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입니다. 또한 펫로스 증후군을 겪으셨거나 겪고 계신 분을 자극할 수 있습니다.)
한 달 좀 더 됐습니다. 유기견이어서 16살일지 17살일지 모를 개를 16년 키우다 보냈습니다.
저녁 먹였는데 갑자기 경련 발작을 해서 바로 병원 갔다가 연명치료 or 안락사 판정 받았구요.
심장, 폐, 신장 등등 장기들과 혈액수치 다 정상치인데 나이가 있으니 뇌에 문제가 온 거 같다고 했습니다.
전신마취 하고 MRI 찍기엔 나이가 많아 그마저도 불가능했습니다.
집에서 보내주기로 하고 데려왔는데 5일만에 갔습니다.
그 짧은 5일 동안 저는 제대로 못 자고 못 먹고 운신 못하는 개 추스르느라 손목과 허리가 아작이 나더라구요.
의식 잃기 직전에 저랑 눈 마주치며 세 번을 짖었는데 마치 '나 지금 가!' 하는 거 같았어요. 하도 안 짖어서 2년 전에 이사 온 앞집 사람들은
저희집에 개 있는 거 몰랐답니다. 한 20여분간 발작 경련 하다가 새벽 2시에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갔습니다.
5일 동안 마음의 준비를 했고 스스로 곡기를 끊어 비쩍 마른 개와 마주보고 누워서 쓰다듬어 주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사랑한다고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계속 말해주고 냄새도 맡고 꼬리털도 조금 잘라두고 나름 이별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 숨 넘어가고 사후경직 오기 전에 개 자세 잡아주고 혓바닥 다칠까봐 물수건 작게 접어 물려주고 눈 감겨줄 때도 저 안 울었어요.
가족 말로는 너무 침착하고 담담해보여서 속으로 놀라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답니다.
날 밝으면 장례 치러야 하니 불끄고 자리에 누웠는데 불쑥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런 결말을 보려고 여지껏 애지중지 키웠던 건가. 분노랄지 기가 막히달지 저도 알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고
곧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살만큼 살았고 그동안 크게 아픈 적도 없어서 제가 가족들한테 종종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리한테 너무 착하고 건강한 개가 와서
얘 거져 키우는 거라고요. 우린 복 받았다고요.
웃기죠. 누가 개 키우라고 저한테 강요한 것도 아닌데. 슬프고 미안하고 보고싶고 그런 감정만 들 줄 알았는데 분노라뇨.
날이 밝고 미리 알아둔 동물장례식장에 픽업 서비스를 요청하고 차가 도착하고 개를 상자에 담아
무릎 위에 안고서 출발했습니다. 죽기 전엔 안을 때마다 가벼워졌던 개인데 다시 무거워졌더라고요.
장례식장 가는 길이 서해안쪽으로 캠핑 갈 때 항상 안고 가던 길인데 마지막으로 안고 가는 길이 됐습니다.
박스 뚜껑을 열면 개가 스륵 일어나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장례 후 유골단지를 안고 돌아오는 길에 둥근 유골단지를 계속 쓰다듬었습니다. 꼭 개 머리 쓰다듬어주는 거 같았어요.
가족들 힘들까봐 그랬는지 병치레 길게 안 하고 떠난 개가 안됐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하고
한동안은 슬프겠지 그립겠지 미안하겠지 당연히 예상했음에도 참 고통스럽습니다.
하루하루 누가 티스푼으로 제 심장을 한 스푼 한 스푼 파내는 거 같습니다.
입맛이 없고 애써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약 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부대껴서 잘 안 먹고 있습니다.
오늘 확인해보니 6kg 줄었네요. 개가 10kg이였는데 니 무게만큼 좀만 더 빼가라 혼자 낄낄대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몸이 망가질텐데 싶다가도 뭐 어쨌다고 그러라지 합니다.
그제는 자려고 누웠는데 무심코 죽었으면 좋겠다 중얼거렸어요. 일상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데도요.
남들도 이럴까 나만 유난인가 싶습니다. 남들도 슬프기는 마찬가지고 다들 끓어오르는 아픔을 숨길텐데 내가 덜떨어져서 그런가
그렇다고 개한테 그렇게 지극정성이었던 것도 아니고 뭐 먼지같은 생각들만 들썩들썩 합니다.
그저 개를 키운다면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일이니까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괜찮아질까
내가 이렇게 슬프고 힘들어하면 개가 하늘나라에서도 편치 못하다는데 그럼에도 나는 너무나 힘든데...
내일은 또 어떤 마음일까 궁금합니다. 눈 뜨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릴 것인지.
저흰 가망이 없다고 판단될 때 더이상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안락사 시켰는데
안락사는 말 그대로 정말 편안하게 갑니다.
그날의 슬픈감정보다는 금새 행복했던 추억과 고마웠던 감정만이 남더라구요.
기약없는 언젠가 또 다시 개를 키우게 될지는 모르지만
개와 함께 한 세월 감사하고 멋진 시간들 그러나 또 가지고 싶지는 않은 한번의 경험이네요
팻로스신드롬은 새로운 팻으로 극복했어요 ㅜ.ㅜ
잘 극복하길 빕니다.
아빠가 벼리 아직도 많이 보고싶고 사랑한다고
좀 전해주라 해주세요. ㅜㅜ
2년이 넘었어도.,
먹먹합니다.
그치만 힘내세요!!!!
12~13년 같이 생활했던 녀석들 몇을 먼저 보내고 한녀석당 한 3년 정도 ... 극복하는데 시간이 걸리더군요.
