎㅎ
사람들은 쓰리 빌보드를 기대하고 갔는데 정작 만난건 토리노의 말 이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게 당연하죠 ㅎㅎ
(저도 영화 보고 나오면서 아 사람들이 기분 안좋아하겠는데? 흥행은..?!
딱 그 생각 들었습니다 ㅋㅋ
하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도 인히어런트바이스 만들고 나중에 다시 친철한 폴로 돌아왔잖아요?
맥도나도 다시 떠먹여주는 친근함으로 돌아올겁니다 ㅎㅎ
그리고 대충 비교했지만 사실 토리노의 말이나 인히어런트바이스랑은 비교도 안되죠 이 두 영화에 비하면 이니셰린의 밴쉬는 정말 친절함 그 자체입니다..+티탄...!!!!!!!! )
근데 EEAAO이 어떤 논란이 있나요?? 저는 처음 듣는 말이어서..
저는 아일랜드의 아픈 역사를 소재로 삼았다기보다는 작품의 메시지 때문에 단순히 아일랜드라는 배경을 채택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에서는 배경이 너무 부각되어서 생각이 지저분해지고 혼란스러웠어요.
마틴 맥도나가 누군지도 모르고 작년에 부산에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그런데 지루함과 피로함 1도 못느꼈고
그 광활한 야외배경이야말로 인물들의 결핍과 고독을 영화 속 그 어떤 장치보다 더 잘 표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 보면서 그 광활한 야외배경이 마치 연극무대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 도그빌도 떠오르면서요. 원작이 희곡이군요? 님 글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무릎을 탁 쳤습니다. 감독 미쳤네요.
와.. 자기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저렇게까지 한다고?
+
와.. 나도 이 나이에도 아직도 지는 걸 잘 못하긴 하지만 저렇게까지 지지 않겠다고?
하면서 영화를 봤었는데
최근에 사람들이 하는 얘기보고 아일랜드 내전 얘기도 담긴 것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또 감독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쵸. 그 둘이 하고 있는 그게 바로 전쟁이죠. 인류가 계속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목적으로 시작해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모든 것이 파괴될 때까지.
영화 보기 전에도, 본 후에도 전문가들이 뭐라고 하는 지는 1도 안들어봤고, 현재 이 영화가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하나도 모르는 왕년의 영화매니아 1인에게는 꽤 매력적인 영화였습니다.
공감 버튼 1개라서 아쉽네요
맞아요 자기의 희극을 영화로 만든 것이죵..!
여튼 대단히 공감하고 갑니다
감사해요
영화의 불친절함과는 대비되게 둘 간에는 모두 양가감정이 있고, 서로에게 지독하지 못하다는 것이 쉽게 표현되죠. 이미 손가락 하나까지 자른 상황에서 경찰에게 맞고 있는 불쌍한 친구를 모른척하지 못하고 일으켜 데려다 준다던지, 죽은 당나귀에 죄책감을 갖거나 친구가 불타 죽을까 걱정하고 개는 살려놓은 뒤에 다시 만났을 때 언제든 또 맡기라고 한다던지...
그렇지만 전쟁은 (특히 현대전은) 님의 말씀처럼 결국 어느 한쪽이 KO되거나, 지겨워서 나가 떨어질 때까지 자비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이러한 해석에 공감되지 않았고 솔직히 말해서 끼워맞추기에 가까울 뿐 적절한 메타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감독은 대체 뭘 말하고자 하는가? 메세지가 명확했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그냥 인생 흥망성쇠의 잡탕같은 느낌이랄까요.
저는 지금 말씀하신 그 장면들 때문에 오히려 더욱 더 전쟁을 잘 풍자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내전에 얼마나 많은 양가감정적 요소들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내전이 다른 전쟁보다 더 비극적이고...
저는 감독이 이 영화에서 전쟁 얘기도 했다는 것을 나중에 듣고 곧바로 떠올랐던 장면이 동물들 보살피는 장면이었어요. 지금도 전쟁하면서 서로 민간인은 공격하지 말자와 같이 정의로운척 하는 위선이 있잖아요.
그래서 제게는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를 보던 그 순간에도 인간의 원초적인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그린 것만으로도 영화적 즐거움이 충분히 충족됐었고, 나중에 전쟁 얘기를 듣고 보니 하나 하나 다시 곱씹으면서 두 번 즐기게 된 참 좋은 영화였습니다.
시간 들여 애정하던 감독 영화 보러 갔는데 실망이신 점 충분히 이해되지만
스노비즘 가득한 평론가들과 리뷰어들의 화려한 의견과 해석에도 당최 동의하기가 어렵네요. 그저 주객전도이자 사후약방문 아닌가 싶고요.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건 명작이어야 해. 왜냐면 이걸 이해한 교양인처럼 보여야 하니까. -> 뭔가 대단한, 숨겨진 의미가 있을 거야. -> 갖가지 장황한 해석 퍼레이드...)
이 부분 때문에 길게 댓글을 달고 있네요.. 저처럼 온전히 스스로 이 영화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어요.^^
다른 좋은 영화 얼른 만나셔서 즐거우시길요!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위에 쓰신 댓글 보면서 나도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ㅎㅎ
오랜만에 영화 얘기 나누니까 즐겁네요!
또 공감 버튼 누르고 갑니다!!
(또 하나밖에 없네.. ㅠㅜ)
대화하게 되어서 저도 너무 즐거웠어요
심지어 댓글에서 제가 깨닫지 못했던걸 배우고 무릎을 치고 갑니다 ㅎㅎ
전 제가 감명깊게 본 영화는 그냥 산책하면서 듣기도 하거든요
이 영화도 나중에 그럴거 같아요
요즘은 그린나이트 듣고 다녀요 ㅎㅎ
그린나이트..! (하지만 주인공 넘흐시름..!) ㅎㅎ
산책하면서 영화를 듣는다.... 뭔가 멋집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마음이 느껴져오네요^^
저는 요즘엔 영화를 잘 안봐서 그린나이트가 무슨 영화인지도 모른답니다 흐흑 ㅠ
재미없다는 느낌을 넘어서 화가 나더군요
이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
또 화가 납니다.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