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음압병동에 왔네요. 사연이 길 것 같습니다. 긴 글 공포증 있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너무 졸린데 할 일 없어서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2010년에 갑자기 교회 사무실로 이상해 보이는 한 분이 들어오셨습니다. 키는150이 조금 넘어 보이고 나이가 있어 보이지만 뭔가 어눌해 보이십니다.
교회에 갑자기 찾아와서 도움을 달라는 분들 대부분이 사기꾼이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되는데요. 이 분은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장애있는 동생을 위해 매달 돈을 벌어서 보내줬는데 일이 끊기셨다고 합니다. 결국 노숙을 하셨고 노숙자 대상 사기에 걸려서 도망 다니다가 주민등록도 말소가 된 상태였습니다.
마포대교에서 생을 마감하기 위해서 가는 길에 교회가 보여 들어오셨다고 합니다.
일단 지갑에 있는 돈을 다 드리고는 찜질방에서 주무시고 내일 오전에 오시면 같이 일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보통은 안 오십니다. 아니 거의 99% 안 오십니다. 그런데 오셨습니다. 하루가 더 걸리긴 했지만 오셨습니다. 여기 저기 정부기관이나 시설들에 연락을 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더라고요. 일단 식사를 사드리고 다시 지갑을 털고 서랍에 비상금을 드렸습니다.
“함께 살아봐요”라고 말씀드리고 일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다음 날 한 사장님이 취직을 시켜 주셨습니다. 몸도 약해 보이고 주민번호도 말소 되다보니 호구 잡힌 것 같았지만 따질 형편이 아니어서 일단 하시라고 했습니다.
사장이 가불을 해줘서 일단 고시원에 등록을 하고 다행히 잘 정착했습니다. 중간에 좋은 분을 만나서 이직을 하면서 형편이 조금 더 나아지셨습니다. 그래봐야 고시원 비용에 동생분께 돈을 보내고 나면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주민등록을 살리고 정부 지원을 받자고 했지만 약속을 계속 어기시더라고요. 알고보니 노숙자 사기 당하면서 생긴 채무가 걱정이셨습니다. 몇 번 설득했지만 포기했네요.
교회도 잘 오셨는데 하루는 걸음이 이상합니다. 무좀을 방치해서 발이 썩었습니다. 살이 다 녹아 내렸는데 붕대만 감고 오셨더라고요. 그냥 그렇게 참으신 것 같습니다. 의료보험이 안 되어서 비쌀 것 같아 병원을 안 가셨답니다.
무조건 월요일에 오시라고 하고서는 근처 병원에 갔습니다. 역시 보험없는 병원비는 비싸더군요. 그래도 사람부터 살려야 하니 계속 다녔습니다.
이제 고시원생활도 잘 하시고 직장 사장님도 잘 대해 주셨습니다. 그분을 만나고 3년 쯤 지나 저는 교회를 일산으로 옮겼습니다.
기존 교회 분들이 잘 대해 주셨지만 일부 분들이 불편해 하셨는지 그분도 교회를 옮기셨더군요.
잊고 지낼 때 즈음 핸드폰이 생기셨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후로 자주 문자가 오지만 제가 연락을 드리면 받지도 않으시고 답장도 없으십니다. 핸드폰이 익숙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늘 문자 붙여넣기로 보내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문자를 받기만 하다가 오늘 7년 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119대원이더라고요.
길에서 쓰러지셨는데 제 연락처가 있어서 연락주셨다고 합니다.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이 3명 뿐이더군요.
7년 만이라 상황을 모르니 일단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저는 작년에 타지역에 개척했고 이분은 광진구에 계시더라고요. 1시간 조금 넘는 거리라서 일단 출발했습니다.
댁으로 가보니 누워계신데 제가 마지막에 뵈었던 모습과 너무 다르셨습니다. 기력도 없으시고 제 뒤에 할머니가 계신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책상 위에는 드시지 않은 약봉지가 가득했습니다.
일단 주민번호 확인하고 주민센터를 가서 이름을 말씀 드리니 바로 아시더라고요. 기초수급자도 신청하셨고 그동안 자주 넘어지셔서 병원에도 자주 가셨다고 합니다.
복지사분께서 집까지 동행해 주셨습니다. 상황을 보시고는 입원부터 하자고 합니다. 병원비가 거의 안 나오니 입원해서 치료받자고 하셨습니다(만 아닌 것 같습니다). 거동이 불가능하셔서 다시 119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을 전전하다가 음압병실 있는 곳을 겨우 찾아왔습니다. 1시간 정도 대기하고 음압병실에 왔네요.