동생같고 친구 같았던 녀석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에 술이 먼저 생각납니다.
그래서 마지막 녀석이 간지 벌써 4년이넘었는데 부모님도 제 가족도 반려할만한 녀석을 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극복 쉽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다른 개를 가족으로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20년은 개를 돌봐야 하니 제 나이도 고려해야 하고 변수가 너무나 많네요. 떠난 개 데려올 때 24살이었는데 지금 보니 참 겁도 없이 저질렀다 싶습니다.
토닥토닥... 기운내세요..
이글을 읽어면서 울 강쥐 한번더 안아줬어요..
02년 생이니 준비는 언제든 하고 있었지만 현실에 닥치니 너무 힘들더군요
집사람은 그 상심의 깊이가 많아 요즘도 많이 훌쩍 거립니다
그럴때마다 집사람에게 항상 그럽니다 미유도 우리모두 항상 건강 행복하길 바랄테니 우리도 미유처럼 생 잘 마감하고 다시 보자고요
님도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충분히 많이 울고 그리워도 하고 추억도 하시고 건강 일상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아내가 가끔 강아지와 고양이 이야길 하는데요, 초등학교 때 떠나 보낸 뚱순이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서 안됩니다. 그걸 아내에게 이야기하지도 못했어요
언젠가 아내분과도 뚱순이의 기억을 함께 나누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떠나보내는건 너무나 힘들거같아요. 상상만으로도요....
멈미가 하늘에서 지켜볼테니까 행복하게 사세요 꼭...
집에 올때 반겨주던 가족이 없으니 너무 허전했어요.
그냥 온 집을 헤집던 메신저가 없어져서 다시 적막해진 느낌이었어요.
한동안 많이 보고 싶을거고 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긴 해요 ㅠ
시간이 약입니다. 대신 꼭 잊지 않게 기억해주세요 ㅠ
어느날 밥먹고 친구랑 만나서 기분전환 하던 중 문득 제 자신에 혐오감이 들더라구요
즐거워도 되는건가, 밥을 먹고 배불러도 되는건가...
결국 살아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 하고 하늘나라 가서 만나는 걸로 타협하고 근근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려니숲님 강아지도 주인님이 자기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는거 원하지 않을꺼에요
잘 이겨내시길 빕니다.
정말 지극정성 모시고 있고 제가 사는 이유입니다.
저희 애 없으면 살 이유가 딱히 없어요. 넓은 집도 필요없고
(이사 이유도 저희 애 더 좋은 집에서 키우고 싶어서 거든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언젠가 닥칠 일인인거 알고 있고 노력하려고 하는데 이런 글만 봐도 너무 슬프네요..
어떻게 견뎌야 할지…
저도 이제 두 살된 강아지 키우고 있는데, 나중에 이별하게 되면 너무 가슴아플 것 같습니다..
몇년이 지난 지금도 떠난 녀석들이 종종 떠오릅니다...
보고싶고 생각나요. 아파서 떠났는데.. 꼭 다시
만날날이 있을거에요. 힘내십시오.
주인으로 사려니숲님을 만나서 정말 고마워했을거예요. 서로의 명의 길이가 달라 강아지가 조금 기다려야하긴 하지만,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신 뒤 나중에 다시 만나서 나 이렇게 즐거운 경험 많이 하고 왔다고, 좋은 이야기 많이 해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키우는 아이는 8년째 지병으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다가 그 지병 탓에 아이가 유리몸이네요.
부신이 고장나서 스트레스 호르몬 생성을 못합니다.
매일 스테로이드 약을 먹어야 하는데 그전 날 몸 컨디션이 안좋아져서 아침에 토하기라도 하면 약을 못먹어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저희 가족 생활이 이 아이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저와 집사람 둘 다 이아이를 너무 좋아합니다.
죽을때까지 정을 많이 쏟을텐데 걱정이 크네요.
평생 한번 운적 없는 저희 아버지포함 온가족 펑펑 울었어요
(할머니 돌아가셨을때도 안우셨는데..)
어머니도 정말 강한분인데, 보내고 나서 그다음날 집에 오니 ㅇㅇ이 없다고 엉엉울며 전화오셨더군요..
반려동물은 가족이에요
가족이 죽었으니 후유증이 큰건 당연합니다..
그래서 다시는 반려동물 못키우겠더라구요.
먼저가는 모습보기 너무 힘들어서...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저희보다 길게살수 없으니깐요..
16년동안 님의 가족분들과 함께 지내서 너무 행복했을거에요
먼저간 그 친구도 용기내서 힘차게 살기를 바랄거에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족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으면 굉장히 착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였을 거 같아요. 제 개가 입양 전 임보 시절에 고양이들하고 친하게 지냈다는데 kinkin님 고양이랑 친구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안 울 줄 알았는데 안락사하려고 동물병원 도착하니 진짜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그 때부터 터지더라구요.. 이 글을 보니 그 때 감정이 떠오르면서 다시 눈물이.. ㅠㅠ 남은 아이들을 보며 그래도 의지를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들과 함께하는 삶이 때로는 아픔이 있지만 제 삶의 중요한 의미인 것 같아요.. (떠나보낸 후에 동물구조 단체나 유기견센터 등에 더 많이 후원하게 됐습니다)
제 글로 눈물을 흘리셨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해소가 되셨길 바랍니다. 다른 아이들이 있으신 게 부럽네요. 건강하게 오래 함께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