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거그려서20년살아남았습니다
<너무 높게 날지 않아서 살아남았습니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저는 (약) 100만권의 책을 팔았습니다.
네. 살짝 올려 쳤어요. (우리 그 정도는 좀 봐줄 수 있는 사이 맞….-0-)
그리고 백만권 안에는 제가 썼던 12권의 책뿐만 아니라
17년 동안 만든 다이어리인 시간기록장,
외주로 받았던 아이들 책까지 다 포함됩니다.
진짜 제 그림과 글을 모두 박박 긁어모아 그렇습니다.
숫자를 얘기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얘기에 숫자는 꼭 필요해서 어쩔 수 없어요.
저 숫자는 대단하기도 하고 대단하지 않기도 하거든요.
딱 저 한 줄만 보면 100만권! 이럴 수 있는데
제가 그림 그린 20년을 대입하면 일 년에 5만권으로 바뀌고
(그것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큰 숫자이기는 합니다)
어느 작가는 단 한권으로 100만권을 팔기도 하니까요.
언젠가 만화가 형님 중 한 분이,
“헌재 너는 뭐 먹고 사냐?”
(나쁜 뜻으로 한 이야기 아닙니다.저는 연재를 거의 안 해서
연재 위주로 살아오신 형님은 궁금해할 부분이기도 하거든요)
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이것저것 다 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진짜로 그렇거든요.
제 캐릭터는 좀 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어디선가 스쳐 가며 한번은 본 것 같아서 ‘아 나 저거 알아요’하는데
또 완전 유명한 캐릭터처럼 딱 이름이 떠오르지는 않는,
완전히 다 소비된 것은 아니라서 간간이 팔리는 데
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팔린 줄 모르는 그런 묘한 위치에 있습니다.
언젠가 형님이 한 저 질문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마침 친구들하고 그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고 그 운을 잡을 수 있을 만큼,
나름 쉬지 않고 그리고 썼습니다.
20년쯤 지나니까 그 긴 궤적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어요.
——
이제 거의 이야기의 끝에 와있습니다.
원래 이 책은 진작에 원고가 끝나있었습니다.
2017년에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 이후
‘같이 살 수 있을까’ 연재를 하고 그 연재분을 모아 19년, 20년 세권을 책을 만든 다음 다음 책을 바로 준비해서 그해 거의 작업이 끝났었습니다.
작가마다 다르지만 보통 원고를 만들기 전에 먼저 계약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원고가 거의 다 만들어지고 난 뒤에 출판사를 찾습니다.
모르겠어요. 원고가 되지 않았는데 계약을 먼저 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첫 책의 시작을 그렇게해서 그런지 늘 그랬습니다.
원고가 거의 끝났다 싶어 출판사를 알아보며 여러 가지 고민하던 중에
글 하나를 다시 썼습니다.
시작은 그 글 하나였어요.
원래 그래요. 책은 인쇄를 넘기기 전까지 끊임없이 고치고 싶어집니다.
그게 22년 초였습니다.
그리고 매일 글을 하나씩 쓰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그림만, 짧은 글 하나만 있던 페이지가 많았는데
그림도 다시, 글도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대략 60개의 이야기를 잡아놨으니까 매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두 달을 쓰고 그렸네요.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습니다.
마치 20년 전 첫 책을 낼 때 처럼 작업을 했습니다.
제 개인 사이트 뻔점넷에 모든 메뉴에 매일 글, 그림 하나씩을 올리던 시절이요.
20년이 지났는데
20년전 처음처럼 작업할 수 있게 된 동력을
한문장으로 얘기한다면,
“너무 높지 않게 날아서”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붕 뜨기는 했지만 금방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습니다.
너무 높게 날지 않아서 떨어져도 죽을 만큼 다치지 않았고
낮게 나는 대신 최대한 힘을 쓰지 않고 딱 쓸 만큼만 써서 빨리 지치지 않았습니다.
낮게 나는 대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낮게 나는 대신 언제나 원하면 바닥에 발을 딛고 천천히 걸으며
쉬었다 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높이 날지는 못하지만 낮게,
그리고 오래 행복하게 날고 있습니다.
100만권이나 파셨다니
사실 높게 날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거 아닐까요.. ㅎ
오랜만에 C&C 하는데 나들이 나오셔서 자동차, 책, 그림 이야기 쓸대없는 수다도 떨고 하시면 좋을거 같습니다.
항상 응원 합니다.~!!
팬입니다.
친히 댓글을 ㅜㅜ
영광입니다.
너무 높게 날지 않는 것도 대단한 실력이지요.
이카루스는 너무 높게 날아 올라서 죽은거니까요.
예전부터 이 캐릭터를 볼때마다 어떤 작가님일까 궁금했는데, 한~참 후에 클리앙에서 만나게 되니 반갑습니다. ㅎㅎ
고밥옹도 몇번 오셨는데 요즘은 안 보이시네요.
힐링이 됩니다.
/Vollago
게시한 글을 다 보게되네요.
저 캐릭터를 보면 왠지 아련해집니다.
좋은 글이 너무 많았어요.
항상 건승하세요~ ^^😊
하하하😄
이제 알아보게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시절의 제 맴울 촉촉하게 했던 케릭터였거든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ㅎㅎ😄
절대 낮게 날지는 않으신것 같습니다! 더 오래 날고 오래 떠있으십쇼!!
인생은 길고 길기에, 꾸준하게 실망하지 않고 나아간다는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평범하고 평범한 놈이 연구라는 부분에 뛰어들어 살고 있다보니, 때로는(자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꾸준하게 정진해 나아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약속을 정해 하루에 정해진 시간 동안은 관련 공부를 하고 지낸지가 벌써 20년이 넘었더라구요.
어쩌다보니 업계에서 살아남아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꾸준하게 앞으로도 원하시는 방향으로 보내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좋은 내용 좋은책 감사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몰랐던 때가 있었던 것도 같은데 ㅎㅎ
사실 이미 높이 날고 계시지만, 더욱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넘 귀여워서~^^
카카오톡 이모티콘 전부 가지고 있어요!!
제가 힘들때 많은 위로가 된 책들이죠
작가님 감사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동네주민이라서 지나가면서 한번은 뵐꺼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결론은 실패였죠 ㅎㅎㅎ
힘들때 위로가 되는
최고의 그림
작가님 감사합니다💙
그 시절도 그립고 그동안 버티고 남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카톡 첫구매 이모티콘이였어요 ^^
감사합니다!
인스타 팔로우해서 소식은 자주 접하고 있었는데, 클리앙 회원이셨다니!!
좋은글, 좋은그림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