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습니다."
신문이라 하면 콧대 높은 지식인들과 선민 의식이 가득한 기자들이 쓰는 범접하기 어려운 매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까지.. 하나 같이 '신문사'라는 매체가 불러일으키는 그 위압감이 상당했습니다.
이런 깨지지 않을 것 같은 탄탄한 프레임이 '아, 그냥 허상이었구나' 하는 깨닫음을 딴지일보의 등장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로 말도 안되는, 풍자와 해학으로 단단한 권위 의식들을 조그만 정 하나로 하나 하나 부수는 것,
그것이 딴지일보의 역할이었고, 그 딴지일보를 만든 김어준 총수가 있었습니다.
말이 좋아 총수지, 그룹 계열사 하나 없는 그냥 사이트 딴지일보의 1인 운영자였던 김어준이었죠.
그런 매체였죠. '세상 뭐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려주는 심심풀이로 들어가서 쉬다올 수 있는 매체.
세상 태평하게 살 것 같던 그가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싫습니다'라며 뉴욕타임즈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죠. 싸나이 노무현 대통령의 황망한 서거에 그는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 수 없었나 봅니다.
그 이후로 나는 꼼수다, 파파이스, 다스뵈이다, 블랙하우스, 뉴스공장까지.. 그는 쉼없이 내달리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운명이었 듯, 문재인의 운명이었 듯, 김어준에게도 운명이 되어버린거죠.
이번 다스뵈이다는 노무현시민센터에서 특집 방송을 진행하네요.
아련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한 때 이명박도 가뒀었고, 박근혜도 가뒀었고, 당신의 친구가 대한민국의 국정을 이끌 수 있도록 힘을 보태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부끄러운 윤 모씨 내외가 수장에 올라있지만, 얼마간 시일이 흐르면 아마 순리대로 다시 올바르게 나아가게 되겠지요.
당신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실패할 수도 없고요.
노통에 대한 마음을 생각하면 그를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왕 신해철이 노통 추모곡을 만들어 노래했듯 "끝까지 살고, 죽어도 살고, 살아서 그 모든걸 보겠다"는 생각이 깊어집니다.
잘생기지만 말주변이 평범한 남자와, 평범하게 생겼지만 말주변이 좋은 남자 둘을 테스트 했지요.
결과는 후자의 승리.
그러면서 얼굴은 후천적으로 얻을 수 없지만, '말빨'은 후천적으로 얻을 수 있으니.
평범한 남자들도 노력하면 된다는 희망을 줬죠.
그렇게 시작한 총수가 현재는 정치의 한가운데서 고군분투 중인 게 대단하면서도 안타깝습니다.
어서 우리나라 정치 및 언론인 '정상화'되어,
우리나라 최고의 인터뷰어인 총수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자유롭게 놀았으면 좋겠습니다.
뭐 그런 얘기 유쾌하게 하는 곳이었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