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이혼하셨고 저랑은 대면대면한 사이에요
그래도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있어서
성인이 된 후 연락이 닿았을 때 일말의 희망으로 잘 대해드리고자 했어요
저도 이제 누군가의 엄마가 되고도 남았을 나이가 된지라
인생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도 조금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제 엄마의 모습은 제가 기억하는, 또는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여러 혼란을 겪었지만 나는 이제 어른이니까
어느 정도 선도 긋고 적당히 친절함도 가장하며
냉정하게 행동하려고 노력했는데요
오늘은 드디어 폭발했습니다
몇년전
박근혜가 불쌍하니 뭐니 하며 말씀하실 때 이미 알고 있었고
제가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해도 그 때 뿐이라는 사실에도 어느정도 체념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뜬금없이 무슨 (유명) 연예인 누드? 동영상을 카톡으로 보내시더라고요
철없는 애도 아니고 이게 뭐냐 물었더니
그 연예인이 돈이 떨어진 거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참고로 그 연예인은 우리나라 톱 여배우입니다
저 배우는 지금도 드라마 주인공이고 동영상도 이전에 나왔던 영화 장면이다
이상한 카톡 좀 그만 보시라 이야기하다가
어찌어찌하여 이태원 이야기가 나오고
문재인 이재명은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고 폭발하고 말았네요
지금이 어느 땐데 간첩타령이냐
엄마 같은 사람들 때문에 꽃같은 아이들이 죽은 거다
156명의 아이들이 길가다 죽었는데 그런 말이 나오냐
오늘은 못참겠다
덕분에 당신 딸이 겨울에 촛불들고 추운데 또 다시 나가게 생겼다
속이 시원하냐
퍼부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더 많았습니다만 다들 예상하실 수 있는 대화이기에 생략합니다)
저는 평소에 가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통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많은 고민과 상처를 남겼지만
섣불리 원망도 죄책감도 가지지 말자고 노력해왔어요
개인적인 사연을 객관화할 수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참 씁쓸해지는 게 어쩔 수 없네요
그냥 넋두리입니다
위스키 하이볼 한잔 마셨습니다
힘내십시오
저도 차라리 빨간약 먹고 아무것도 몰랏던때로 가고싶을때가 있습니다.
저도 아버지가 그 쪽 성향이라 생활비 드리는 정도까지만 하고 그 외는 특별히 신경 안씁니다. 정치적으로 그른 얘기가 나오면 바로 응징하고 자주 뵙지도 않기 때문에 요즘은 정치 관련 얘기 들은 적도 없고요.
감정적으로 폭발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내 정신과 마음이 다칩니다. 놓을 건 놓는 게 좋아요.
그런 것이 없으면 좋겠고 마음도 아프지만, 그래야 조금이라도 세뇌에서 빠져 나와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보통 부모와는 논리적인 것 보단 감정적으로 접근하는게 설득하기 더 좋아요.
뭐...이론은 이런데 저도 실천하진 못합니다. ㅋㅋ
참 어떻게 그러는지 정치를 떠나 이해가 안되네요
저도 늦은 나이에 사정상 잠시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요.
대화도 거의 못하겠는게, 무슨 얘기만 하면 꼭 마무리가 나라가 뒤숭숭하다, 전쟁날 것 같다, 북한 탓이다, 문재인 이재명 때문이다.. 이렇습니다.
몇 번 폭발하기도 했고, 특히 이번 이태원 참사 이후로는 말하기도 너무 싫어서 그냥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클리앙에 툭툭 털어낸다고 부모를 향한 그 마음이 쉽게 정리되지는 않을거에요.. 그래도 한 숨 덜어낼 수 있다면 함께 나눠요 우리..
어느정도 보내주는게 맞는거 같아요
서로의 삶을 적당히 존중하는 선으로…
본인들이 멀하는지 모르고 이상한 카톡 유툽 뉴스만보고 ㅠ 이해가 안되졍
그러면 안되지 하시면서도, 특별히 욕은 하지 않으십니다.
너무나 상대적인 반응이죠. 그러려니 합니다.
대면대면한 부모라고 해도 계속 연을 맺어야 한다면 전 싸우더라도 설득을 시켜야 합니다
무시하고 그냥 두니 암처럼 커지는 거죠
어제 싸워도 오늘 같이 밥 먹는 게 가족입니다. 가족 밑에 정치 있는 겁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실 필요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우리가 더 많이 남았잖아요.
우리가 할 수 있게 도와줘요.
2번 찍지말고..
이렇게 설득했습니다.
그래도 다음 대선 때는 다시 얘기 꺼내려고 합니다. 지난 대선때 싸우기 싫어서 말 안한게 후회되서요, 지금은 가장 잘 먹힐 이야기를 골라 다듬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