응급실에다가 음압병실이라 입원이나 검사부터 선생님 뵙기도 모든 것이 느리지만 그래도 입원 가능했던 것에 감사하네요.
검사결과 큰 병은 없으신 것 같은데 얼마나 넘어지셨는지 온 몸이 성한 곳이 없는데 치료를 잘 받지 않으셔서 다 곪아 있네요. 그래서인지 염증수차가 높아서 수액 맞으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병원에서는 내심 퇴원했으면 하는 분위기이고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보입니다.
이제 내일 아니 오늘 해 밝으면 본의아니게 복지사분을 괴롭힐 것 같습니다. 돌봄 서비스와 병원 케어 서비스라는 것이 있는데 적용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의자에 앉아서 잠깐 눈을 붙여야겠습니다. 허리랑 목디스크에 오십견도 있는데 오늘 따라 간이의자가 너무 편합니다.
(ps. 아침 먹고 아직 뭘 못먹었는데 나갈 수가 없네요 ㅠㅠ
저도 옆에서 수액 하나 맞고 싶습니다. 대학병원 수액은 비싸겠죠?)
오늘은 힘이 많이 드실거 같습니다.
목회자님들이 믿음으로 세상에
바라는거 하나 없이 좋은일
하신 시간들 보내시는데
부디 목회자님 가정과
삶에도 좋은 시간으로 돌아오길
기원드립니다.
저보다 더 좋은 일 하는 분들이 많죠.
너무 피곤한지 잠이 안 오네요 @.@
제가 다 감사하네요. 그나저나 뮈 좀 드셔야 할텐데 ㅜㅜ
혹시나 퇴원하시게 된다면 주민센터 돌봄SOS매니저에게 식사지원 가능(30식 한도)한지 문의하시고 일시재가 서비스(집으로 요양보호사 파견)도 같이 물어보시구요. 수급자라면 자부담이 없을 겁니다.
코로나out
잘풀리시길 기도 드리겠습니다ㅣ
쉽지 않고 힘든 길이지만 기도하겠습니다
목사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
진짜 예수의 제자시네요.
감사드립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식사 못하고 갇혀계시니 ㅠㅠ 그게 마음이 쓰이네요
응급실에 사회복지팀과 컨택후 퇴실할 수 있도록 배려 부탁한다고 말씀해 보셔요 그정도는 가능하실 거에요
걸으시는 발걸음마다 예수님과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겁니다. 건강하세요
존경스럽습니다
형식적인 태도로 임하지 않으셨군요
진심이 느껴집니다
당신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겠습니다!
다시 피검사를 하니 많이 좋아지셔서 바로 퇴원 권유를 받았습니다.
생각보다 병원비가 적게 나와서 바로 결재하고 퇴원했습니다. 병원측에서 하도 겁을 줘서 한 100만원 나오나?했습니다. 기초수급자여서 그런지 mri찍고도 많이 안 나오네요. 감당할 수준이어서 감사했습니다. 아니였다면 9시까지 사회복지팀을 기다렸을 겁니다.
드레싱만 잘 하면 될 것 같다고 해서 2일 후에 가까운 정형외과를 방문하려고 합니다.
일단 눈 좀 붙이고 오후에 복지사분과 통화를 해봐야겠네요.
조언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많은 분들께 받은 은혜를 생각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닙니다. 늘 빚진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더 큰 불상사를 막을 수도 있으니…
어쨌든 존경받아 마땅한 목사님이십니다.
오랜만에 목사라는 분들 중에서
진짜 목사님을 글로나마 뵌 거 같네요
돌봄이든 병원 케어든 뭐가 되든
그 분도 잘 치료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고럽지저스님도 맘 편히 쉬시길 바래요^^
이런것엔 관심이 없겠죠?
물론 그 교회 자체적으로 하는 봉사야 있겠지만 이렇게 사비 털어
가며 어려운 이웃을 돌볼 사람들은 아니게죠?
건강하세요.
주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진정한 예수님의 목회자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하와이 오시면 연락주세요.
제가 꼭 대접하고 싶습니다. :)
착하고 선한 일에는 종교에 대한 혐오 표현을 접어두고 모두 칭찬하고 돕겠다고하고 공감하는 클량인의 모습도 정말 감동입니다.
늘 은혜와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잠시나마 같이 기도합니다. (목사님과 두분 모두를 위해서요)
어두운 세상 밝혀주시는 목사님, 감사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몸조심 잘 하시길 바랍니다. 너무 남만 챙기시는 분들은 항상 자기를 잘 못챙기시더라구요!! 힘내세요!
