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모는 70넘으신 연세에 연애해본적 없이 돌아가셨다고 다들 알고 있데요
빈소에서 식사를 하다보니 이종형이 그럽니다
이모 남자 만나본적 없어.
그런데 저는 기억합니다
7살 미아리 살던 시절
추운 겨울날 바바리를 입고 나갔던 이모가 추욱 쳐져서 돌아왔던 날을.
프라이팬에 남아 있던 볶음밥을 긁어 드시며 눈물을 흘리셨죠
이모 남자랑 잘 안됐나봐
자발머리 없는 어린 나의 말에 이모는 눈을 흘기며 숟가락을 치켜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연의 슬픔에도 여전히 왕성한 식욕으로 남은 밥을 긁어드셨습니다.
이모는 그랬습니다
혼자서도 씩씩하게 식사를 잘하셨어요
그런 이모를 보고 나도 누구랑 싸우든 말든 내가 슬프든 말든 식사는 아무 영향 없이 잘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이런 나의 식습관을 보고 전처는 치를 떨더군요
자기가 화나서 뭔가 말하는데 밥만 처먹는다고요
(식사 끝내고 할말하자 해도 밥상 엎을 기세더군요 매번)
그리 잘못했냐 하면 그것도 아녀요
배두나 요즘 잘나가네 한마디 했다고 하루 종일 볶이기도 했죠
연예인 관심 있는게 기분 나쁘답니다
아무튼 다시 이모에게로 돌아와서,
기분 탓인지 영정사진의 눈이 슬퍼보입니다.
이모, 다음 생이 있다면 다음에는 남진같이 머쩌부린 남자를 만나뿌러요...남진 좋아하셨잖아요..되든말든 대시해보시지.
이모 안 이뻐서 헤어졌냐고 어릴때 말한거 미안해요 그때 전 7살이었어요
그리고 치매오셨을때 자주 못가봐서 미안해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불쾌해보이는 이모의 표정에 좌우되었던 저의 얄팍함을 용서하세요
이모, 사랑합니다. 이제는 평안을 찾으시길...
다음 생에라도 행복한 모습으로 다시 보길 기대한다고
/By Genuine
/Vollago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을 보고나니 그동안 제 곁을 떠난 분들을 제대로 추억하고 보내드리지 못했던 것 같아서 생각이 많아지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먕복을 빕니다.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