더 진짜구나 생각이 듭니다. 잠시나마 "이 글로 혹시 돈쭐나는걸 의도한걸까?" 또는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길 기대한걸까?"
뭐 그런 생각을 한게 부끄럽네요
그래도 이런 좋은일을 하실 수 있는 분들께 후훤하는 공식 루트가 열리는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돌이켜보게 됐습니다.
이시대에 귀하신 목사님을 뵙습니다.
한번쯤 어쩌다 밥한끼 사줄수 있다지만
7년씩이나 어려운분을 위해 애 쓰시고 계시네요.
거듭감사합니다.
목사님께 감사드리며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저도 예전에 교회에 있을 때, 노숙자들이 들어오면 묻지도말고 교회현금을 드리라고 교육받았었는데 목사님은 본인 지갑을 여신 것 같네요. 클리앙에 종종 글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주일날 큰 교회에 계신것이 아니거든요.
귀한 사역 응원합니다.
생활속에 선행으로 빛과 소금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목회자분을 제가 어린 시절에 만났더라면 지금 제 삶은 지금이랑 얼마나 다를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더 감사합니다.
꾸뻑 .
몸도 챙기시면서 좋은 일 많이 해주세요.
님 곁에 항상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는 개신교를 혐오하는 사람입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예수님이지만
그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거짓 된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신자지만 또 냉담자로 수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지난 글을 보면 알겠지만 저는 약자에 다소 냉소적이고 동정심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도 당신의 행위. 그리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양을 위해
작은 기부라도 하고 싶습니다.
계좌번호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제가 가진 현금이 당장은 진짜로 얼마 없어 만원 조금 넘게 밖에 후원해드리지 못하겠지만
하고 싶네요.
마음을 받겠다고 하시는걸 보니 더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꼭 이분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몇몇 관심을 보이시는 분들께 쪽지로라도 계좌를 알려주시면 하시는 일에 더 의미있게 쓰일 수 있고 작은 금액으로 나마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힘드셨을텐데 이렇게 어려운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분도 얼른 회복이되시고 편안하게 잘 사실수있기를 바랍니다
십일조 봉투를 헌금 봉투 가운데서 과감하게 없앨수 있는 목사님이 되시길~~~
그 분과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예수님이 말한 '이웃'이 이런거였죠..맞아요..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갑자기 소리엘 ccm이 듣고 싶어지는군요ㅎㅎ
나름 신실한 기독청소년, 청년일때 귀에 꽂고 살았던..
감사합니다, 목사님.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과 예수님을 따른다는 우리나라 대형교회
지도자들은 주로 상대하는 사람들과 태도, 자세가 너무나 다르죠.
그리고 목사님도 항상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예화가 떠오르는군요
돈이 되는 성도와 안되는 성도의 대접이 다른 시댄데
사랑을 실천하시는 군요
아마 그분은 목사님 덕분에 생일 유지하고 있는거네요.
조금 도움이 될까 몇 자 보태봅니다.
앞으로도 정형외과를 꾸준히 방문하거나 큰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면
주민센터 돌봄SOS 담당(돌봄매니저)에게
- 병원동행(요양보호센터 요양보호사 동반, 교통비 10만원까지 지원 가능)
- 식사지원(30식)
- 일시재가(집으로 요양보호사 파견)을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어르신이 수급자라 한도내에서는 자부담은 없을 겁니다.
병원 진료 외에 집에서 하는 처치가 더 필요하다 생각되시면
주민센터 찾동 간호사나 복지플래너 통해서 보건소 건강돌봄팀에 문의 요청해주세요.
돌봄팀에서도 나가고 필요시 마을의사가 같이 집으로 방문하여 봐드릴껍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좋지 않다고 하면
주민센터 복지플래너에게
- LH전세임대를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식사와 관련하여 돌봄SOS식사지원과 별개로 대기가 많을 수 있습니다만
관할 복지관에 도시락배달이 가능한지 물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사님
지금 살고 계신 곳이 LH임대주택입니다. 혼자 사시기에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식사는 하루에 한 번 반찬을 가져다 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내일 다시 서울 가서 구체적으로 알아봐야겠습니다.
수고해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_ _)
허리 목 어깨 안좋다고 하셨는데 강동구나 광진구 쪽 오시게 되면 쪽지 주세요. 몸 좀 풀어드리고 통증 거라앉힐 수 있는 운동 알려드릴게요. 몸 부터 돌보셔야죠!
집 근처에서 매주 도수치료 받고 있습니다. 주사나 뭐 이런 것보다 도수치료가 확실히 좋네요.
참 좋은 목사님이십니다.